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임영동
주연 : 장 클로드 반담, 나타샤 헨스트리지, 장 위그 앙글라드
이제 얼마 안되서 지도상에 '홍콩'이라는 나라는 사라지게된다. 영국의 오랜 식민통치끝에 97년 6월 중국으로 반환되는 홍콩. 자유주의체제에서 공산주의체제로 급변하는만큼 홍콩은 혼란에 빠져야했고 그러한 와중에 홍콩인들의 혼란을 대변하는 영화산업이 발달하게 되었다. 그러나 홍콩은 이제 그 끝을 바로 앞에두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몇몇 역량있는 홍콩 영화인들은 헐리우드에 진출하여 혼란의 구렁텅이에 빠져나오려는 시도를 하였다. 그 신호탄은 오우삼 감독이었다. 홍콩 느와르 영화의 대가 오우삼은 장 클로드 반담 주연의 [하드 타켓]으로 헐리우드에 진출하여 [브로큰 애로우]의 흥행 성공으로 그 자리를 잡아갔으며 송룡 역시 자신의 영화를 꾸준히 미국 박스오피스에 랭크시킴으로써 헐리우드로의 활주로를 개척했다. 그리고 최근 주윤발과 서극이 헐리우드 데뷔 준비를 하고있다고...
오우삼 감독의 뒤를 이어 헐리우드에 데뷔한 임영동 감독은 홍콩 영화계에서도 리얼리즘이 살아있는 액션 영화로 많은 호평을 받은 인물이다. 그의 영화 풍운 3부작([용호풍운], [감옥풍운], [학교풍운])과 [미스터 갱], [타이거 맨]등의 영화는 우리나라에서는 성공을 거두지못했으나 홍콩에선 이미 걸작 판정을 받았다.
그렇다면 과연 임영동 감독의 헐리우드 데뷔작은 어떤 영화일까? 그 궁금증이 채 가시기도전에 장 클로드 반담이 주연이라는 말에 난 실망하고 말았다. 그가 주연이란 말은 액션은 살아있으나 드라마적 요소는 거의 제거되었다는 뜻과도 같다.
분명 장 끌로드 반담은 장점이 많은 배우이다. 킥봉싱으로 단련된 그의 액션은 영화속에서 마치 살아있는듯 꿈틀댄다.게다가 그의 액션팬들의 높은 인지도에 비해 출연료는 싼 편이다. 그러나 그에게 연기력을 기대한다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오우삼 감독의 헐리우드 데뷔작 [하드 타켓]에서도 그러했고, 결론적으로 이 영화에서도 그러하다. 그렇다면 서극의 헐리우드 데뷔작도 장 끌로드 반담 주연이라는 소문이 들려오던데 서극은 어떠할지...
영화는 장 끌로드 반담이 차량 추격전 끝에 죽는 것으로 시작된다. 시작되자마자 주인공의 죽음은 관객들을 어리둥절하게 하지만 임영동 감독은 곧 죽은 장 끌로드 반담에게 쌍둥이 형이 있었다는 편리한 설정을 내세운다. 자신의 쌍둥이 동생의 죽음에대한 의문을 풀기위해 반담은 러시아 마피아단에 단독으로 침입한다. 그리고 위험천만 고비를 그 특유의 액션으로 헤쳐나간다. 이 영화에도 물론 주인공은 혼자 추격당하지 않는다. 예상대로 반담의 곁에는 죽은 동생의 애인 나타샤 헨스트리지가 함께하고 관객을 위한 눈요기감으로 정사씬도 벌인다. 주인공들은 FBI와 러시아 마피아단의 킬러에게 동시에 쫓기며 숨쉴틈없이 때리고 부쉰다.
임영동 감독은 이 영화에서 돈이 많이드는 폭파씬대신 차량 추격씬과 반담의 격투씬을 이용한 액션을 펼친다. 그러나 그러한 액션씬이 너무 반복되다보니 관객들은 쉽게 식상해버린다. 스토리 전개도 전혀 새로워진것이 없으며 여전히 반담의 연기는 엉망이다. 그는 가난때문에 입양되었다가 죽음을 당한 자신도 모르고있던 쌍둥이 동생에 대해 '내가 죽을 수도 있었어'라고 무표정하게 말한다. 분명 극적 요소가 강한 설정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임영동 감독은 또 프랑스의 실력파 배우 장 위그 앙글라드를 반담의 친구역으로 캐스팅했는데 그를 잘 활용하지 못했다. 분명 장 위그 앙글라드의 연기력정도면 반담의 조잡한 연기력을 충분히 커버해낼수 있었을텐데 그에게 맡긴 역활이라고는 고작 영화후반 러시아 마피아단에게 인질로 잡히는 역뿐이니...
분명 이 영화는 수준이하의 아니 솔직히 말하면 너무 평범한 액션 영화이다. 그러나 오우삼 감독도 그렇게 시작하지 않았던가!!!
1997년 5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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