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웨인 왕
주연 : 제레미 아이언스, 공리, 장만옥
1997년 7월 1일 홍콩이 드디어 중국에 반환되었다.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홍콩의 반환은 민주주의에서 공산주의의 변화라는 요즘 시대의 흐름을 역류하는 대사건으로 기록되었다.
그렇다면 홍콩인들에게 있어 중국으로의 반환은 어떤 의미였을까? '혼란과 불안 그리고 두려움' 어쩌면 이러한 단어들이 그들에게 있어 홍콩반환의 의미였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러한 대사건속에 미국에서 활동하고있는 홍콩감독 웨인 왕이 뛰어들었다. 홍콩에서 태어났으나 미국인디영화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웨인 왕 감독으로써는 이제 사라져가는 조국에 대한 마지막 기록을 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미국에서 활동하면서도 미국의 중국인 이민세대에 대해 끊임없이 관심을 보이며 카메라를 들이댔던 그는 어쩌면 미국인도 아닌 홍콩인도 아닌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마지막 기록을 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이 영화의 스토리 구조는 영국인이면서 15년간 홍콩에 거주하며 기자활동을한 존(제레미 아이언스)과 아름다운 중국본토출신의 여인 비비안(공리)의 사랑이야기가 영화 전체의 구조를 이룬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존은 웨인 왕 자신일지도 모른다. 영국인이면서 홍콩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영국인도 홍콩인도 아닌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다.
그렇다면 비비안은 홍콩을 상징하는 캐릭터이리라.(어떤 이들은 비비안은 중국본토를 상징하는 캐릭터라 생각한다. 그러나 내 생각은 다르다.) 존이 홍콩에 대해 쓴 저서의 한귀절중 '홍콩은 성실한 창녀와 같다.'라는 귀절이 있다. 그는 고도의 성장을한 홍콩의 경제를 창녀의 행위로 생각한 것이다. 그렇다면 홍콩을 지배했던 영국과 이제 막 그 통치권을 거네받은 중국은 포주와도 같다. 창녀를 보호해준다는 미명아래 창녀의 몸을 이용해 돈을 버는 포주.
비비안을 애인 창을 위해 호스티스를 한다. 그렇게해서 번 돈으로 그를 뒷바라지해서 그를 성공시키지만 창은 자신의 성공을 위해 비비안과의 결혼을 미룬다. 그렇다면 창은 포주이고 곧 중국이다.
비비안의 과거를 알게되고 그녀에 대해 실망한 존에게 진(장만옥)이라는 여인이 나타난다. 얼굴의 흉터를 가리기위해 머플러로 얼굴을 가리고 다니는 진. 그녀 역시 홍콩의 또다른 얼굴이다. 그녀느 젊은 시절 사귀었던 영국인 청년의 잘교에 자살을 시도했던 과거가 있다. 그 영국인 청년은 바로 영국을 상징하는 것이리라.
겉으로 보기엔 화려하지만 애인을 위해 호스트스를 마다하지 않았던 비비안과 흉칙한 외모속에 과거의 아픔을 안고사는 거리의 여성 진. 이 두 여성은 먼 미국에서 바라본 웨인 왕이 느낀 홍콩의 초상이다.
그렇다면 영화의 결말을 살펴보자. 존은 비비안과 마지막 섹스를 나누고 백혈병에 걸려 죽어간다. 존과 비비안의 마지막 사랑은 홍콩에 대한 마지막 애정과도 같은 이 영화를 뜻하며 존의 죽음은 이제 다시 홍콩으로 돌아오지 못할, 아니 홍콩을 영원히 잊어버려야할 감독 자신의 운명을 뜻하리라.
웨인 왕 감독은 [차이니스 박스]를 마지막으로 홍콩을 떠나 미국으로 돌아갔으며 이제 미국에 대한 영화를 찍고 싶다고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1998년 5월 30일
*** 2007년 오늘의 이야기 ***
실제로 웨인 왕 감독은 [차이니즈 박스]를 마지막으로 미국인에 대한 영화만을 찍었습니다.
그 중 우리 관객에게 선보인 영화는 [러브 인 맨하탄]입니다.
대부분의 영화들은 국내에 소개되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대부분 드라마, 코미디 장르더군요.
이제 완전히 미국의 주류 감독이 되겠다고 결심한 것인지...
그렇다면 흥행 성적도 뒤따라줘야할텐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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