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해롤드 래미스
주연 : 마이클 키튼, 앤디 맥도웰
언젠가 해외화제에서 복제인간기사에 대한 논의가 뜨겁게 이루어진적이 있었다. 해롤드 래미스 감독은 복제인간에 대한 논의를 자기 나름대로 새롭게 해석하기 시작했다. [고스트 버스터즈]제작에 관여했고 [사랑의 블랙홀]을 연출했던 그는 복제인간에 대한 논의에서 새로운 코미디 영화 소재를 발견한 것이다. 그는 바쁜 도시인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보았을 '내 몸이 두개라면...'이라는 환상을 스크린속으로 옮겨놓은 것이다.
건축가인 벅(마이클 키튼)은 너무나 바쁜 나머지 자기 자신은 커녕 가족조차 돌봐줄 시간마저 모자라다. 게다가 아내(앤디 맥도웰)는 벅의 심정도 모르고 일나갈테니 집안일을 도와달라고 선언하고 직장에선 동료의 해고로 두가지 일을 도맡게 된다. 그런 그에게 유전공학자인 리드 박사가 놀라운 제의를 한다. 바로 자기 자신을 복제하는 것. 그래서 태어나게된 제 2의 벅은 외모뿐아니라 개성, 기억까지 실제 벅과 똑같다. 진짜 벅은 일을 제 2의 벅에게 맡겨버리고 자신은 집안에 충실하려하지만 이 또한 장난이 아니다. 아이들 돌보고 설겆이하고 빨래하는 일이 직장일보다 어려운 것이다. 할수없이 제 3의 벅을 족제하여 집안일을 시키고 자신은 여가시간을 보내는 벅. 그러나 복제된 벅들이 자신을 또다시 복제한 제 4의 벅을 데려오며 문제는 커진다. 제 4의 벅은 복제인간을 복제시킨 덕분에 정상이 아닌채로 태어나고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해롤드 래미스 감독의 시도는 일단 좋았다.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문제를 코미디로 풀어나가고 [배트맨]이 전혀 어울리지 않던 코미디 배우 마이클 키튼에게 1인 4역을 시킨 기발함은 높이 살만하다.
그러나 [멀티플리시티]는 코미디에 얽매여 주제에 진지하게 접근하지 못했다. 복제된 벅들도 분명 기억을 가지고 있고 감정이 있는 엄연한 인간이다. 그러나 해롤드 래미스 감독은 그들을 소모품적인 인조인간 취급을 한다. 제2의 벅은 죽어라 일만하고 제3의 벅은 집안일에 매달린다. 그들도 인간이라면 진자 벅처럼 자기자신을 되찾고 싶고 자기 생활을 가지고 싶었을텐데 해롤드 래미스 감독은 그런 복제인간과 실제인간의 갈등을 완전히 배제해 버렸다. 게다가 그는 벅의 복제로 인해 가장 영향을 받을 아내에 대한 캐릭터를 너무나 단순하게 표현하였다. 처음엔 일때문에 정신없는 남편에게 직장에 나가겠다고 조르더니 나중엔 남편이 이상하다고 집을 나가버린다. 이 영화속에 그려진 벅의 아내는 철저하게 이기적이며 또한편으로는 진짜 벅이 집을 비운사이 복제인간들과 섹스를 하는 성적이미지만 강조했다. 그렇기에 [네번의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 [그린카드],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잎] 등에서 매력적인 연기를 펼쳐던 앤디 멕도웰의 매력을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
4명의 벅이 한 집에 살면서 아내나 이웃에게 걸리지 않는것도 설득력이 없고 어떻게 제2의 벅이 번 돈으로 4명이나 되는 벅이 몇달동안이나 생활해 왔었는지 또 마지막엔 진짜 벅이 다시 일과 가정을 되찾자 아무불만없이 떠나는 복제 벅들의 모습과 타지에서 피자가게를 차릴 거금은 어디에서 생겼는지 등 현실적인 문제들도 전혀 해결하지 못했다.
1997년 10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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