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영화노트/1997년 영화노트

바운드(Bound) ★★★★★

쭈니-1 2009. 12. 9. 12:29

 

 



감독 : 앤디 와쇼스키, 래리 와쇼스키
주연 : 제니퍼 틸리, 지나 거숀, 조 판토리아노

90년대 들어서면서 우리들은 X세대 감독들의 장르를 뒤섞어놓은 피와 음모가 가득찬 놀라운 데뷔작들을 겪었었다. 헐리우드에선 [저수지의 개들]이라는 이상한 갱영화를 들고 데뷔한 쿠엔틴 타란티노에 열광적 시선을 보냈으며 영국에선 [쉘로우 그레이브]로 데뷔한 대니 보일을 차세대 영국 작가 감독으로 지명하였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레즈비언 필름 느와르라는 뒤틀린 장르를 가지고 [바운드]로 데뷔한 와쇼스키 형제를 맞이하게 된다. 타란티노와 대니 보일 감독의 동시대적 작가다운 피와 음모가 뒤범벅이된 이 놀라운 데뷔작을 주목하여 보자.
와쇼스키 형제가 헐리우드에서 주목을 받게된 작품은 그들이 각본을 쓰고 실베스타 스탤론과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주연을 한 [어쌔신]이라는 영화에서부터이다. 그러나 [어쌔신]은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고 와쇼스키 형제가 감독으로 데뷔하기위한 초석은 되지 못했다. 그들은 자신만의 힘으로 일어서야 했고 그래서 저예산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자본이 풍부하지 못하다는 그들의 상황은 오히려 [바운드]에 좋은 영향을 끼쳤다. 자본을 줄이기위해 그들은 공간과 등장인물을 제한시켰으며 그 덕분에 사건은 더욱 긴장감 넘치게 관객을 포용한다.
와쇼스키 형제는 느와르 영화를 만들기를 원했다. 그러나 그들은 장르에 구속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래서 등장하는 것이 레즈비언 커플이다. 이 비정상적인 캐릭터를 추구함으로써 [바운드]는 분명 느와르 장르의 영화이면서 또다른 한편으론 레즈비언 느와르라는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킨 것이다.
솔직히 우리나라에서도 이 영화가 주목받은 이유는 바로 레즈비언 영화라는 점에서였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관객에겐 단 한번도 소개된적이 없던 특이한 소재였기에 관객들은 스타도 없는 저예산 영화에 관심을 보인 것이다.
폴 베호벤의 최악의 영화 [쇼걸]에서 그나마 건질만한 수확이었던 지나 거숀과 우디 알렌의 [브로드웨이를 쏴라]에서 뒤늦게 주목받기 시작한 제니퍼 틸리 커플은 [바운드]가 일단 일반 관객의 관심을 쓸게하는데 성공을 거둔다. 그러나 단순히 레즈비언 영화라는 성적 호기심으로 이 영화를 대한 관객이라할지라도 이 영화의 독특한 스타일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솔직히 지나 거숀과 제니퍼 틸리의 에로틱한 장면은 한번밖에 나오지 않는다.)
마피아의 돈세탁업자 시저(조 판토리아노)의 정부 바이올렛(제니퍼 틸리)과 코키(지나 거숀)는 시저가 세탁한 돈(실제 세제로 세탁한...) 2백만달러를 훔치기로 결심하고 세밀한 계획을 세운다. 영화는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그들의 계획은 처음엔 잘 이루어지는듯했다. 그러나 시저가 뜻밖에 마피아 보스들을 살해함으로써 사건은 꼬이기 시작한다. 3명의 주인공(시저, 바이올렛, 코키)은 돈 2백만달러를 차지하기위해 손에 땀을 쥐는 쟁탈전을 벌이고 이들의 쟁탈전속에 새로운 방문객들이 끼어들며 긴장감은 극에 치닫는다.
와쇼스키 형제는 놀랍게도 철저하게 공간을 제한시킨다. 이 모든 사건과 음모는 방음이 되지않는 한 아파트의 두개의 방과 복도에서 이루어지며 카메라가 아파트밖으로 나가는 장면은 단 두커트뿐이다. 이 제한된 공간에서 반전에 반전이 일어난다. 관객은 누가 최후의 승자일지 어렴풋이 짐작은 하지만 확신은 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바이올렛과 코키가 서로 배신을 할수 있기에...
영화의 첫장면이 그러한 관객의 혼동을 유발시킨다. 결박당한채 고통스럽게 쓰러져있는 코키를 비춰주는 이 영화의 첫장면은 바이올렛이 코키를 배신한 것이 아닐까하는 의심을 하게한다. 대부분 첫 장면이 마지막 장면과 연결되는 경우가 많기에 관객들은 무의식적으로 이러한 생각을 하게되는데 그것은 함정이다. 첫장면은 마지막 장면이 아니었으며 마지막 반전의 이전이다. 그리고 레즈비언 커플의 승리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와쇼스키 형제의 놀라운 색조감각(이 영화는 빨강, 검정, 하얀색으로 거의 이루어져 있다.)과 카메라 테크닉, 그리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 구성과 과감한 장르에 대한 도전등 그야말로 놀라운 데뷔작이다.

1997년 7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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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니 이 영화를 볼때는 몰랐을 겁니다. 와쇼스키 형제가 만들어낼 더욱 놀라운 [매트릭스]라는 영화에 대해서...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더니 이 글에서 언급된 타란티노, 대니 보일, 그리고 와쇼스키 형제까지... 정말 대단한 감독들이죠. ^^
 2006/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