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영화노트/1998년 영화노트

이완 맥그리거의 인질(A Life Less Ordinary) ★★★★★

쭈니-1 2009. 12. 9. 14:57

 

 



감독 : 대니 보일
주연 : 이완 맥그리거, 카메론 디아즈, 홀리 헌터, 들로이 린도

[쉘로우 그레이브]와 [트레인 스포팅]의 엄청난 성공을 뒤로하고 대니 보일 감독이 [에어리언 4]를 장 피에르 쥬네에게 넘겨주고 난 후 완성한 작품이 바로 [이완 맥그리거의 인질]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란다.
솔직히 전작인 [트레인 스포팅]은 너무나도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그 덕분에 다음 작품에 대해 집중 조명을 받던 대니 보일 감독이 할리우드의 [에어리언 4] 프로젝트를 과감히 거절하고 난 후 선택한 작품이라 모두들 '어떤 거대한 영화가 나올까?' 궁금해 했었다. 그런데 대니 보일의 선택은 [트레인 스포팅]류의 문제작도, [에어리언 4]류의 거대한 스케일의 영화도 아니었다.
마치 관객들에게 '잠시 쉬었다가세요.'식의 그야말로 편안하고 아기자기한 로맨틱 코미디였던 것이다. 그러나 원제인 [평범하지 않는 삶]이 말해주듯 이 영화는 결코 평범한 로맨틱 코미디는 아니다. [쉘로우 그레이브]와 [트레인 스포팅]의 충격이 너무 컸기에 상대적으로 이 영화가 평범해 보일 뿐이다.
하지만 이 영화가 전작들에 비해 좀 더 대중적이고 좀 더 할리우드적이란 것에는 이견이 없을 듯 하다.
할리우드에서 가장 촉망받는 여배우인 카메론 디아즈의 출연도 그러하고 시종일관 유쾌한 스토리 전개 역시 그러하다.
이 영화는 지상의 경찰서 풍경을 닮은 천국에서 두천사 첩보원 잭슨(들로이 린도)과 오렐리(홀리 헌터)가 특별 임무를 부여받으며 시작한다. 그들의 과제는 청소부 로버트(이완 맥그리거)와 회사보스의 딸 셀린(카메론 디아즈)을 사랑에 빠지게 하는 것.
어느날 보스의 감원 조치에 해고당한 로버트는 절망하여 사장실로 쳐들어가고 얼떨결에(사실은 그녀의 도움으로) 셀린을 납치하게 된다. 그들은 차를 몰아 어느 고립된 산골짜기의 오두막집을 찾아가 은신하고 셀린의 협조로 로버트는납치범의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한다. 한편 두 천사는 보스에게 킬러로 고용된다. 이들의 계획은 최대한 셀린과 로버트를 위험에 빠뜨림으로써 그들이 서로 사랑에 빠지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때부터 천사들과 두 남녀의 쫓고 쫓기는 추적극이 벌어지게 된다.
이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의 요소를 모두 가지고 있다. 카메론 디아즈는 역시 너무나도 귀엽고 이완 맥그리거는 멍청해 보이면서도 매력적이다. 영화는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 않으며 전혀 어울릴것 같지 않은 두 남녀의 사랑을 서서히 진행시킨다.
그러나 감독이 대니 보일이라는 사실을 절대 잊지 않아야 할듯. 그답게 이 영화는 할리우드의 장르의 법칙을 따라가는 척 하면서 그 나름대로의 개성을 영화 속에 불어넣었다. 난데없이 거대한 흑인 남자 천사와 조그마한 백인 여자 천사의 등장이 그러하다. 분명 그들의 존재는 영화의 볼거리를 더욱 풍부하게 하지만 솔직히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상 별로 어울리지 않는 캐릭터이다.
로맨틱 코미디는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랑을 그림으로써 관객을 현혹시켜야 하는데 천사들의 등장은 이러한 기본법칙을 파괴하고 말았다.
셀린의 총알이 로버트의 심장을 지나 그의 뒤에 서있는 냉혹한 킬러를 명중시키는 씬도 그러하고, 현실과 환상이 뒤범벅이 된 SHOW씬 역시 그러하다.
이러한 장르의 파괴는 어쩌면 대니 보일이었기에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그는 '우리의 영화는 예술 영화와 상업 영화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으며 또한 그것들을 넘나들고 잇다. 우리의 영화는 상업 영화보다 지적이지만 예술 영화처럼 어렵지는 않은 영화이다.'라는 말을 실현해 가고 있다.

1998년 5월 20일

*** 2007년 오늘의 이야기 ***

제목이 흥미롭네요.
[카메론 디아즈의 인질]이 아니고 [이완 맥그리거의 인질]이라니...
그만큼 당시엔 카메론 디아즈보다는 이완 맥그리거가 더 유명 배우였다는 뜻이겠죠? ^^
제가 좋아하는 대니 보일의 영화이니만큼 역시 제 기대를 져버리지는 않았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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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잠 '트레인스포팅'은 잠깐 봤는데 '쉘로우 그레이브'는 전혀 못봤군요. 어차피 둘다 제대로 안봤으니^^
대니보일의 영화는 꼭 제대로 한번 보고싶었는데 말이죠.

카메론, 이완맥그리거 둘다 매력을 맘껏 발산하는 영화인듯 합니다.
스토리 자체는 좀 황당하지만 보면서 자연스럽게 웃을수 있는 점이 좋았습니다. 뭐랄까 특별히 로맨틱 코미디라고 하기도 좀 뭐한 장르인것 때문인지
 2007/06/16   
쭈니 전 대니 보일의 영화중 역시 최고는 [쉘로우 그레이브]라고 생각합니다. 시간되시면 꼭 보시길 추천합니다. ^^
[인질]의 장르는 글쎄요... 말씀대로 로맨틱 코미디라고 하기에도 좀 뭐하고, 그렇다고 아니라고 하기에도 그런... 하긴 그런 점이 더 좋았었답니다. ^^
 2007/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