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영화노트/1997년 영화노트

배트맨 앤 로빈(Batman & Robin) ★★★1/2

쭈니-1 2009. 12. 9. 14:14

 

 



감독 : 조엘 슈마허
주연 : 조지 클루니, 아놀드 슈왈츠네거, 크리스 오도넬, 우마 서먼, 알리시아 실버스톤

팀 버튼이 89년 [배트맨]의 영화화를 추진했을때 영화 관계자들은 '팀 버튼의 기이한 상상력이 또다시 장난을 치는구나'식의 호기심만 내비췄다. 그러나 [배트맨]은 스필버그의 [인디아나 존스 3 : 최후의 성전]을 물리치고 간단히 그해 흥행 톱으로 등극했으며 역대 흥행사상 10위권에 드는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그리고 92년 만들어진 [배트맨 2]로 또다시 블럭버스터의 자리에 오름으로써 헐리우드 영화사상 가장 기이한 블럭버스터로 기록되었다.
밥 케인의 코믹북으로부터 시작되어 60년대말 방영되었던 TV의 인기시리즈였던 [배트맨]은 팀 버튼으로인하여 어둡고 암울한 고담시의 영웅으로 재탄생하였다. 그러나 팀 버튼은 결코 [배트맨]을 영웅주의 영화로 만들지는 않았다. 그는 영웅 배트맨보다 악당들을 더 부각시킴으로써 액션 영화의 새로운 법칙을 만들어냈다. 1편에서 잭 니콜슨이, 그리고 2편에서는 대니 드 비토와 미셸 파이퍼가 악당으로 등장하여 배트맨보다 더 강한 카리스마로 관객을 휘어잡았다.
그러나 헐리우드는 [배트맨 1, 2]의 연이은 흥행에도 불구하고 팀 버튼을 믿지 않았다. 그들은 [배트맨]에게 쫓아다니는 '기이한 블럭버스터'라는 칭송이 듣기 싫었다. 그들은 언젠가는 관객들이 팀 버튼의 기이한 상상력에 실증을 낼것이라고 생각했으며 [배트맨]시리즈가 [슈퍼맨]시리즈와 같이 안전한 액션 영화가 되기를 희망했다. 그래서 3편인 [배트맨 포에버]에서는 팀 버튼을 제작자로 한걸음 물러나게하고(어쩌면 팀 버튼 그 자신이 연출을 거부했는지도 모른다.) 조엘 슈마허라는 가장 헐리우드적인 감독을 기용하였다.
조엘 슈마허는 먼저 배트맨을 늙은 마이클 키튼에서 젊은 발 킬머로 교체하고 토미 리 존스와 짐 캐리에게 악당역을 맡김으로써 팀 버튼의 방식을 쫓아가는 듯 했다. 그러나 [배트맨 포에버]는 제작비에 비해 별 흥행을 거두지 못했다. 그러자 이번엔 아예 팀 버튼을 제작진에서조차 빼버리고 팀 버튼의 [배트맨]이 아닌 조엘 슈마허의 [배트맨]으로 새로운 시리즈인 [배트맨 앤 로빈]을 내놓았다.
[배트맨 포에버]가 팀 버튼과 조엘 슈마허사이에서 갈팡질팡하던 [배트맨]이었다면 [배트맨 앤 로빈]은 완전히 팀 버튼과 결별한 [배트맨]이다. 제작사인 20세기 폭스는 1억 2천만불이라는 엄청난 제작비를 쏟아부었으며 조엘 슈마허는 그중 50%인 6천만불을 배우 개런티로 지불하며 어마어마한 스타 군단을 끌어모았다.
그중 2천5백만불을 챙긴 아놀드 슈왈츠네거를 비롯하여 요즘 한참 주가를 올리고있는 조지 클루니에게 새로운 배트맨 복장을 입혔고 청춘 스타인 크리스 오도넬과 알리시아 실버스톤에게 각각 로빈과 배트걸의 임무를 맡김으로써 홀로 호라약하던 배트맨 진영을 풍요롭게 하였다.
악당 역시 최고의 스타인 아놀드 슈왈츠네거를 비롯하여 섹시스타 우마 서먼을 기용하여 2편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어모아던 미셸 파이퍼의 캣우먼을 연상케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화려한 스타군단의 포진에도 불구하고 [배트맨 앤 로빈]은 제작비를 겨우 건지는 부진한 흥행 실적을 보여주었다.
조엘 슈마허는 자신만의 [배트맨]을 만들고 싶어했다. 그래서 팀 버튼이 보여주었던 우울하고 암울한 영화의 분위기를 코믹하고 밝게 바꾸어 놓았다. 배트맨과 로빈은 서로 잘났다고 티격태격하고 아녀인 포이즌 아이비(우마 서먼)에 홀딱 반해 정신을 차라지 못한다. 분명 이것은 조엘 슈마허다운 재미있는 설정이지만 관객의 공감대를 형성시키는데엔 실패하였다.
조지 클루니는 박쥐가 되기엔 너무 핸섬하고 섹시하며 크리스 오도넬은 배트맨과 동격인 로빈으로 승격되기에는 너무나도 애송이에 불과하다. 알리시아 실버스톤 역시 본격적으로 배트걸로 나서기엔 이전 영화에서 보여주었던 상큼한 매력을 상당부분 잃어버린 것으로 보이며 미스터 프리즈의 아놀드 슈왈츠네거는 지금까지 [배트맨] 시리즈 악당중 가장 썰렁한 악당이었다. 그나마 포이즌 아이비의 우마 서먼의 매력이 돋보이기는 하지만 그녀 역시 캣우먼처럼 관객의 사랑을 받기에는 너무 사악한 캐릭터로 그려져 있다.
조엘 슈마허는 한마디로 헐리우드가 자랑하는 스타군단으로 가장 특별했던 영화의 시리즈를 완벽하게 망쳐놓고 그저그런 오락 영화로 추락시켰다. 벌써부터 팀 버튼의 [배트맨]이 그립다.

1997년 12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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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니 제가 조엘 슈마허 감독을 싫어하게된 이유가 된 영화입니다.
어떻게 이렇게 황홀한 캐스팅과 '배트맨'이라는 소재로 이따위 영화를 만들어낸 것인지...
지금 생각해봐도 화가 납니다.
 2006/08/08   
조광만
이 영화에는.. 차라리 배트걸이 등장하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 것 같았다는 생각이 드네요. 1,2 편 이후로 더이상 대작이 나오지를 않았죠..ㅠㅠ 배트맨 시리즈가 다시 부활하기를 기대할 뿐입니다.  2006/08/11   
쭈니 조광만님은 [배트맨 비긴스]에 그리 만족하시지 못하셨나봅니다.
전 그런대로 만족한 편이라서...
물론 팀 버튼의 그 기이한 분위기는 없어져서 아쉬웠지만...
그래도 배트맨 6번째 이야기를 기다리는 중이랍니다. ^^
 2006/08/11   
영원..
팀버튼씨가 돌아와주길 기대하며.. 손 놓았습니다..;;  2006/08/14   
쭈니 더이상 팀 버튼의 배트맨은 없을듯...  2006/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