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상탈 에커만
주연 : 줄리엣 비노쉬, 윌리엄 허트
로맨틱 코미디의 법칙은 상큼하고 귀여운 여주인공과 잘생긴 남주인공의 엎치락 뒤치락 사랑싸움을 벌이다 결국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것이다. 로맨틱 코미디는 주로 젊은 관객을 대상으로 하며 그들에게 '나도 저런 사랑해보았으면...'하는 환상을 갖게한다면 그것은 곧 성공이다.
그렇기때문에 관객을 매료시킬수 있는 상큼한 매력의 주인공이 필요하다. 멕 라이언이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으로 등극할 수 있었던 것도 그녀만의 독특한 매력 덕분이다.
그런 의미에서 [카우치 인 뉴욕]은 로맨틱 코미디의 기본 법칙을 무시한 로맨틱 코미디이다. 이 영화의 스토리 라인은 영락없는 로맨틱 코미디의 구조이지만 줄리엣 비노쉬와 윌리암 허트라는 이 영화의 주인공은 아마도 로맨틱 코미디 사상 최악의 캐스팅일 것이다.
이 영화는 '역할 바꾸기'라는 기본 모티브를 가지고 있다. 뉴욕의 저명한 정신분석의 헨리(윌리엄 허트)는 환자들과의 상담에 지친 나머지 2주간 집을 맞바꿀 파리 거주자를 찾는 광고를 낸다.
때마침 나무 많은 구애자에 지친 발레리나 베아트리스(줄리엣 비노쉬)는 잠시 파리의 집을 떠날 작정으로 헨리에게 연락한다. 이제 헨리는 베아트리스의 좁지만 개방적인 집에서 그리고 베아트리스는 헨리의 넓고 고급이지만 어두운 집에서 2주간 생활을 해야만 한다.
영화의 시작은 매우 경쾌하다. 얼떨결에 헨리의 환자들을 상담하게된 베아트리스와 베아트리스의 구애자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헨리의 상황 설정은 '역할 바꾸기'의 재미를 잘 살려냈다.
그러나 이러한 초반의 상큼한 출발은 중반으로 갈수록 처지기 시작한다. 줄리엣 비노쉬는 그녀를 보는 모든 남자는 그녀에게 사랑에 빠지는 매력적인 베아트리스가 되기엔 너무 나이가 많은 듯하며 윌리엄 허트 역시 그가 지닌 연기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한채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어울리기 위해 안절부절하는 듯 하다.
그렇기에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왜 수많은 남자들이 줄리엣 비노쉬에게 잘 보이기위해 안절부절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며 돈많고 냉철한 윌리엄 허트가 왜그리 멍청하게 행동만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렇듯 이 영화의 장르 법칙 파괴는 철저하게 실패하고 만다. 연기파 배우이며 개성파 배우인 두 주연배우는 역시 연기력만으로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도전하기 힘들다는 현실을 여실히 증명했다.
그렇기에 멕 라이언이나 키아누 리브스같은 젊은 배우가 맡았으면 대충 넘어갔을 시나리오의 부실도 배우의 매력이 상실된 이 영화에선 무척이나 크게 느껴진다.
1998년 2월 3일
*** 2007년 오늘의 이야기 ***
이 영화의 스토리 라인을 읽다보니 얼마전 개봉한 [로맨틱 홀리데이]가 생각나네요.
집바꾸기라는 소재가 참신하다고 느꼈었는데... [카우치 인 뉴욕]에서 따온 것이었군요.
당시엔 이 영화에 대해서 상당히 비관적인 평을 했지만 요즘 본다면 꽤 매력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줄리엣 비노쉬와 윌리엄 허트의 로맨틱 코미디라니...
정말 궁금해지네요. ^^;
IP Address : 211.211.31.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