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마이클 레드포드
주연 : 마씨모 뜨로이지, 필립 느와레, 마리아 그라지아 꾸치노타
멜 깁슨 감독, 주연의 영웅주의 서사극 [브레이브 하트]가 아카데미를 석권한 68회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작에 이탈리아 영화 [일 포스티노]가 노미네이트되어 화제가 되었다. 1973년 스웨덴 영화 잉그마르 베르히만 감독의 [외침과 속삭임]이후 22년만에 외국 영화가 외국어 영화상이 아닌 작품상 후보에 오른 것이다.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시인 파블로 네루다가 본국 칠레에서 추방당한후 이탈리아의 나폴리 근처 작고 아름다운 섬에 망명한 역사적 실화를 근거로한 이 영화는 파블로 네루다의 시가 무엇인지 몰랐던 순진한 청년 마리오의 우정, 그리고 마리오와 동네처녀 베아트리체의 사랑을 주내용으로 하고 있다.
파블로 네루다 역에는 세계적인 명작 [시네마 천국]에서 인상깊은 연기를 펼쳤던 필립 느와레가 맡았다. 또 마리오 역의 마씨모 뜨로이지는 이탈리아의 국민적 배우로 지금은 세상을 떠나 영화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잔잔한 스토리 전개와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 그리고 명배우의 연기등 이 영화는 걸작이 될 조건이 충분했다.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던가? 이 영화는 전체적으로 내겐 매우 실망스러운 작품이었다. 먼저 지루한 스토리 전개와 불투명한 영화의 주제가 날 실망시켰다. 이 영화의 주인공 마리오는 너무 심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무능력하고 멍청하다. 어부의 아들이면서 배를 타는 것은 감기에 걸린다며 싫어하고 가난한 살림에 빈둥빈둥 놀기만 한다. 그러다 돈벌이가 거의 되지않는 우체부가 되겠다고 나선다. 그는 공산주의자도 아니면서 공산주의자인 우체국장과 파블로 네루다를 동경하며 아무것도 모르면서 공산주의자가 되고 마지막엔 사회주의 집회에 참가했다가 밟혀 죽는다. 그는 동네처녀 베아트레체 루쏘를 꼬시기위해 시인이 되겠다고 파블로 네루다에게 매달리고 그가 조금 잘해주자 그를 영웅시대한다. 그는 분명 순박하고 착한 그런 인물이지만 이 영화를 이끌어나기기엔 분명 그 매력이 부족했다.
영화의 주제또한 불분명하다. 마이클 레드포드 감독이 이 영화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이었을까?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시인 파블로 네루다와 순박한 청년의 우정일까? 그러기엔 파블로 네루다의 태도가 미흡하다. 그의 마리오에 대한 태도는 전혀 진지함이 없다. 그 증거로 다시 칠레로 돌아간 파블로 네루다는 마리오와 마을 사람들에 관한 것은 모두 잊어버린다. 단지 마지막 장면에 잠깐 들러 미망인이 된 베아트리체를 만나고 그의 옛 모습을 회상할 뿐이다. 그에 반에 마리오는 자신의 아들 이름을 파블로의 이름을 따짓는등 그를 영웅화한다. 집회에 참가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 앞에 자신의 시를 읊어 파블로를 기쁘게하겠다는 일념에서 였다. 이를 우정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마리오와 베아트리체의 사랑이 이 영화의 주제일까? 그것은 더더욱 아니다. 둘의 사랑은 너무나도 시시하게 이루어져 버렸고 영화 종반에는 마리오와 베아트리체의 사랑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다. 베아트리체 역의 마리아 그라지아 꾸치노타의 매력도 부족했다.
그렇다면 좀 심각하게 나아가 이념에 희생당한 순박한 청년의 이야기가 주제일까?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 2차 세계대전 발발전이고 마리오의 순진함과 멍청함을 생각한다면 이것이 상당히 근접해 있긴하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해도 주제가 아리송하긴 마찬가지이다. 암튼 이 영화는 유럽 영화 특히 프랑스 영화의 세련된 영상미를 감상해온 우리 관객에게 이탈리아 영화 특유의 투박한 영상으로 관객을 실망시켰으며 캐릭터의 무매력과 주제의 불분명함으로 기대했던 날 실망시켰다.
1997년 4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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