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롭 코헨
주연 : 실베스타 스텔론, 에이미 브레네만, 비고 모텐슨
솔직히 고백하건데 난 이 영화를 작년 12월달에 극장에서 관람했다. 그 당시 나의 영화에 대한 평점은 별넷이었다. 그런데 왜 7개월만에 갑자기 이 영화가 좋아진걸까? 글쎄...
실베스타 스탤론이 한참 전성기를 구가하던 80년대엔 그를 따라갈 액션 스타는 없는듯 보였다. 그러나 90년대에 들어서자 그의 영화는 차례로 흥행에 실패하기 시작했다. 그의 최대 라이벌이던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박스오피스에서의 승승장구와 비교해본다면 스탤론의 흥행 실적은 [클리프 행어]를 제외하곤 거의 형편없었다. 물론 아무리 그렇다하더라도 그는 스타이고 아직 미국의 영웅이다.
그럼 이쯤에서 스탤론의 부진에 대하여 연구해보자. 80년대 미국 관객이 원하던 영웅은 초인적이고 무적인 그런 근육질의 영웅이었다. 그 덕분에 [록키]시리즈와 [람보]시리즈의 스탤런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할 수 있었다. 그러나 90년대들며 관객이 원하던 영웅상이 변하기 시작했다. 냉전체계가 무너지고 미국은 경제위기라는 새로운 적을 맞이하였다. 그 틈을 이용해 케빈 코스트너는 인간적이고 자상한 그런 영웅상을 관객에게 제시했고 곧 케빈 코스트너는 영웅이 되었다. 이러한 추세에 아놀드 슈왈제네거는 충실히 따라갔다. 그는 코믹 연기를 선보이며 근육 배우의 이미지를 조금씩 무너뜨려나갔으며 대규모 액션 영화에도 인간적인 면을 부각시켰다. 그런 슈왈제네거에 비해 스탤론은 [데몰리션 맨]이나 [져지 드레드], [어쌔신]등 80년대보다는 약간 세련되어진 액션 영화로 승부에 나섰다. 이제 실베스타 스탤론도 변해야할 시기가 온것이다.
솔직히 [데이라잇]역시 여느때와 같은 그런 영웅주의적 영화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다른 스탤론의 영화에 비교해볼때 시나리오는 탄탄한 편이며 제법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이 영화의 소재는 뉴저지와 맨하탄시를 연결하는 거대한 해저 터널의 붕괴이다. 그렇기에 이 영화엔 악당이 없다. 단지 주인공들이 싸워 이겨나갈 것이라고는 두려움과 이기심 그리고 죽음이다. 영화는 초반 여러 인간군상들을 보여준다. 터널 붕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대량의 폐기물을 몰래 버리려는 악덕업주와 다이아몬드를 훔쳐 도주하는 풋내기 도둑들도 이러한 오프닝 장면에 숨어 있다. 그외 터널에 갇혀 죽도록 고생해야하는 주인공들이 소개된다. 외아들을 잃고 아들이 키우던 개를 자식처럼 키우는 노부부, 재결합을 시도하는 가족, 호송중이던 죄수와 터널 관리원, 그리고 영화에 빠져서는 안될 미모의 여주인공 매들린(에이미 브레네만). 이들은 우연히 터널을 지나게되고 폐기물차와 도주중이던 차의 충돌로 붕괴된 해저터널에 갇히게 된다. 그리고 우리들의 주인공 킷(실베스타 스탤론)이 등장한다. 솔직히 이러한 오프닝 장면들은 그리 새롭지 못하다. 그러나 롭 코헨 감독은 킷의 과거대신 이러한 장면들을 선택했고 그것은 옳은 선택이었다. 덕분에 관객들은 터널에 갇힌 여러 캐릭터들의 성격을 즐길수 있었으니까...
그러나 킷이 위험을 무릎쓰고 터널안에 잠입한다는 설정은 좀 억지이다. 롭 코헨 감독은 차라리 애초에 킷을 터널에 갇하게 하지않고 터널에 잠입하게하였는지 이해가 안된다.
암튼 이 영화는 계속해서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해준다. 헐리우드가 자랑하는 ILM특수효과팀은 쉴틈없이 관객을 흥분시키며 스토리의 구조는 예상외로 탄탄하다. 아울러 이 영화는 매스컴 영웅주의의 허상을 영화초반 비추기도 하고 가족이기주의에 사로잡힌 어리석은 아버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리고 갇힌 아들은 서로에 대한 불신감과 죽음에 대한 공포심과 싸워가며 점차 힘을 합친다.
영화 중간중간에 예상치못했던 죽음을 삽입시켜 감동을 이끌어낼 정도로 롭 코헨 감독의 흥행 감각은 탁월하다. 자세히 뜯어보면 영웅의 모험담과 감동 그리고 특수효과를 적절히 혼합시킨 전형적인 헐리우드 영화에 불과하지만 스토리는 없고 특수효과만 있는 다른 헐리우드 영화에 비해 휠씬 나은 편이다.
1997년 7월 16일
IP Address : 211.176.48.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