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영화노트/1998년 영화노트

천녀유혼 - 애니메이션(Chinese Ghost Story) ★★★★

쭈니-1 2009. 12. 9. 15:04

 

 



감독 : 진위문
더빙 : 임해봉, 원영의, 서극

홍콩에서 모든 영화의 유행은 서극에서부터 이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웅본색]은 홍콩 느와르 유행을 낳았으며, [천녀유혼]은 귀신소재의 판타스틱 영화 유행을 낳았다. [동방불패]는 SF무협 유행을 낳았으며, [황비홍]은 전통 무협 유행을 낳았다.
이렇듯 그가 제작하거나 감독한 영화들은 모두 홍콩 영화계의 산모 역할을 해왔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서극이 [황비홍 시리즈]를 마지막으로 주춤하는 사이 한쪽에서는 주성치와 왕정 감독이 콤비를 이루어 비디오 시장을 잠식했고, 왕가위와 관금봉은 예술 영화에 목말라하던 매니아들을 사로잡고 있었다.
그러나 서극은 [양축], [화원가기]같은 시대 멜로물, 코미디인 [금옥만당] 외팔이 시리즈의 장철에 대한 존경심을 보여준 [서극의 칼] 그리고 [대삼원]과 [상해탄]의 연이은 실패작을 남기고 도망치듯 오우삼과 임영동의 뒤를 이어 할리우드에 가버렸다.
장 끌로드 반담과 농구스타 데니스 로드맨을 이끌고 만든 [더블 팀]은 서극 감독의 또다른 실패작으로 기록되었으며 서극은 다시 홍콩으로 돌아왔다.
[천녀유혼]은 그런 의미에서 서극에게있어서 매우 중요한 작품이다. 우선 이 영화는 애니메이션이다. 지금까지 일본이나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에 심취해 있던 홍콩인들에게는 매우 위험한 모험이었을 것이다. 느와르에서부터 정통무협까지 홍콩영화의 유행을 창조했던 서극으로써는 그러나 매우 매혹적인 장르였을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 다른 영화를 복사하듯 반복되는 홍콩 영화계의 풍습에 질려있었으며 어느 누구도 해보지 못했던 장르를 도전해본다면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밖에 없었을테니 말이다.
그리고 이 영화는 홍콩반환후 만든 서극의 첫번째 영화이다. 홍콩의 중국반환은 서극에게 있어 새로운 출발을 의미하는 것이며 서극이 그러한 출발을 애니메이션으로 열었다는 사실은 매우 커다란 사건일 수 밖에 없다. 그것은 앞으로 서극의 행적에 우리가 주목해야할 이유이기도 하다.
서극이 제작을 맡은 이 애니메이션이 서극과 정소동 감독의 87년작 [천녀유혼]이라는 사실은 솔직히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아무리 서극 감독이라 할지라도 단한번도 해보지 못한 애니메이션을 새로운 소재로 제작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위험한 모험이기에 그의 영화중 가장 판타스틱하며 남녀노소 즐기기에 가장 적합한 [천녀유혼]을 소재로 채택한 것은 일단 안전한 선택이었다.
감독을 맡은 진위문은 [천녀유혼]의 애니메이션화라는 그늘을 벗기위해 제목도 [소천]이라 정하고 스토리도 아름다운 귀신과 순진한 청년의 사랑이라는 기본만 남겨놓은채 다 바꾸어 버렸다.
그 대표적인 것이 영화에서 장국영이 맡았던 영채신이라는 캐릭터 대신 아영이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집어넣은 것이다. 주인공인 아영과 소천의 연령도 20대에서 10대로 낮추었으며 소천의 어머니인 나무요괴의 비중도 영화에 비해 대폭 낮추었다. 대신 [천녀유혼 3]에서 양조위가 연기했던 십방이라는 캐릭터가 [드래곤 볼]의 크리닝처럼 화려한 액션을 선보이며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차용한듯한 금견이라는 새로운 강아지 캐릭터도 추가되었다.
연적하는 거대한 로봇을 타고 각종 귀신을 퇴치하러 다니고 귀신들은 핸드폰으로 서로 통화하기도 한다.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한 3D입체영상도 어색하기는 하지만 새로운 시도로 주목할만 하다.
그러나 이러한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새로운 동양적 애니메이션을 위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아직 초보단계에 있는 홍콩 애니메이션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앞에서 말했지만 3D 입체 영상은 차라리 하지 않는게 나을뻔 했으며 일본의 애니메이션을 차용한듯한 현란한 액션은 관객의 집중력을 흐트러트릴 뿐이다.
영화속에서 매력적으로 보였던 귀신과 사람의 사랑은 애니메이션에 이르러서는 조금 어색하다. 아영은 너무 무분별하게 소천에게 매료되어 자신의 생명을 바치려하고 그런 아영에게 마음을 여는 소천의 심리적 과정 역시 어색하기만 하다. 아무리 만화라고는 하지만 아영은 수도 없이 높은 곳에서 땅으로 곤두박질치고 귀신을 퇴치하는 퇴마사들은 귀신보다 악랄하기만 하다.
이러한 기술적 부족함과 내용적 어색함은 관객에게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하게 했지만 처음치고는 잘했다.(우리나라의 첫 성인용 애니메이션 [블루시걸]과 비교해본다면 휠씬 뛰어나다.)

1998년 6월 1일

*** 2007년 오늘의 이야기 ***

이 영화이후 홍콩의 애니메이션이 좀 더 많이 제작되길 바랬는데 그러한 제 바램과는 달리 맥이 끊겨버렸더군요.
최근에 봤던 [맥덜]이라는 아동용 애니메이션 외엔...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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