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스티븐 스필버그
주연 : 제프 골드블럼, 줄리안 무어, 리차드 아텐보로
1993년 전세계에 공개되었던 [쥬라기 공원]은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SF의 귀재 스필버그는 쥬라기 시대의 공룡을 실재로 살아있는것처럼 스크린 속에 재현했고, 관객은 살아있는듯 꿈틀거리는 공룡의 환상속에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후 1997년 관객은 [쥬라기 공원]의 속편을 맞을 준비를 해야했으며 전편보다 더 어마어마해진 공룡들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잡게된것이다.
사실 아무리 스필버그라 할지라도 속편에대한 부담감은 상당했을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흥행의 귀재라는 자신의 명성과 전편의 흥행성에도 먹칠을 할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가 내세운 방법은 이미지의 변환이었다. 전편 [쥬라기 공원]은 판타스틱 어드벤쳐의 형식을 띈 반면 속편인 [잃어버린 세계]는 오히려 공포 스릴러 장르에 맞추었다. 쉽게말하자면 전편인 [쥬라기 공원]에서는 인디아나 존스를 공룡의 세계에 떨어뜨려 죽도록 고생하게 만든 반면 [잃어버린 세계]는 [죠스]나 [킹콩]을 뒤섞은듯한 분위기로 관객을 상대한 것이다.
게다가 전편과 비교할수 없을 정도의 어마어마한 공룡들을 대기시켰으며 후반부엔 무시무시한 티라노사우르스를 샌디에이고 시내 한복판에 떨어뜨려 도시를 아수라장으로 만들기도 한다. 그 결과 [잃어버린 세계]는 미국뿐만아니라 전세계적으로 흥행에 승승장구하며 스필버그의 흥행적 감각을 재확인 시켰다.
분명 [잃어버린 세계]는 흥행적으로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나오는 관객들은 한결같이 '전편보다 못하다'라는데 입을 맞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대답은 간단하다. 흥행의 귀재 스필버그 역시 속편에 대한 함정에 빠져버린 것이다.
첫번째 함정은 이미지의 변신이다. 이미지의 변신은 신선함이 떨어진다는 속편의 약점을 보완하기위해 스필버그가 내세운 전략이며 흥행에 좋은 결과를 낳았다. 그러나 우리가 스필버그에게 원한것은 그런것이 아니었다. 스필버그는 항상 [E.T.]나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같은 디즈니적 상상력이 살아움직이는 판타스틱하며 재미있는 영화로 관객에게 환영을 받아왔다. [잃어버린 세계]에서도 관객이 원한것은 전편과 같은 판타스틱한 모험이었다. 결코 미국 도시 한복판에서 사람들을 물어뜯는 무시무시한 광경이 아니었던것이다.
두번째 함정은 스토리 전개이다. [쥬라기 공원]은 베스트셀러 작가 마이클 크라이튼의 원작을 영화화했기에 치밀한 구성이 돋보였다. 그러나 [잃어버린 세계]에서 스필버그는 욕심을 냈다. 물론 전체적인 구성은 마이클 크라이튼의 [잃어버린 세계]를 뒤따랐으나 후반부는 전혀 의외의 사건 진행으로 원작에서 벗어났다. [잃어버린 세계]의 시나리오 작가인 데이빗 콥은 '이건 원작 소설의 속편이 아니라 [쥬라기 공원]의 속편 영화이다.'라고 강조했다. 스필버그가 원작에서 벗어나면서까지 원했던 장면은 티라노사우르스가 샌디에이고 시내 한복판에서 도시를 아수라장으로 만드는 장면이었다. 스필버그의 승부수는 바로 그 장면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스필버그는 마지막 장면을 위해 영화의 치밀한 구성을 포기했다. 관객들은 티라노사우르스가 어떻게 샤냥꾼들에게 생포되었는지 또 샌디에이고로 운송되던 배에선 어떻게 탈출했는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못듣고 도시에서 날뛰는 티라노사우르스를 지켜봐야했다. 스필버그는 실수를 한것이다. 아무리 스펙타클한 장면이라해도 그에대한 당위성이 없다면 재미는 반감된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것 같다.
1997년 6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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