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정흥순
주연 : 박중훈, 레베카 린
코미디 이미지가 굳어버린 박중훈. 그가 탈출구로 선택한 장르가 바로 갱스터 무비이다. 이미 [게임의 법칙]에서 나름대로의 박중훈식 갱스터를 완성했던 그가 [깡패수업]에서는 아예 진지한 프로페서널 갱스터로 변신하여 흥행에 좋은 성적을 올리기도 했었다.
[현상수배]는 박중훈의 코미디 영화와 [깡패수업]에서의 갱스터 이미지를 교묘히 합성한 영화로 호주 올로케와 호주 배우와 스텝진 기용, 그리고 호주로의 수출등 한국 영화의 해외 진출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영화이기도 하다.
물론 그런 의미에서 [현상수배]는 충분히 재평가받아야 한다. 그러나 영화적으로 본다면 [현상수배]는 박중훈의 1인 2역을 통해 어느정도 변신을 꾀했지만 나아진것이라고는 전혀없는 또다른 그저그런 박중훈식 코미디에 지나지 않다.
이 영화엔 두명의 박중훈이 나온다. 한명은 암흑가를 꽉 잡고 있는 잔인무도한 갱스터 써니이고 또 한명은 헐리우드 스타를 꿈꾸는 평범한 청년 제이이다. 제이라는 캐릭터가 [할렐루야]나 [돈을 갖고 튀어라]등의 코미디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박중훈식 코미디 캐릭터라면 써니는 [깡패수업]에서 보여주었던 진지한 표정의 박중훈식 갱스터 캐릭터이다. 박중훈은 흥미롭게도 자신을 대표하는 두 캐릭터를 한 영화안에 등장시킨 것이다. (이 영화의 원안은 박중훈이다.)
그러나 애초에 박중훈은 모험을 할 생각이 없었다. 그는 코미디와 갱스터를 한 영화안에 혼합시켰지만 갱스터는 스토리 전개를 위한 들러리로 전락시키고 영화의 전체적 분위기는 코미디로 채워버렸다. 그렇기에 써니는 영화속에서 몇번 등장하지도 않는채 후반부에 킬러에게 죽임을 당하고 제이만이 영화속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며 미모의 여경찰과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박중훈을 제외한 전 배우가 호주 배우이며 호주 올로케라는 이 영화의 장점은 영화를 통해 잘 살려냈다. 호주 올로케이지만 호주의 관광명소를 카메라에 잡기에 연연하는 촌스러운 로케 영화가 아닌 자연스럽게 호주의 배경을 영화속에 녹여 놓은듯 하다.(아마도 호주 스텝진 덕분이 아니었을까?)
암튼 [현상수배]는 박중훈이라는 배우에게 있어서는 별 기대해보지 못할 영화이지만 한국 영화의 미래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반가운 영화이기도 하다.
1997년 12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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