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로버트 저멕키스
주연 : 조디 포스터, 매튜 맥커너히, 제임스 우즈
'외계에 사는 생명체' 이것은 할리우드에서 끊임없이 변형시켜온 영화적 소재이다. 제목을 일일이 다 기억할 수 없는 수많은 B급 영화에서부터 얼마전 [타이타닉]과 [스타워즈]에게 역대 전미흥행 1위 자리를 빼앗겼으나 엄청난 흥행 기록을 가지고 있는 스필버그의 [E.T.], 그리고 그 유명한 [에어리언] 시리즈에서부터 최근 [인디펜던스 데이], [맨 인 블랙], [화성침공], [스타쉽 트루퍼스]까지. 할리우드의 유명한 흥행 감독들은 모두 한번쯤은 외계인 이야기를 다루었다고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이제 [빽 투 더 퓨쳐]시리즈와 [누가 로저래빗을 모함하는가], [죽어야 사는 여자]등의 수많은 히트작을 내고 95년도엔 [포레스트 검프]로 검프 심드룸을 만들어냈던 스필버그 사단의 수석 졸업생 로버트 저멕키스 감독이 이 대열에 명함을 내밀었다.
그러나 그의 도전은 심상치않다. [E.T.]류의 솜사탕같은 이야기나, [인디펜던스 데이]식의 값싼 애국심 그리고 [맨 인 블랙]식의 허무맹랑한 농담들이 아닌 그야말로 과학과 종교 그리고 우주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담긴 진지한 영화를 만들어 냈으니 말이다.
이 영화의 원작은 유명한 천문학자인 칼 세이건의 동명 소설이다. 할리우드에서 수많은 감독들이 영화화를 시도했으나 진지한 주제와 1억달러가 넘는 제작비때문에 포기해야 했다. 그들은 한결같이 '이런 따분한 영화를 1억달러나 들여 만들어야 하나?'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저멕키스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이미 [죽어야 사는 여자]에서부터 점차 영화 속에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했던 그는 [콘택트]야말로 자신의 영화인생의 최대 프로젝트가 될 것임을 예감했다. 그는 조디 포스터, 매튜 맥커너히 등 연기파 배우들을 불러들였고 [포레스트 검프]에서 선보였던 몰핑기법 등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SF기법을 동원하여 드디어 [콘택트]를 완성해냈다.
[콘택트]는 정말 특별한 영화이다. 이 영화속에 담긴 진지한 질문들은 하리우드의 황당한 특수효과 홍수속에서 보석처럼 빛난다.
이 영화가 관객에게 던진 첫번째 질문 : 과연 우주에는 또다른 지적 생명체가 있을까?
사실 이 영화의 시작은 근본적으로 이 질문에서 시작한다. 어린 에리노어가 아버지에게 이 질문을 했을때 그녀의 아버지는 '만약 이 넓은 우주에 우리 인간들 뿐이라면 그것은 엄청난 공간의 낭비가 아닐까?'라고 대답한다. 이 장면은 내가 지금껏 보아온 영화속 대사중 외계인의 존재를 가장 설득력있게 대답해준 장면이었다.
이 영화가 관객에게 던진 두번째 질문 : 과연 과학은 우리 인간을 행복하게 했을까?
인류가 불을 발견한 이래 인류는 계속적인 발전을 해왔다. 인류는 언어를 발명했고, 자동차를 발명했고, 비행기, 우주선, 컴퓨터를 발명했다. 그러나 인류는 그것들과 더불어 화약을 발명했고, 핵폭탄을 발명함으로써 스스로를 죽여왔다.
엘리노어(조디 포스터)박사가 오랜 기다림끝에 외계에서 온 신호를 포착하여 그것이 어떠한 기계를 만드는 설계도임을 알아냈을때 광신도들은 강한 반발을 한다. 그들은 이 발명이야말로 인류를 멸망시킬 발견이라 생각한 것이다. 과학이 인류에게 주는 양면성. 그러나 우선 이 영화는 과학의 손을 들어준다.
이 영화가 관객에게 던진 세번째 질문 : 과연 신은 존재하는가?
이것은 두번째 질문의 반격이다. 두번째 질문이 종교인들이 과학자들에게 던진 질문이라면 이것은 과학자들이 종교인들에게 던진 질문이다. 엘리노어는 젊은 종교 지도자 팔머 존스(매튜 맥커너히)에게 신이 있다는 걸 증명할 수 있냐고 묻는다. 그때 존스는 '당신은 아버지를 사랑합니까?'라고 되묻는다. 그리고 '그 사랑을 증명할 수 있습니까?'라고 물음으로써 엘리노어를 당황케한다.
분명 세상엔 증명할 수 없는 사실이 있다. 그렇기에 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는 없지만 그의 존재는 사실이다. 결국 이 영화는 세번째 질문에서 종교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중립적인 자세를 고수한다.
이렇듯 이 영화는 그 어떤 영화가 할 수 없었던 질문을 영화 속에 제시함으로써 다른 SF영화들과의 차원을 달리했다. 그러나 그렇다고해서 이 영화가 할리우드 영화의 틀을 벗어났다는 것은 아니다. 이 영화의 스펙타클은 할리우드 영화다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외계생명체의 신호를 포착하기 위해 미국 뉴 멕시코주 소코로 사막에 설치한 직경 25m의 광역전파 망원경들을 배경으로한 씬들은 미국의 넓고 수려한 자연 경관을 뽐내는 것처럼 보였으며, 외계인에게온 설계도면을 따라 제작된 거대한 운송기는 할리우드의 기술력과 자본력을 보여주었다.
클린턴 대통령이 등장하는 몰핑기법과 엘리노어가 운송기를 타고 윔홀을 통과하는 장면과 은하계를 건너 도착한 베가성 장면의 특수효과는 관객에게 절대적인 위력을 발휘했다. 아마 이 영화가 완성한 스크린 프로셰서와 비디오 애니메이팅 기법은 다시한번 할리우드의 SF혁명을 일으킬듯.
어마어마한 극의 진행에 비해 조용하게 끝나는 라스트는 이 영화의 유일한 약점. 그러나 엘리노어가 특별한 체험을 통해 인간 각각의 존엄성을 느끼는 장면은 이 영화가 관객에게 해줄수 있는 최상의 결말인듯하다.
1998년 5월 29일
*** 2007년 오늘의 이야기 ***
오랜만에 쓰는 영화노트네요.
한동안 시험공부하랴, 극장에서 죽치랴, 영화야이기쓰랴, 바빴답니다. ^^
게다가 하필 영화노트에서 분량도 많은 [콘택트]가 다음 영화라서 많이 미뤄진 감이 있네요.
암튼 이 영화 제가 무척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외계생명체에 대한 철학적 접근이 어렵지않게 표현된 보기드문 영화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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