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안소니 밍겔라
주연 : 랄프 파인즈, 크리스틴 스코트 토마스, 줄리엣 비노쉬, 월렘 데포
69회 아카데미의 작품상 후보가 발표되자 모두들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후보에 오른 작품들이 하나같이 미국의 거대 메이저 영화사 작품이 아닌 새로운 약진으로 시선을 모으고있는 영화사 작품이기 때문이었다. 그 와중에서도 12개 부문의 후보로 지명된 [잉글리쉬 페이션트]는 보수적인 아카데미 회원들이 선호하는 스펙타클과 로맨스, 전쟁과 비극이 잘 혼합되어 있어 단연코 아카데미를 휩쓸것이라는 예상을 얻어냈다. 그들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고, [잉글리쉬 페이션트]는 작품상, 감독상등 9개 부문을 휩쓸었다.
이 영화는 스리랑카 출신의 캐나다 작가 마이클 온다치의 부커상 수상 작품의 동명 소설을 기초로하고 있다. 헐리우드 제작자들은 모두 한결같이 이 소설이 영화화되기엔 부적합하다는 판결을 내렸으나 영국 태생의 신예 감독 안소니 밍겔라는 [뻐꾸기 둥지로 날아간 새], [아마데우스]의 제작자 사울 자엔츠를 설득하여 영화 작업에 들어갔다. 당시 밍겔라 감독의 경력이라고는 [진실하게, 열정적으로, 깊게]와 [미스터 원더풀]뿐이었기에 아무도 이 영화의 성공을 예상하지 못했으나 [잉글리쉬 페이션트]는 의외의 성공을 거두며 밍겔라 감독에게 영예를 안겨주었다.
이 영화는 두가지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그 첫번째는 헝가리 출신의 탐험가이자 지도 제작자인 알마시(랄프 파인즈)와 그의 동료 부인인 캐서린(크리스틴 스코트 토마스)의 위험하고도 안타까운 사랑이고, 두번째는 심한 부상으로 기억과 얼굴을 잃어버린 그저 영국인 환자라 불리우는 남자와 그를 헌신적으로 간호하는 한나(줄리엣 비노쉬)의 이야기이다.
첫번째 이야기는 2차 대전이 시작하기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탐험을 위해 사막에 머무르던 알마시는 동료 제프리의 부인 캐서린에게 사랑을 느낀다. 그러나 그녀는 이미 다른이의 부인이었기에 알마시의 사랑은 주위를 맴돌기만 한다. 그러다 우연한 사고로 알마시와 캐서린은 사막에 남겨지게되고 그 사건이후로 두사람은 위험한 사랑에 빠져든다.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아프리카의 상황도 긴박해진다. 그 와중에 제프리는 캐서린과 알마시의 불륜을 눈차채고 두 사람과 함께 자살할 계획을 세운다. 결국 사고로 제프리는 죽고 캐서린은 심한 부상을 당한다. 아무도 도와줄수없는 사막 한가운데에서의 사고. 알마시는 도움을 청하기위해 영국 부대에 가지만 군인들은 알마시를 독일군으로 오인 그를 체포하고 가까스로 탈출한 알마시는 아프리카의 지도를 독일군에게 넘기고 비행기를 얻는다. 그러나 이미 캐서린은 죽어있었으며 알마시는 죽은 캐서린을 비행기에 태운다. 그러나 두사람이 탄 비행기는 폭격을 당하고 추락하고만다.
두번째 이야기는 시간적으로 배열한다면 첫번째 이야기가 끝난 다음이다. 폭격사고로인해 심한 부상을 입은 알마시는 연합군의 병원으로 옮겨지고 한나라는 사랑하는 이를 전쟁으로 잃은 간호사를 만나게 된다. 이 파트에선 한나와 이집트인 장교 킵의 사랑이 눈에 띄지않게 잔잔히 전개되며 의문의 인물 데이빗(윌렘 데포)의 등장은 영국인 환자의 과거를 캐묻는 역활을 수행한다.
두번째 이야기는 한나의 사랑이라는 첫번째 이야기와는 독립적인 이야기가 펼쳐지기도 하지만 결정적으로 첫번째 이야기를 조금씩 그리고 은밀히 관객에게 풀어주는 역활을 수행한다. 그렇기에 [잉글리쉬 페이션트]는 균형을 잃지않고 2시간 4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동안 충실히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
아프리카의 사막을 너무나 아름답게 표현한 영상미와 비록 아카데미는 [샤인]의 제프리 러쉬에게 빼앗겼지만 잊지못할 명연을 펼친 랄프 파인즈를 비롯한 주연 배우들의 열연등이 [잉글리쉬 페이션트]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의심할 여지없이 [잉글리쉬 페이션트]는 올해 가장 아름답고 비극적인 스펙타클한 러브 로망스이다.
1997년 7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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