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영화노트/1998년 영화노트

러브 러브 ★★★★

쭈니-1 2009. 12. 9. 14:53

 

 



감독 : 이서군
주연 : 안재욱, 이지은

[러브 러브]의 화제거리는 두가지이다. 우선 23세의 여성 감독 이서군의 데뷔작이라는 점에서 화제가 되었다. 박철수 감독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23세의 젊은 나이로 게다가 여성이라는 핸디캡을 안은채 그녀가 얼마나 독특한 영화를 만들 수 있을지 영화계에선 잔뜩 긴장했었다.
그리고 TV 톱스타 안재욱의 영화 데뷔작이라는 점에서 젊은 여성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다. [별은 내 가슴에]라는 드라마를 통해 만인의 연인이 되었던 그가 끊임없는 영화출연을 거부하다 선택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한석규에 이어 또다시 TV 스타의 영화 성공작이 될지 기대가 모아졌었다.
그리고 지금 영화계를 잔뜩 긴장케했던 화제거리는 그 해답을 찾았다. 뉴욕대 3학년에 재학중이라는 이서군 감독의 데뷔는 역시 너무 서두른 감이 있었으며 안재욱 역시 미처 TV 이미지를 탈피하지 못했다.
이 영화는 2038년 서울을 무대로 하고 있다. 그렇다고해서 할리우드식 SF영화를 생각한다면 실망할듯. 이 영화의 소품들은 오히려 30년 이후의 것이라기보다는 30년 이전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나을듯 한 것들로 가득차 있다.
신예 이서군 감독은 젊은 감독답게 시공간에 구애를 받지 않은채 자유롭게 영화속 상상의 나래를 펴고 있다. 과거의 기억을 지우는 기억캡슐, 그것이 이 영화를 이해하는 열쇠이며 이 영화의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주체이기도 하다.
이서군 감독은 기억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을 것이다. 과거의 기억을 지울 수 있는 캡슐, 그것을 위해 영화적 시공간은 2038년일뿐 오히려 시공간은 이 영화에서 그리 중요하지 않다.
냉혹한 킬러 나나(이지은)와 자폐적 만화가 조한(안재욱). 기억 캡슐을 이용하여 나나의 기억을 지우고 그녀를 완전히 소유한 조한은 끊임없이 기억을 상실해가는 나나를 버린다. 그리고 비참한 죽음을 맞이한다.
'Rub Love'는 사랑을 잊어버린다는 뜻. 이 영화의 제목처럼 기억 캡슐로 인해 끊임없이 과거의 기억을 잃어버리는 것은 나나이지만 막상 중요한 사랑을 잊어 버리는 것은 조한이다.
이서군 감독은 과거에 대한 기억과 사랑의 상실에 대해 이야기하는 듯 하지만 그 주제는 관객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다.
오히려 이 영화가 관객에게 어필하는 것은 장르에 구속되지 않는 젊은 감독 특유의 패기이다. 킬러가 등장하고 시대는 2038년이다. 그러나 뉴스 앵커는 번쩍이는 금빛 슈트에 쪽진 머리를 하고 있고 낡은 다이얼 전화기와 구식 타자기가 한 귀퉁이에 자리잡고 있다. 느와르, 코미디, 액션, 구식 멜로 등을 뒤범벅시킨 이 영화는 마치 현재와 미래를 혼합시킨듯한 독특함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게 전부이다.
이서군 감독은 스토리 전개와 주제 전달에 서툰 듯한 인상을 안겨주었다. 대부분의 관객은 영화의 스토리를 따라가기 마련. 그렇기에 뒤죽박죽인 이 영화의 스토리는 기본적으로 관객을 만족시키지 못한다. 그렇기에 영화의 주제는 형식의 독특함에 파묻혀 버린다.
안재욱 역시 아쉽기는 마찬가지. 영화의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가장 중요한 캐릭터인 조한 역을 맡았으면서 치명적인 연기력 부족을 보이며 이 영화의 주제 전달 실패에 한 몫을 해낸다.
분명 주목받은 두 신인의 데뷔는 실패했다. 하지만 분명 두 사람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히다.

1998년 4월 28일

*** 2007년 오늘의 이야기 ***

이 영화 이후 이서군 감독의 필모그래피는 텅비어 있습니다.
이 영화 이후 안재욱이 출연한 영화는 [찜], [키스할까요], [하늘정원] 뿐입니다.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던 이 두 사람중 한 사람은 홀연히 사라졌고, 한 사람은 영화보다는 TV에서 맹활약하다가 국내보다는 중국에서 더 많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그래서 첫 단추가 중요한가 봅니다.

IP Address : 211.187.12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