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신승수
주연 : 박중훈, 이경영
[투캅스]의 성공이후로 코미디 영화의 황제로 떠오른 박중훈. 그는 로맨틱 코미디의 유행속에 박중훈식 코미디라는 새로운 장르를 창조해냈으며 관객의 열렬한 지지속에 확실한 흥행 메이커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할렐루야]는 [수탉]의 흥행실패이후 [아래층 여자와 윗층 남자], [아찌 아빠]등 흥행성 깊은 풍속적인 영화에 강한 집착을 보인 신승수 감독이 오랜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신승수 감독은 전면에 박중훈을 내세우고 그를 철저하게 영화속에 용해시키려 다짐을 먹은 듯 하다. 그러나 아무리 박중훈이라고 할지라도 혼자 영화의 재미를 책임질 수는 없는 법. 결국 [할렐루야]는 박중훈의 원맨쇼로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끝나버렸다.
박중훈, 그는 자신의 이미지를 너무나도 많이 소비하고 있다. 마치 그에게 있어서 배우의 길은 오직 코미디밖에 없다고 다짐한 사람처럼 엇비슷한 이미지의 반복속에 자신을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유학가기전 [칠수와 만수], [그들도 우리처럼]의 사회성 짙은 영화에 출연했었다는 사실은 이미 관객의 뇌리에서 지워진지 오래이다. 단지 [투캅스]의 속물 형사, [돈을 갖고 튀어라], [똑바로 살아라]등의 건달과 사기꾼의 이미지만이 남아있을뿐이다. 왜 이렇게 되어 버렸을까? 그의 천연덕스러운 표정속엔 분명 코미디가 너무나도 잘 어울리지만 그에겐 [게임의 법칙]에서 보여줬던 카리스마도 분명 갖고 있는데 그는 그것을 망각한 듯 하다.
[할렐루야]는 재미있고 유쾌하다. 박중훈의 코미디는 이 영화에서 유감없이 펼쳐진다. 그러나 이 영화속에는 박중훈이라는 배우의 한계성이 보인다. 그가 코미디에 대한 집착을 버리기전에는 절대 벗어날 수 없는 배우의 한계성이 너무나도 짙게 베여 있다. 그래서 안타깝다.
이제 영화에 대해서 말해보자.
한 사기꾼이 우연히 뺑소니차에 치인 목사를 구하고 돈을 위해 가짜 목사 행세를 한다는 내용은 마치 [돈가방을 든 수녀]와 [시스터 액트]의 변주처럼 보인다. '사기꾼이 목사가 되다'라는 설정 자체가 갖는 코믹성을 신승수 감독은 간파한 것이다. 그 속에 그는 박중훈이라는 스타급 연기자를 중앙에 배치해놓고 관객의 눈에 익은 카메오들을 예상치못한 장면에 대기시킴으로써 웃음을 만들어 놓았다.
게다가 그는 TV속 이미지들을 영화속에 삽입시킴으로써 관객들을 친숙한 TV의 세계로 안내했다. 그렇기에 박철은 [별은 내 가슴속에]에서 얻은 껄렁껄렁한 재벌 2세로 나오고, 고소영 역시 TV에서 얻은 철부지 여대생의 이미지를 그대로 이은채 카메오로 출연한다. 그런가하면 박중훈과 이경영이 같이 찍은 엔크린 CF를 그대로 차용하는 순발력까지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카메오 작전은 한가지 함정이 있다. 더욱더 많은 카메오를 출연시키기위해 불필요한 장면이 삽입되어 그로인한 썰렁함 역시 관객의 몫이라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여장 남자 호스티스로 나온 이휘재이며, 자신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 술집 마담으로 나온 최지우의 경우이다.
신승수 감독은 이러한 웃음을 위한 불필요한 장면들을 위해 영화의 스토리에 필요한 장면들을 놓치는 실수마저 보여주었다. 그 중 박중훈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역할을 맡은 성현아의 변화와 라스트의 돈을 손에 쥐게되었으나 죄책감을 느끼고 자수하는 박중훈의 심경의 변화 장면은 가장 중요한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웃음을 위한 불필요한 장면에 밀려 너무나도 많은 생략속에 그 빛을 잃고 말았다. 결국 이러한 라스트의 부실은 영화의 진실함과 재미, 주제등을 반감시키는 역효과를 낳고 말았다.
결국 [할렐루야]는 반복된 이미지속에 갇힌 배우 박중훈의 한계를 보여준 영화이며, 아울러 관객을 웃겨야한다는 강박관념속에 스토리 전개를 포기해야만 했던 코미디 영화의 함정을 보여준 영화이다.
1997년 11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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