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영화노트/1998년 영화노트

깊은 슬픔 ★★★★

쭈니-1 2009. 12. 9. 14:50

 

 



감독 : 곽지균
주연 : 강수연, 김승우, 황인성, 배종옥

[겨울 나그네]이후 [상처], [젊은 날의 초상] 등으로 멜로 장르의 작가주의를 추구했던 곽지균 감독이 팜므파탈 느와르 장르 외도작 [장미의 나날]의 참담한 실패 이후 다시 자신의 특기인 멜로 장르로 돌아 왔다.
그러나 곽지균 감독은 90년대의 멜로 영화와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듯 하다. 이 영화의 장점과 단점은 이러한 곽지균 스타일의 변화에서부터 비롯된다.
이 영화의 최대 장점은 90년대식의 화려한 영상미이다. 곽지균 감독은 [깊은 슬픔]을 하나의 그림 엽서만들듯 아름답게 꾸며놓았다. 어린 시절을 나타내는 흑백화면과 각 인물들의 독백으로 시작되는 영화의 도입부와 중반부 그리고 플래쉬백으로 구성되어진 종반부까지. 영화는 1시간 40분동안 군데더기없는 깔끔한 화면구성으로 시종일관 관객의 시선을 잡는다.
곽지균 감독은 마치 강박관념에 시달리듯 90년대 관객에게 새로운 것을 선사하기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는 신세대 관객이 원하는 멜로 영화를 만들기 위해 액션이라는 멜로 영화와는 어울리지 않는 장르를 중간중간에 삽입했으며 너무나 많은 이야기들을 끄집어 내려하고 있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현세(황인성), 은서(강수연), 완(김승우)이다. 그들은 이슬어지라는 곳에서 함꼐 성장해온 친구이자 연인이자 라이벌이기도 하다.
영화는 흑백화면을 통해 이들 세 주인공들의 부모들의 사랑에 얽힌 비밀들을 보여주며 2대째로 이어지는 사랑의 악연을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현세의 독백으로 시작되는 도입부는 현재와 과거(어린시저) 그리고 부모세대의 악연등이 이어지며 복잡하게 시작된다. 관객들은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세가지 화면들을 짜맞추며 내용을 단시간내에 파악해야 하는 숙제를 떠안는다.
그리고 이 숙제를 해결해내지 못한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스토리를 파악하지 못한채 중반부로 넘어가야 한다. 이러한 현상은 곽지균 감독이 원작의 내용을 최대한으로 충실하게 영화 속에 표현하려 했던 과도한 욕심에서부터 비롯된다.
이러한 복잡한 현세의 독백이 끝나자 이번엔 완의 독백이 시작된다. 완의 독백은 액션 장르에 편입된다. 어쩌면 이것은 새로운 감각적인 90년대의 멜로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곽지균 감독의 히든카드였는지도 모른다. 암흑가의 여대부 효선(배종옥)이 등장하고 폭력과 액션이 난무한다. 그리고 김승우의 이중적 매력은 이 씬에서 관객을 사로잡는다.
마지막으로 이어지는 은서의 독백은 오히려 90년대 멜로에서 다시 80년대 멜로로 돌아가려는 기묘한 현상을 불러 일으킨다. 오나은 은서를 버리고 효선을 선택하고 은서는 현세에게 돌아간다.
그리고 이어지는 종반부는 완전히 80년대식 멜로로 돌아가 버렸다. 완은 '널 되찾고 싶어'라고 지껄이고 현세는 의처증에 걸려 은서에게 폭력을 가한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서 은서는 완을 뿌리치지도, 현세의 폭력에 대항하지도 못한채 방치된다.
솔직히 곽지균 감독의 모든 실수는 은서라는 캐릭터에서 나온다. 스타 시스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그는 월드 스타인 강수연을 은서 역에 캐스팅했으며 이미 청순한 이미지를 잃어버린 그녀로서는 은서라는 캐릭터를 소화할 능력이 없었다.
그로 인하여 도입부에서부터 시도하려했던 새로운 멜로는 종반부에 이르러서는 오히려 케케묵은 멜로로 되돌아가고 말았다. 영상과 형식면에서 새로웠던 이 영화가 스토리에서 새로움을 추구하지 못했던 것은 어쩌면 곽지균 감독의 한계였는지도 모른다. 그에게 [접속]식의 새로운 멜로는 애초에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1998년 4월 18일

*** 2007년 오늘의 이야기 ***

별점은 별4개로 평범한 편이지만 꽤 깊은 인상을 남긴 멜로 영화였습니다.
특히 스틸 사진속 하얀 옷을 입은 세 배우의 이미지는 오랫동안 제 기억속에 남아 있었죠.
스토리는 기억이 잘 나지 않았는데 지금 읽어보니 그리 특별할만한 것은 없어보이는 듯...
아무래도 아름다운 영상미 때문에 이 영화에 대한 이미지가 좋게 남아 있었는지도...
곽지균 감독은 이후에도 [청춘], [사랑하니까 괜찮아]를 통해 지속적으로 젊은 감각의 멜로 영화를 시도중이죠.
안타깝게도 흥행면에서 그리 좋은 성적을 내지는 못하고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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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야
저는 책으로 먼저 접하고 영화를 봤는데..아무래도 책의 인상이 강해서 그리 와닿지는 못했어요.. 흠.. 이젠 다시보면..조금 어색할듯 한데.. ㅎㅎ
책도 참 좋은데... 추천해드리면..보실까요? ㅋ
 2008/02/02   
쭈니 투야님의 추천이니 시간되면 챙겨보겠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약속해놓고 안볼지도...
요즘 영화보기에도 시간이 촉박하거든요. ^^;
 2008/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