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볼프강 페터슨
주연 : 해리슨 포드, 게리 올드만, 글렌 클로즈, 윌리암 H 메이시
헐리우드에선 지금 새로운 유행이 만들어지고 있다. 바로 자국의 대통령을 영웅으로 만들기 작업이다. 이미 96년 썸머시즌에서 [인디펜던트 데이]의 빌 폴만 대통령은 손수 전투기를 조종하며 무시무시한 외계인을 쳐부숴 버림으로써 [인디펜던트 데이]를 96년 최고 히트작으로 만들어 버린 적이 있었다.
약삭빠른 헐리우드의 제작사들은 금새 미국 관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눈치챘다. 80년대 [람보]시대에 유행했던 강한 미국의 이미지가 바로 지금의 미국 관객이 원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구소련의 붕괴로 냉전시대는 끝이 났고 더이상 [람보]나 [코만도]같은 근육질의 전쟁 영웅은 세기말 미국의 영웅이 될수 없었다. 그렇다면 어떤 새로운 영웅상을 제시해야 할까? 이미 우리는 90년대들어 케빈 코스트너로 대표되는 인간적인 영웅상을 지켜보았다. 케빈 코스트너가 [워터월드]로 침몰한 이후 인간적인 영웅 이미지마저 침몰해 버렸지만 관객은 아직 그것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그래서 90년대의 인간적인 영웅과 80년대의 용감무쌍한 영웅이 합쳐진 새로운 영웅상이 제시되었고 [인디펜던트 데이]는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의 평범한 시민들에게 이 영웅상을 끼워넣음으로써 예상밖의 대성공을 거두었다.
그리고 97년 썸머시즌 볼프강 페터슨 감독은 [스타워즈], [인디아나 존스]시리즈로 히피 이미지의 영웅을 창조했던 해리슨 포드에게 대통령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직책에 앉혀놓고 가족과 국가를 위해 홀홀단신으로 무시무시한 테러리스트와 맞서 싸우는 중대임무를 맡겼다.
솔직히 이 영화는 대통령이 액션 히어로라는 점을 제외하고는 예전의 액션 영화들, 예컨대 [다이하드]시리즈나 [언더씨즈 1, 2]등과 같이 폐쇄된 공간에서의 액션 영화의 공식들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현재 미국의 박스오피스에서 승승장구하며 흥행 1, 2위인 [맨 인 블랙]과 [쥬라기 공원 2 : 잃어버린 세계]를 바짝 뒤쫓으며 흥행 3위에 랭킹되어 이으니 영화가 얼마나 유행에 민감한 문화 장르인지를 잘 나타내주고 있다.
[에어 포스 원]은 그야말로 전형적인 헐리우드의 액션 영화이다. [사선에서]와 [아웃 브레이크]로 긴박한 서스펜스 드라마에 장점을 보인 볼프강 페터슨 감독이 아주 맘먹고 흥행 감독으로 군림하기위해 만든 영화인 만큼 스케일도 커졌고 액션은 더욱 긴박해졌다. 해리슨 포드의 어울리지 않는 대통령 연기와 게리 올드만의 악역으로써의 식상한 연기, 글렌 클로즈의 짜증나는 부통령 연기가 관객을 눈쌀 짜푸리게 하지만 여전히 헐리욷 스타들의 위력은 대단하다.
액션 영화로서는 더이상 나무랄데 없지만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의 관객 입장으로 본다면 [에어 포스 원]은 '좀 너무했다'싶을 정도로 미국의 힘을 자랑하고 있다. 그 정도는 오히려 [인디펜던트 데이]를 앞지른다.
그래도 [인디펜던트 데이]는 화려한 특수효과로 그나마 다른 나라의 관객에게 볼거리를 제공했지만 [에어 포스 원]은 헐리우드가 자랑하는 특수효과마저 될 수 있는한 최대로 자제하고 있기까지 하다.
내용인즉 미국의 특수요원이 러시아와 손을 잡고 옛 소련의 부활을 꿈꾸는 카자흐스탄의 독재자를 납치하자 그의 추정자들이 미국 대통령의 전용기를 하이잭킹하며 영화는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내가 극장에서 한참 이 영화를 고나람할때 카자흐스탄에서는 우리나라 대표팀과 카자흐스탄 대표팀의 98 프랑스 월드컵 본선진출 티켓을 놓고 축구경기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 무슨 아이러니란 말인가?)
탈출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샬 대통령(해리슨 포드)은 가족을 구출하기위해 비행기에 남아 테러리스트를 하나, 둘 처치하고 인질을 구한다. 마치 [다이하드]의 97년 버전같은 이 영화의 스토리는 액션 히어로가 형사가 아닌 대통령으로 규정짓고 미국 관객들의 애국심을 충동시킨다.
그러나 마샬 대통령의 한마디에 눈물지으며 라덱 장군을 풀어주는 러시아 대통령의 모습은(꼭 옐친 대통령을 닮아다) 구소련 붕괴이후 이제 내가 세계 최강이라고 으시대는 미국의 자만심이 엿보이며 테러리스트의 통을 육탄으로 막아내는 대통령 수행원의 모습은 약간 황당하기까지 하다. 전 대통령의 부정행위로 감옥에 들어가는 우리나라의 상황에서는 상당히 심술나게 만드는 황당한 영화이긴 하지만 우리도 언젠가는 영웅으로 떠오를 미래의 대통령을 위해 이 영화를 용서해주기로 하자.
1997년 10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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