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리차드 아텐보로
주연 : 산드라 블록, 크리스 오도넬
'무기여 잘있거라',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등 전쟁의 포화속에서 아름답게 피어나는 사랑묘사에 탁월했던 대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실화를 바탕으로한 애틋한 러브 스토리이다.
먼저 이 영화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간디]로 아카데미를 휩쓸은 적이 있는 명감독 라차드 아텐보로가 메가폰을 잡았다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산드라 블록과 크리스 오도넬이라는 너무나도 어울릴것 같지 않은 두 배우의 출연에도 불구하고 관객에게 기대감을 안겨주었다.
[스피드], [당신이 잠든 사이에], [네트]등의 연속 히트로 순식간에 헐리우드의 스타 자리에 오른 산드라 블록. 그러나 그녀는 최근작 [투 이프 바이 씨]와 [타임 투 킬]을 통해 적어도 나를 완전히 실망시켰다. 그녀는 이전 영화에서 보여주었던 상큼하고 귀여운 이미지를 상실한채 헐리우드 스타로의 상투적인 모습만을 관객에게 보여주었다. 그렇기에 그녀가 간호사복을 입고 전쟁의 포화속에 뛰어들어 젊고 잘생긴 청년과 비극적인 사랑을 나누는 아그네스라는 캐릭터를 연기한다고했을때 솔직히 불신감이 먼저 들었다. '과연 그녀가 해낼수 있을까?' 게다가 어니스트역을 맡은 크리스 오도넬은 또 어떠한가? [배트맨 포에버]에서도 그랬고, [영 러버]에서도 그러했듯이 그의 이미지는 도발적이고 반항적이다. 과연 이러한 상반된 이미지를 가진 두 배우의 결합은 어떠할까?
[러브 앤 워]는 역작은 아니지만 그래도 엉망인 작품은 아니다.(다행스럽게도.) 예상대로 산드리 블록과 크리스 오도넬 커플은 너무 어울리지 않지만 그래도 그런대로 두 배우는 각자의 임무를 충실히 소화해냈다.
산드라 블록은 간호사 복장이 예상외로 잘 어울렸고, 아그네스가 어니스트보다 7살이나 연상이라는 설정때문인지 아그네스의 사랑은 격렬하고 애틋하기보다는 어니스트를 엄마처럼, 누나처럼 보살펴주며 점차 사랑을 느껴간다. 솔직히 산드리 블록에겐 격렬한 사랑은 너무나 안어울리기에 그러한 영화적 설정은 오히려 그녀에게 다행스러운 일일것이다. 문제는 아그네스가 어니스트를 '꼬마야'라고 부르며 동생처럼 생각하다 점차 그의 매력에 사로잡혀 사랑을 느끼는 과정을 산드리 블록이 잘 소화해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영화를 보다보면 아그네스가 어니스트를 어리다고 무시하다가 어느순간 갑자기 전출을 떠나며 편지와 반지를 전해주고 그러더니 또 어느순간 갑자기 찾아온 어니스트의 청혼을 받아들인다. 좀 황당한 설정이긴 하지만 우리 모두 산드라 블록에게 많은 걸 원하지 말자. [투 이프 바이 씨]와 [타임 투 킬]의 엉터리 연기를 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하자.
크리스 오도넬의 연기는 산드라 블록에 비해 안정적이다. 영화를 보기전 그가 어니스트 헤밍웨이 역을 맡는다고 했을땐 대문호 헤밍웨이의 이미지때문에 그가 전혀 어울릴것 같지 않았다. 그러나 '전투에 참가하게 해달라'고 상사에게 조르는 철없는 미국군인 어니스트 역에는 크리스 오도넬이 적격이었다. 다리가 잘릴 위기에 놓여있으면서도 수술전 의사에게 다리에 박힌 총알은 꼭 자기를 달라고 부탁하고 7살이나 연상인 간호사를 철없이 따라다니는 19세 청년 어니스트 헤밍웨이. 그러나 역시 문제는 라스트의 연기에 있었다. 아그네스가 이태리 의사와 결혼한다는 편지를 받고 분노하는 장면과 라스트에 아그네스와 마지막으로 만나는 장면에서는 더이상 어니스트 헤밍웨이라는 캐릭터는 영웅심이 불타는 철부지 미국 청년이 아닌, 사랑의 상처를 안은 대문호 헤밍웨이였고 그렇다보니 역시 크리스 오도넬과는 부합되지 않았다. 물론 내가 연기 분석가는 아니기때문에 두 배우의 연기를 분석한다는 것은 분명 우스운 일이다. 단지 관객의 입장에서 내가 느낀 점을 이야기한것이니 오해없기를...
이제 영화에 대해서 말해보자.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둔것이기에 영화적 재미와 극적 반전은 떨어진다. 전쟁터에서의 아그네스와 어니스트의 사랑은 그렇기에 손에 땀을 쥐게하는 아슬아슬하고 애틋하며 안타깝기보다는 오히려 평범한 편이고 극의 진행 역시 그렇기에 헐리우드가 좋아하는 극적 반전은 없다. 아그네스가 이태리인 의사와 결혼하지 않았다는 것 밖에... 그러나 다른 의미에서 이 영화의 재미를 찾자. 대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진솔하면서 솔직한 사랑 이야기를 감상하는 것도 솔솔한 재미이다.
1997년 4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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