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원규
주연 : 조문탁, 소방방
이연걸의 뒤를 이을 액션 스타로 서극 감독에 의해 발탁된 조문탁은 솔직히 불운한 배우이다. 외모나 액션 연기로 봐서는 전혀 이연걸에 뒤지지 않는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으나 홍콩에서 액션 영화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멜로 영화가 히트하기 시작하자 이연걸만한 인기를 얻지 못했다.
한동안 국내 극장가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홍콩 영화로서는 오래간만에 극장에 개봉된 홍콩 액션 영화가 바로 [비룡]이다. 우너규 감독은 [지존무상], [정전자]가 히트하던 시절이 그리워했는지 때지난 도박 영화에 액션과 로맨스를 첨가했다. 그러나 아무래도 [비룡]은 예전의 도박 영화가 지녔던 인기를 재현하기에는 역부족인듯 싶다.
우선 이 영화는 캐릭터를 너무 낭비하고 있다.
도박과 애인 가운데에 도박을 선택했기에 절친한 친구를 잃었고 이제 쫓기는 신세가 된 귀수(조문탁)와 남편의 죽음이후 도박으로 돈 잃었을때에만 눈물을 흘리는 중년의 여경찰 문저(소방방). 암으로 인해 죽어가면서도 프랑스에 가는 꿈을 이루기위해 억척스럽게 돈을 버는 아군과 오랜 세월동안 문저만을 사랑했던 아군의 오빠등. 모두 한결같이 자신만의 아픔을 가지고 있으나 우너규 감독은 그들의 아픔보다는 액션과 코미디에 더 비중을 두었다. 그렇기에 귀수는 악당 쳐부수기에 몰두하고 문저는 코믹 연기에 몰두하며, 아군은 어울리지않는 말괄량이 소녀와 시한부 인생의 비련한 여인역을 동시에 해야만 한다.
조문탁의 액션 연기가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상처를 표현하지 못하는 그의 연기는 빈 껍데기에 불과하다. 관객이 원하는 것은 액션을 위한 영화가 아닌 영화를 위한 액션인 것이다.
1997년 10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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