날짜 : 1998년 8월 7일
감독 : 존 휴즈
주연 : 마틴 제이콥, 앤지 밀리컨, 재섹 코만
시인이자 대학에서 강의를 하던 크리스토퍼(마틴 제이콥)가 뇌졸증으로 쓰러진다. 그리고 그의 아내인 소렐(앤지 밀리컨)에게 남편의 단편소설이 배달되어 온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소설은 크리스토퍼와 소렐의 프랑스 휴가를 소설화한 것. 소렐은 그 소설을 통해 크리스토퍼에게 정부가 있었음을 알게되고 남편에게 크게 실망한다. 그런데 과연 이 소설은 진짜 크리스토퍼가 쓴 것일까?
존 휴즈 감독의 데뷔작인 [내가 쓴 것]은 소설과 현실 사이에서 방황한다. 부부관계가 악화된 크리스토퍼와 소렐의 무미건조한 프랑스 여행과 흑백의 스냅사진처럼 표현되는 소설부분에서 관객은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소설인지 한참 동안이나 헤매야한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욱 관객을 애 먹이는 것은 존 휴즈 감독의 시간 개념이다. 이 영화는 과거와 현실이 서로 덤벅이된채 관객을 혼동시키고 있다. 존 휴즈 감독은 마치 자기 도취에 빠져 관객에게 '어디 자신있으면 따라와 봐'라고 도전하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그러한 감독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아무것도 아닌 내용을 마치 풍선처럼 부풀려서 진행시키고 있다. 미스테리 스릴러라고 스스로 명칭한 이 영화의 장르는 그러나 스릴러라고 하기엔 석연치 않은 점이 너무 많다. 특히 이 영화엔 살인사건 따위는 일어나지 않는다. 아니 살인은 커녕 별다른 사건도 일어나지 않는다. 단지 남편의 단편소설을 통해 남편의 부정을 알게된 한 여인의 분노만 있을 뿐이다.
게다가 진실을 찾아야하는 관객에게 던져진 과제는 '과연 진짜로 그 소설을 크리스토퍼가 쓴 것일까?'하는 의문뿐이다. 도대체 그것이 왜 그렇게 중요한 것일까? 크리스토퍼는 이미 식물인간이 되어 죽을 날짜만 기다리고 있는데 그가 서신을 통해 낯선 여자와 음침한 대화를 나누었는지 그렇지않은지가 왜 그리 중요한 걸까?
미스테리 스릴러 장르의 특징은 관객과 감독의 두뇌싸움에 있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우리가 왜 이런 유치한 두뇌싸움을 감독과 해야하는지 의문이 생긴다. 그것이 이 영화의 치명적인 약점이다.
존 휴즈 감독은 영화와 관객의 연결고리를 찾지 못한 것이다, 그렇기에 친구의 아내를 사랑한 제레미(재섹 코만)의 슬픈 음모로 밝혀지는 후반부에 가서도 전혀 놀랍지가 않다. 존 휴즈 감독은 어쩌면 관객이 사실이라 믿는 것과 감독이 표현하는 허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을 위해 어설픈 스릴러 형식을 취한 그의 선택은 관객의 입장에서 본다면 명백한 실패로 보인다.
칼라와 흑백의 조화, 시간과 공간을 뒤섞어 놓은 구성, 그러나 그러한 것들은 감독 자신의 자기 도취일뿐 관객을 영화 속에 집중하게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 2007년 오늘의 이야기 ***
별셋은 그리 흔치 않은데 제겐 엄청나게 재미없었던 영화였나봅니다.
사실 이 글을 쓰면서도 이 영화에 대해서 기억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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