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영화노트/1997년 영화노트

나쁜 영화 ★★★

쭈니-1 2009. 12. 9. 12:55

 

 



감독 : 장선우
주연 : 김꽃지, 장남경

[경마장 가는 길], [너에게 나를 보낸다]로 포로노그래피의 새장을 열었으며 [꽃잎]으로 최초의 광주 항쟁 영화를 만들어낸 장선우 감독은 이제 정말로 새로운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한다. 국내 아니 전세계에서 그 어떤 감독도 만들지 못했던 그런 영화말이다.
그는 [나쁜 영화]라는 타이틀을 걸고 실제 불량 청소년들을 모집하여 그들의 실제 이야기를 16미리 카메라와 35미리 카메라를 들고 다큐멘터리같은 영화를 찍어냈다. 주연 배우들은 연기 경력이 전혀 없는 아이들로 자신의 실생활을 그대로 보여주었으며, 음향 상태는 잡음이 섞여 관객에게 제대로 전달되지도 않았고, 10대들의 방황은 전혀 거르지 않은 상태에서 관객들에게 전달되었으며, 행려들의 모습 역시 역겨움 자체로 관객에게 전달되었다.
솔직히 말해 장선우 감독의 의도대로 [나쁜 영화]는 정말로 새로운 영화였으며 그 어떤 감독조차 시도해보려하지도 못했던 것들을 그는 과감히 시도하여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소문들은 커지고 결국엔 흥행 성공이라는 결과를 안겨주었다.
난 이 영화가 새로운 형식의 모험적인 영화라는 점에는 이의를 달지 않겠다. 그러나 지성인으로써 장선우 감독이 왜 이런 영화를 만들어야 했는지 이 영화가 가져다주는 의미는 무엇인지 진지하게 묻고 싶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불량 청소년이라고 말하는 이들이다. 본드와 부탄가스를 흡입하고 도둑질과 강도질은 예사이며 집단 강간과 변태 영업소의 접대행위까지 한다. 장선우 감독은 '이것은 실제 우리 청소년들의 모습이니 어서 보라'며 관객에게 강요한다. 관객은 장선우 감독의 강요에 못이겨 우리 사회의 아픈 뒷모습을 보게되지만 그들의 방황을 보고 어른들의 책임을 느끼는 이는 몇이나 될까?
이 영화는 분명 흥행에 성공했지만 대부분의 관객들은 공륜과의 혈투를 벌인후 우여곡절끝에 개봉되는 이 영화의 과장된 소문때문에 호기심으로 영화를 보았다는 점에서 그 문제가 심각하다.
그들은 10대의 방황에 대한 사회성 짙은 다큐멘터리성 영화를 본것이 아니라 실제 불량 청소년들의 난잡한 이야기속에서 10대들의 알몸을 본 것이다. 이것은 다시말해 '10대의 방황은 우리 어른들의 책임이 커'라는 자각보다는 불량 청소년들의 생활을 호기심에 가득차 본후 실제 거리에서 불량 청소년들을 만났을때 영화속의 부정적이고 성적인 장면을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전적으로 장선우 감독의 책임이며 결국 [나쁜 영화]는 관객에게 주제 전달에 실패했다는 이야기도 된다.
주제 전달에 실패한 이 영화는 냉철하게 말해서 영화라고 할수조차 없다. 차라리 심야시간에 TV에서 방영되는 '추적 60분'이라고나 할까?
[나쁜 영화]는 영화가 관객에게 해주어야할 서비스를 철저하게 망각한채 장선우 감독의 개인에게만 만족시키는 매우 개인적인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사운드는 엉망이며 각각의 에피소드는 혼란스럽기만 하다. 게다가 왜 갑자기 행려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결국 그러한 행려들의 장면때문에 10대들의 이야기 전개는 자꾸 그 흐름이 끊기게 되어 버린다.
장선우 감독은 10대들의 도둑 장면을 PC오락 화면처럼 꾸며 자신이 할수있는 최대한의 능력을 발휘했지만 아무래도 [나쁜 영화]는 제목 그대로 '나쁜 영화'로 관객의 뇌리에 기억될듯 하다. 영화라는 문화매개체는 감독 혼자만의 것이 아니고 대다수의 관객과 호흡을 이루어야만 진짜 영화가 됨을 장선우 감독이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1997년 10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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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니

이 영화를 계기로 저는 장선우 감독을 싫어하게 되었죠.
장선우 감독의 새로운 영화에 대한 못말리는 갈망은 결국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이라는 재앙을 낳았습니다.
전 그 영화가 오히려 장선우 감독의 영화중 가장 괜찮았지만... ^^;

 2006/04/13   
바스티스
영화라기보다 다큐멘터리죠? 전 다큐멘터리를 아주 흥미롭게 보면서도 그 장르를 혐오합니다. 다큐멘터리는, 아주 효과적인 기술 중 하나인 영화 제작기술을 이용해서, 편견을 심어주는 매체라는 생각 때문이죠.

실제로 다큐멘터리를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거기에 공감하지 않기란 힘듭니다. 장선우 감독이 계속 이 사회의 실태를"어서 보라"며 관객에게 강요하는 것처럼, 다큐멘터리도 실질적으로는 의견의 교류나 공유보다는, 자신의 사상을 가장 효과적으로 포장해서 남한테 심어주려하는 것 뿐이라는 생각 때문이죠.

"수퍼사이즈 미"나 "화씨 911"도 같은 맥락에서, 흥미롭긴 해도 싫더라구요. 하지만 마찬가지로 엄청 흥행은 했죠. 역시 이슈를 다루는게 다큐멘터리인만큼, 그 다큐멘터리 자체로도 이슈화 되다보니 그런 듯...
 2006/04/17   
쭈니 전 사실 다큐라는 장르 자체는 그리 즐겨 보지않는 편입니다. 영화보는 것에도 시간이 모자라서... ^^;  2006/04/18   
다시 보고 싶지 않은 영화..  2006/05/11   
쭈니 동감입니다. ^^  2006/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