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김태규
주연 : 김민종, 이형철, 권용운, 허준호, 박광정, 독고영재
'방위'라는 말은 언제부터인가 웃음거리가 되어버렸다. '방위와 바퀴발레의 공통점'이라던가, '전쟁이 일어날 경우 방위의 임무'등의 방위에 얽힌 농담들은 얼마전까지 한국 병역제도속에 존속했던 방위제도를 우습게 만들었다. 방위 제대했다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를 우습게 보기 일쑤이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속에서 김태규 감독은 방위에 얽힌 농담들에 편승한 데뷔작을 내놓았고 제법 큰 스케일과 농담속에 영화를 진행시켜 나갔으나 아무런 주목을 밪지 못했다.
우선 난 이 영화가 싫다.(난 방위출신이다.) 김태규 감독은 방위에 얽힌 농담과는 차원이 다르게 방위들을 '인간쓰레기'라고 치부해버림으로써 영화를 진행시켜나간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방위 캐릭터들은 웃음을 위해 자신들을 비하시킨다.
그 대표적인 예가 오렌지 방위 행철(김민종)이다. 아버지 잘 둔 덕에 방위에 간 그는 핸드폰에 고급 스포츠카를 몰고다니며 여자 건드리기에 열중한다. 남들 다간다는 군대도 못가 아버지에게 구박받는 장돌(이형철)은 어렸을때 개한테 중요한 부분을 물려 방위에 오게 됐다. 이와 같이 김태규 감독은 방위는 부모 빽쓴 놈이나 병신이 가는 곳으로 치부해 버린다.
나머지 캐릭터들은 또 어떠한가? 허풍선 건달 구충(권용운), 당구에 미처 마누라에게 구박당하는 광정(박광정), 훈련 통지서를 돌리기위해 새벽에 예비군을 찾아갔다가 돈이나 받아먹는 희주(허준호). 이들 모두 관객이 보기에는 한심하기 이를데없는 인물들이다. 이렇듯 방위에 대한 비아냥으로 시작되는 이 영화는 황당한 스토리 전개속에서 그들을 진짜 사나이로 가꾸어 나가게다는 우월감속에 빠져있다.
해커의 장난으로 특공작전을 위해 필리핀에 투입된 5명의 방위들의 우왕좌왕 해프닝으로 영화의 대부분을 채우고 마지막엔 이들이 미국의 네이비씰도 해내지못한 작전을 성공시킨다는 황당한 결말을 이끌어 내고 말았다.
이 영화는 코미디이다. 물론 그렇기때문에 약간의 과장과 농담은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김태규 감독은 영화라는 문화 매개체를 이용하여 방위라는 특정 단체에게 공격을 퍼부었다.(아마도 그는 방위에 대한 원한이 많은가보다.) 그 어떤 누구도 그럴 권리는 없다. 이것은 농담의 차원을 벗어나 '방위는 보잘것 없는 인간 쓰레기이다.'라는 논리를 기정사실화하는 것으로 영화라는 대중 문화가 가지고 있는 힘을 나쁜쪽으로 과용한 것임에 분명하다.
그러므로 이 영화의 시작은 분명 잘못되었다. 만약 이 영화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다면 방위에 대한 잘못된 시선들이 확산될 것이 분명하다. 왜? 국가가 만들어놓은 병역제도에 의해 어쩔수없이 방위라는 집단에 속하게된 무고한 이들이 사회의 잘못된 시선속에서 욕을 먹어야 하나? 현역간 이들이 집에서 출퇴근하며 18개월동안 비교적 쉬운 군생활을 하는 방위들을 부러움섞인 시기를 늘어놓는 것은 참을 수 있으나 이것을 기정사실화하여 대형화면속에서 방위를 비꼬는 도저히 참을 수 없다.
[마지막 방위]는 보통 사람들이 보면 조금 황당하기는 하지만 일단 재미있다. 코미디에 능숙한 배우들의 능란한 코미디 연기는 한바탕 웃음을 터뜨릴만하다. 하지만 입장을 바꾸어놓고 생각해보자. 방위의 입장에서 이 영화를 본다면 재미있기 이전에 상당한 불쾌감을 맛보게 될것이다. 그러므로 이 영화는 상당히 위험한 영화이다. 아무리 김태규 감독이 코미디를 위해 단지 별 생각없이 방위를 소재로 삼았다고는 하지만 그는 영화인다운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이다.
1997년 10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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