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이황림
주연 : 박중훈, 김지호
한석규 주연의 [접속]이 두 남녀의 필연적인 만남을 이야기했다면 박중훈의 [인연]은 두 남녀의 천생연분을 이야기하고 있다.
단순히 소재만 놓고본다면 이 두 영화는 매우 비슷한 면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 한국 영화의 흥행을 좌지우지하는 대표적 배우인 한석규와 박중훈의 상반적인 스타일만큼이나 소재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접속]이 도시감각적 멜로 형식을 띠며 대화가 단절된 현대인의 고독을 이야기하고 있다면 [인연]은 로맨틱 코미디의 형식속에서 박중훈과 김지호의 스타성에 의존하고 있다.
이 두 영화의 이러한 상반된 스타일은 주연 배우이며 한국 영화계의 간판스타인 한석고, 박중훈에 의해 결정되어진다.
끊임없이 변신을 시도했던 한석규는 [접속]에서 예전에 자신이 가졌던 이미지와는 또다른 이미지 변신을 통해 [접속]을 신선한 영화로 만들었으며 관객에게도 대단한 호응을 얻었다.
그에비해 코미디라는 장르에 갇혀 반복되는 이미지만을 재생산하던 박중훈은 [인연]에서도 역시 코미디 장르를 벗어던지지 못함으로써 스스로 [인연]을 한물간 시시한 로맨틱 코미디로 전락시키고 말았다.
[꼬리치는 남자]에 이어 두번째 영화에서도 박중훈과 호흡을 맞춘 김지호 역시 박중훈 스스로 판 함정에 빠진채 데뷔작이었던 [꼬리치는 남자]의 실패를 반복하고 있다.
이것은 CF와 TV드라마에서 상큼한 이미지를 쌓아왔던 김지호에게는 매우 충격적인 일이었을 것이다. 아마도 그녀를 스크린에서 다시 만나기는 힘들듯 하다.
[인연]의 실패는 앞에서도 말했듯 장르의 함정에 스스로 빠져들며 비롯되었다. 92년작 [결혼 이야기]에서부터 시작된 로맨틱 코미디 장르는 무려 6년이라는 긴세월동안 한국 영화의 주류로 자리잡았으며 수십편의 영화들이 비슷한 소재와 비슷한 배우들로 비슷한 이야기들을 해왔다. 그리고 이제 한국 영화의 관객들은 지치대로 지쳤으며 [인연]은 그러한 점을 간파하지 못한 것이다.
[인연]엔 앙숙이된 두 남녀가 나오고 우여곡절끝에 서로의 사랑을 호가인하고 결혼하게 된다. 도대체 이 뻔한 이야기를 또다시 꺼낸 의도가 무엇이었을까? 게다가 [인연]은 다른 로맨틱 코미디의 수작에 비해 스토리 전개는 조잡하기 그지없다. 바람둥이였던 박중훈이 왜 갑자기 김지호를 그토록 사랑하데 되었는지, 또 박중훈을 그토록 증오하던 김지호가 왜 갑자기 박중훈의 사랑을 받아들이게 되었는지, 이 모든 것을 감독은 '천생연분'이라는 말 한마디로 설명하려 한다.
도대체 박중훈이 왜 스스로 배우의 생명을 걸고 코미디의 굴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지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다.
1998년 4월 12일
*** 2007년 오늘의 이야기 ***
제 예언이 딱 들어 맞았네요.
김지호는 정말 이 영화를 끝으로 다시는 영화계에 나타나지 않고 TV 드라마에 올인하고 있답니다.
박중훈은 코미디 영화의 한계에서 허우적대다가 결국 액션 영화인 [인정사정 볼것 없다]에서 화려하게 재기에 성공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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