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영화노트/1997년 영화노트

로미오 이즈 블리딩(Romeo Is Bleeding) ★★★★

쭈니-1 2009. 12. 9. 12:59

 

 



감독 : 피터 메닥
주연 : 게리 올드만, 레나 올린, 줄리엣 루이스

제목인 [로미오 이즈 블리딩]을 해석하면 '피를 흘리는 로미오'이다. 세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의 '로미오'를 지칭하는 이 제목은 '로미오'가 오랜 세월동안 남자의 대명사였음을 유추해본다면 대강 이 영화의 스타일이 떠오를 것이다. '피를 흘리는 남자'. 그렇다면 남자가 피를 흘리는 이유는 당연히 여자때문일 것이다. 그렇지않다면 굳이 '피를 흘리는 로미오'라는 제목보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잭(게리 올드만)의 이름을 지칭하는 '피를 흘리는 잭'이 영화의 제목이 되었을테니 말이다.
피터 메닥 감독은 타락한 경찰 잭을 통해 이 영화를 말하고 있다. 태초때부터 남자는 여자를 사랑했다. 그러나 피터 메닥 감독은 남자의 파멸의 이유는 바로 여자때문이라 설명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로미오를 죽음으로 몰고간 것이 바로 사랑했던 줄리엣이다라는 식의 이유이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의 줄리엣은 결코 로미오를 따라 죽지않는다. 오히려 그의 고통을 즐기며 환희를 느낄 뿐이다. 이것은 고전 [로미오와 줄리엣]를 뒤집어 보기의 묘미이다.
이 영화엔 3명의 줄리엣이 등장한다. 그 첫번째 줄리엣은 잭의 아내이다. 잭이 곤경에 처하자 자산의 모든 것이었던 돈을 아내에게 건네주고 만날 약속을 할만큼 잭은 아내를 사랑하고 믿었다. 그러나 아내는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고 잭은 영우너히 그녀를 기다린다.
두번째 줄리엣은 잭의 정부(줄리엣 루이스)이다. 그녀는 잭의 노리개감에 불과하지만 역시 잭에겐 소중한 존재이다.
문제의 세번째 줄리엣은 무시무시한 킬러 모나(레나 올린)이다. 자신의 안전을 위해 잭을 유혹하고 이용한다. 그 어떤 영화속의 여성 캐릭터보다도 잔인하고 매혹적이기까지한 모나는 잭을 철저히 이용하고 파멸시킨다.
그러나 피터 메닥감독은 '여자들은 모두 똑같애'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것은 3명의 여자를 혼동하는 잭의 시선에서 알수 있다. 영화초반 잭은 아내의 모습이 모나의 모습으로 보이곤 한다. 아내가 장난으로 잭에게 총을 겨누었을때 그 모습은 모나의 모습으로 바뀌는 것이다. 또 잭이 분노에 휩싸여 모나를 죽이기위해 총을 난사했을때 오히려 총에 맞아 죽는 것은 모나가 아닌 잭의 정부였다. 잭은 그녀를 모나로 착각했던 것이다. 이렇듯 [로미오 이즈 블리딩]은 여자에 대한 남자의 공포를 잘 포착해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종반에 가서 흔들린다. '악당은 무슨 일이 있어도 처벌받아야 한다'는 식의 헐리우드의 강박관념은 결국 잭이 동료의 총을 빼앗아 모나를 죽임으로써 표출된다. 결국 피터 메닥 감독의 이 특별한 그리고 게리 올드만에게 어울릴듯한 어두운 느와르 필름은 남자의 복수로 시시하게 끝나고 만다. 그토록 무시무시했던 여자가 기껏 총 몇발에 쓰러지고 만다. 이것은 너무나 편리한 결말이며 동시에 이 영화에 가장 어울리지 않는 결말이다.

1997년 10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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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니 전형적인 팜므파탈 영화였죠.
다른건 별로 기억이 나지 않는데 게리 올드만의 부패 경찰 연기가 너무나도 인상적이었던 영화였습니다.
 2006/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