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마이클 윈터바텀
주연 : 크리스토퍼 엑클레스톤, 케이트 윈슬렛
고급 순정 만화풍의 영화 [센스 & 센서빌리티]를 눈여겨본 관객이라면 금새 케이트 윈슬렛이라는 배우에 매료되어 버렸을 것이다. 주체할수 없는 젊음의 열정과 감성을 갖춘듯한 완벽한 외모와 연기력. 그녀는 자신의 세번째 출연작인 [센스 & 센서빌리티]에서 확실한 스타로 자리매김을 했다.
[쥬드]는 영국의 주목받는 신예 감독 마이클 윈터바텀 감독의 두번째 작품이자 케이트 윈슬렛의 네번째 출연작이다. 한마디로 영국의 주목받는 감독과 배우가 만난 화제작이다.
1896년에 쓰여진 토마스 하디의 마지막 작품이며 그의 가장 기괴한 비극으로 일컬어지는 [비운의 쥬드]를 원전으로하는 이 영화는 1996년 세계적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이 영화는 크리스트민스터의 대학교육을 받는 것이 꿈인 19세기의 젊은 시골 청년 쥬드(크리스토퍼 엑클레스톤)의 꿈과 사랑을 조용히 따라간다. 대니 보일 감독의 [쉘로우 그레이브]에서 광기에찬 연기를 거의 완벽에 가깝게 표현했던 크리스토퍼 엑클레스톤이 비극적인 청년 쥬드 역을 맡아 그 연기력을 과시했다.
청년 쥬드의 첫 상대는 자신을 향해 관심의 뜻으로 돼지의 성기를 던진 대담한 소녀 아라벨라였다. 쥬드는 그녀가 임신했다고 생각하고 그녀와 결혼하지만 오래가지는 못한다. 아라벨라는 쥬드의 곁을 떠나고 쥬드는 꿈을 이루기위해 크리스트민스터로 향한다. 그곳에서 쥬드는 사촌인 수(케이트 윈슬렛)를 만난다. 그녀의 지성미에 끌리는 쥬드이지만 수는 사촌일뿐이다. 결국 수 역시 필로슨과 결혼하지만 그 결혼 역시 오래가지 못한다. 필로슨과 파경을 맞이한 수는 결국 쥬드의 사랑을 받아들인다. 그러나 서로 이미 다른 사람과 결혼했었던 수와 쥬드의 결합은 지역 사회로부터 냉대를 받게되고 식구까지 늘어난 수와 쥬드의 생활은 점점 궁핍해져만 간다. 그리고 결국 비극은 시작된다.
솔직히 이 부분까지는 조금 지루하다. 윈터바텀 감독은 쥬드와 수의 각자의 결혼생활까지 최대한 생략하고 쥬드와 수의 감정변화를 꼼꼼히 그려내려했다. 그렇기에 영화가 시작한지 중간이 지날때까지 별 진전이 없는 쥬드와 수의 사랑이 관객으로선 답답하게까지 느껴진다.
그리고 또한가지 안타까운 것이 있다면 영화가 너무 암울하다는 것이다. 쥬드와 수가 처음 만나게되는 초반부에는 그럭저럭 생기발랄한 케이트 윈슬렛의 매력이 영상속에 표출되었다. 수에 비해 수동적인 자세만 취하는 쥬드의 캐릭터 성격덕분에 수가 영화속에서 부각된것이다.
그러나 쥬드와 수가 결합하는 중반부에 가서는 영화는 암흑속에 빠진다. 생기발랄하던 수가 궁핍한 생활속에서 점점 그 빛을 잃어가고 버거워한다. 물론 스토리 구성상 어쩔수없는 일이겠지만 케이트 윈슬렛의 팬의 입장에선 너무나도 안타까운 일이다. 솔직히 대부분의 관객들은 케이트 윈슬렛의 전작인 [센스 & 센서빌리티]처럼 아름다운 시대극을 기대했을 것이다. 아름다운 영상속에서 비극적인 사랑의 상처를 기대했을런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쥬드]는 이 모든 기대를 벗어난다. 윈터바텀 감독은 애당초 순정 만화풍의 시대극에는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그가 펼쳐보여준 시대극은 리얼리티가 살아있는 19세기의 영국의 모습을 사실 그대로 그리며 그 속에서 학자가 되고 싶었던 청년 쥬드와 아름다운 그의 사촌 수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표현한 것이다.
영화는 종반으로가며 관객을 충격속으로 몰고간다. 쥬드와 아라벨라 사이에서 낳은 아들 리틀 쥬드가 쥬드와 수 사이에서 낳은 두명의 동생을 죽이고 자살한 것이다. 수는 이 모든 것이 하늘의 벌이라 생각하고 쥬드의 곁을 떠나고 쥬드는 수에 대한 그리움에 괴로워한다. 이 부분에서 관객은 비극적 슬픔에 빠진 케이트 윈슬렛의 또다른 진면목을 발견하게 되고, 몰라보게 수척해진 크리스토퍼 엑클레스톤의 카멜레온같은 연기를 감상하게 된다. 게다가 감독은 관객에 대한 서비스를 위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영화가 끝날무렵 케이트 윈슬렛의 모습을 모아서 단면적으로 보여주는 재치까지 보여준다. 그리고 영화가 끝나면 관객은 짙은 여운을 갖게된다. 이 영화속 쥬드와 수의 슬픈 마지막 모습처럼...
1997년 7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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