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2년 영화이야기

<51번째 주>- 액션보다는 상황을 즐겨라.

쭈니-1 2009. 12. 8. 14:43

 



감독 : 로니 유 (우인태)
주연 : 사무엘L. 잭슨, 로버트 칼라일, 에밀리 몰티머
개봉 : 2002년 6월 6일

드디어 저희 회사에서도 자금난때문에 구조조정을 시작합니다. 사원이 고작 11명밖에 되지않는 작은 회사이지만 11명의 사원중 5~6명 정도만 회사에 남을 것 같습니다.
구조조정을 시작으로 그동안 저와 가장 가까웠던 터프과장이 다른 곳으로 직장을 옮겼으며, 다른 동료들도 회사를 떠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물론 예외는 아닙니다. 조만간 구조조정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이 잡힌다고는 하지만 저도 회사에 남아있기는 무리인 듯 보입니다.
요즘 회사에 출근하면 모두들 멍해 보입니다. 저 역시 일이 통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벌써 나이가 서른인데... 이제와서 어디에서 무얼하라는 건지... 그동안 자기발전에 게을렀던 것이 후회됩니다. 하지만 이제와 후회해봤자 아무 소용없는 것을...
그나마 다행인것은 아직 제겐 책임을 져야할 가족이 없다는 점입니다. 요즘처럼 제 곁을 떠난 그녀가 고맙게 느껴진적도 없습니다. 만약 그녀가 제 곁을 떠나지 않았다면??? 그래서 우리가 예정대로 지난 5월에 결혼을 했었다면??? 아마 전 지금쯤 실의에 빠져 있었을 겁니다. 역시 그녀는 저보다 똑똑했습니다. 이럴줄 어떻게 알고 제 곁을 떠났는지...
요즘 전 무지 우울합니다. 내 자신에 대한 자신감도 없어졌고, 미래에 대한 확신도 없어졌습니다. 정말 이대로 백수로 평생 부모님께 빌어먹을 놈이 되는 건 아닌지... ^^;
하지만 낙천적인 제 성격덕인지 그리 걱정은 되지 않습니다. 백수가 되면 지금까지 모아둔 돈으로 헬스클럽에 등록하여 운동을 시작할겁니다. 어렸을때부터 운동하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했었는데... 하지만 먼저 지금까지 등한시했던 건강을 되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는 군요. 그리고 운전면허도 딸겁니다. 예전에 필기시험에서만 두번 떨어진후 화가 나서 운전면허 안딴다고 선언했었는데... 이제 그만 고집부리렵니다. ^^
절대 낮잠으로 시간을 보내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그리고... 아직 그 이상은 정해진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만약 그녀가 제 곁에 있었다면 한심한 듯이 쳐다봤겠죠. ^^;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렵니다. 정답도 없는 일을 가지고 벌써부터 고민하지는 않으렵니다. 어쩌면 이대로 평생 백수로 늙어죽는 한이 있어도 최소한 남에게 피해주는 일은 하지 않으며 나름대로 정직하게 살렵니다. 지금까지 정해진 것은 이것이 전부입니다. 하지만... 하지만... 내 삶에 자신을 가지고 열심히 그리고 착하게 살아간다면 언젠가는 제게도 기회가 오지 않을까요? 아무래도 그때까진 또다시 부모님께 신세지는 수밖에... 어머니, 아버지 죄송합니다.
이거 이런 글 쓰고나니 괜히 창피하네요. 아무리 개인 홈이라고는 하지만... ^^


 

 

  
시작은 우울하게 했으니 오늘의 영화는 경쾌한 액션 영화로 선택했습니다. 제목은 <51번째 주>...
우선 이 영화에서 관심있게 볼 부분은 감독이 <백발마녀전>과 <야반가성>이라는 영화를 만들었던 홍콩의 우인태감독이라는 점입니다. 이젠 홍콩 감독의 헐리우드 진출은 그리 신기할것이 없지만 그래도 전 부럽기만 합니다. 아직까지 우리에겐 헐리우드는 먼 나라 이야기인것 같은데... 홍콩에선 앞다투어 감독들을 헐리우드에서 모셔가니...
우인태감독은 다른 헐리우드에 진출한 홍콩 감독들과는 달리 헐리우드 데뷰작을 <처키의 신부>라는 공포영화를 선택했었습니다. 전 <처키의 신부>의 전작인 <사탄의 인형>도 보지않은채 우인태 감독의 작품이라는 이유만으로 <처키의 신부>를 봤었는데 정말 인상깊었습니다.
유치함속에서의 번뜩이는 재치라고나 할까요? 암튼 <처키의 신부>에 대한 내 느낌은 매우 호의적이었습니다.
오우삼이나 서극같은 홍콩의 초일류급 감독들도 헐리우드 데뷰작은 장 끌로드 반담 주연의 3류 액션을 만들었었는데 우인태 감독은 오히려 액션보다는 호러 영화를 선택하여 자신의 실력을 맘껏 발휘한 것입니다. 특히 인형간의 정사씬... 정말 생각만해도 웃기네요. 어떻게 저런 생각을 했는지... <죠의 아파트>에서 바퀴벌레들의 정사씬 이후 최고의 정사씬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
암튼 <처키의 신부>의 성공 이후 우인태 감독은 두번째 영화에서 드디어 자신의 장기인 액션 영화를 뽑아 들었습니다. 그것도 헐리우드의 연기파 배우 사무엘L. 잭슨과 영국의 연기파 배우 로버트 칼라일을 앞세워서...


 

 

          
우인태 감독의 이름이 이 영화에 대한 장점이라면 연기파 배우인 사무엘L. 잭슨과 로버트 칼라일이라는 두 배우의 이름은 제가 보기엔 이 영화의 단점으로 보였습니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전 액션 영화는 무엇보다도 시원한 액션 연기를 펼칠 수 있는 스타급 배우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영화엔 액션 스타와는 거리가 먼 연기파 배우들만 나오니... 과연 그들이 관객에게 시원한 액션을 펼칠수 있을런지...
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나니 괜한 걱정을 했다는 생각이 드는 군요.
이 영화는 애초에 액션 배우들의 액션에 기댄 영화는 아닙니다. 우인태 감독은 요즘 액션 영화의 경향인 빠른 편집과 감각적인 화면을 정면으로 내세우고 연기파 배우들이 펼치는 특이한 캐릭터들로 하여금 관객들을 기묘한 상황으로 몰아넣습니다. 그리고 그 상황을 즐기기만 하면 되는 거죠.
이 영화엔 거대한 폭발씬도, 화려한 액션 장면도, 퍼붓는 총알세례도 없습니다. 아니 있긴 하지만 다른 액션 영화와 비교한다는 턱없이 부족해 보입니다. 하지만 우인태 감독은 이러한 액션의 부재를 상황 설정으로 메꿉니다.  
우선 이 영화의 상황을 살펴보죠.
이 영화의 주인공은 캘리포니아 약학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한 맥클로이드(사무엘L. 잭슨). 그러나 그는 대학 졸업식날 마약 제조 혐의로 모든 사회적 자격과 지위를 박탈당합니다. 그리고 30년후 맥클로이드는 마약 거래상 리자드의 밑에서 마약 제조자로 명성을 떨칩니다. 이제 그가 오랫동안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 신종 마약을 리자드에게 선보이던 날... 그러나 그는 리자드를 배신하고 영국으로 건너갑니다. 그는 영국의 최대 마약상 듀란과의 단독 계약을 통해 거금을 거머쥐려 합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그리 일이 쉽게 풀리진 않죠.
기존의 마약보다 51배나 막강한 신종 마약 POS-51을 사이에 둔 맥클로이드와 여러 인간 군상들의 얼키고 설킨 상황을 보여주는 이 영화는 평범해보이지 않는 캐릭터들을 등장시켜 영화속의 상황을 더욱 꼬이게 만듭니다.


 

 


그렇다면 범상치않은 이 영화속의 캐릭터들을 살펴보죠.
먼저 주인공인 맥클로이드는 항상 여성의 치마같은 옷을 입고 다닙니다. 스코틀랜드인들의 전통의상인 듯 보이지만 잘 모르겠네요. ^^; 암튼 치마를 입고다니는 사무엘L. 잭슨의 모습을 생각해보세요. 우스꽝스러울것 같지 않습니까?
그가 영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치마를 입은채 다리를 쫙 벌리고 자자 그를 죽이기위해 뒤를 쫓던 미모의 여성 킬러 에밀리(에밀리 몰티머)는 고개를 숙여 그의 치마속을 들여다보려 합니다. 솔직히 미모의 여성도 아니고 시꺼먼 남자의 치마속을 들여다보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지만 영화가 진행되면서 에밀리의 호기심처럼 맥클로이드의 치마속은 상당한 궁금증을 자아내게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맥클로이드는 관객의 궁금증을 풀어주죠. 시커먼 그 엉덩이를 노출시키며... ^^;
이 영화에서 특이한 캐릭터는 치마를 입고다니는 맥클로이드뿐만이 아닙니다. 맥클로이드와 파트너가 되어 종횡무진 입심을 과시하는 펠릭스(로버트 칼라일)역시 특이한걸로치면 결코 맥클로이드에게 뒤지지않습니다.
지독한 축구광인 펠릭스는 맥클로이드를 두목인 듀란에게 데려가는 막중한 임무중에도 축구팀인 리버풀을 응원하기위해 상대팀인 맨체스터의 팬 소굴에 무작정 쳐들어가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습니다. 그에겐 거액의 마약 거래보다는 리버풀과 맨체스터의 축구시합에 더 관심이 있었죠.
두목인 듀란이 킬러에게 살해되자 그의 걱정은 이제 축구 입장권을 구할 수 없다는 것 뿐입니다. 맥클로이드와 위험한 거래에 뛰어드는 것도 맥클로이드가 거래를 성사시키면 축구 경기 티켓을 주겠다고 유혹했기 때문입니다. 펠릭스의 헌신적인 축구 사랑덕분에(?) 영화의 하일라이트는 축구 경기장에서 벌어집니다.
치마를 입고다니는 주인공과 축구에 못말릴정도로 빠져있는 파트너... 여기에 우인태 감독은 미모의 킬러 에밀리라는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추가함으로써 이 영화속의 특이한 캐릭터들을 마무리 짓습니다.
자신의 일에 단 한치의 어긋남도 없는 미모의 전문 킬러 에밀리... 그러나 그녀는 펠릭스의 전 애인입니다. 냉혈해보이는 그녀가 펠릭스앞에선 사랑스러운 여자로 바뀌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집니다.
펠릭스가 에밀리에 대한 추억을 회상하는 장면과 에밀리가 펠릭스의 곁을 떠나야했던 이유가 설명되는 장면에선 정말 웃음을 참지 못합니다. 두 캐릭터의 개성이 잘 설명되는 장면이었죠.


 

 

    
이젠 이 못말리는 캐릭터들은 서로 손을 잡고 POS-51를 둘러싼 배신이 거듭되는 거래의 현장으로 관객을 이끌어갑니다. 그리고 마지막 반전을 준비해 두죠.
특이한 캐릭터들 만큼이나 결코 범상치않은 이 영화의 전개 방식은 화끈한 액션이 없어도 액션영화가 얼마나 재미있을 수 있는지 관객에게 보여줍니다.
영국과 미국간의 미묘한 우월감과 미국 영어의 속어와 영국 영어의 속어 차이에서오는 영화 중간의 유머 장면은 저에겐 잘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뭐... 액션 영화를 전부 이해할 필요는 없는 거니까... ^^
암튼 오랜만에 편안하게 앉아서 영화속의 특이한 캐릭터와 상황들을 즐기며 액션 영화가 이렇게 만들어도 재미가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해준 영화였습니다. ^^


 

 

      


아랑
이영화는 아직 안봐서...
하튼 상탄거 축하합니다^^
 2002/06/18   

쭈니
고마워요. 역시 아랑님밖에 없네요. ^^  2002/06/18    

엘잠
저는 영화내용보다도 축구팬이라서 그런지 칼라일의 리버풀 사랑에 더 관심이 갔었지요. 이당시는 또 제가 리버풀을 좋아하던 시기라서 그런지 그런 부수적인 요소들이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사무엘 잭슨형님의 퀼트도 나름 재미있었고요.
 2007/11/05   

쭈니
아! 저는 왜 축구가 재미없을까요?
남자라면 거의 대부분 축구를 좋아하시던데... ^^;
 2007/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