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로저 도날드슨
주연 : 피어스 브로스넌, 린다 해밀턴
재난영화가 다시 부활하기 시작한것은 96년 썸머시즌부터였다. 96년 최고히트작 [인디펜던스 데이]가 SF재난영화라는 타이틀에서 시작하여 전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켰고 스필버그는 장 드봉 감독을 내세워 [트위스터]를 통해 토네이도의 악몽을 스크린에 재현시켰다. 그해 흥행실적은 [인디펜던스 데이]가 1위, [트위스터]가 2위를 차지해 재난영화 붐을 조성했다.
재난영화는 여기에서 멈추지않고 96년 겨울시즌엔 [데이라잇]을 통해 뉴저지와 맨하탄시를 연결하는 거대한 해저터널을 무너뜨렸고, 바로 이 영화 [단테스 피크]는 97년 봄이 찾아오자마자 한 고요한 시골마을에 엄청난 화산을 터뜨렸다.
[겟어웨이], [칵테일], [노웨이 아웃] 그리고 최근 [스피시즈]등 흥행력을 인정받은 로저 도날드슨은 재난영화의 계보를 잇는 [단테스 피크]를 통해 다시 관객을 찾아왔다. 그러나 이 영화는 [트위스터]의 복사판이다. [트위스터]가 회오리 바람의 악몽을 재현했다면 [단테스 피크]는 화산의 악몽을 재현했을뿐 다른 요소들은 [트위스터]를 빼다박았다.
로저 도날드슨 감독은 [단테스 피크]가 제 2의 [트위스터]이기를 바랬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는 [트위스터]의 전략마저 따라했다. 96년 썸머시즌때 [트위스터]는 라이벌인 [미션 임파서블]의 뒷통수를 치며 개봉을 앞당겨 성공하였다. [단테스 피크] 역시 같은 소재의 [볼케이노]보다 먼저 선공권을 쥐려 일주일이나 개봉을 앞당겼다. 그렇다면 결과는? 설마했지만 재난을 피해 도망간 곳에는 더 큰 재앙이 있었다. 1주전에 개봉한 [스타워즈] 특별판에게 참패를 당한 것이다.
[단테스 피크]는 영화 시작까지도 [트위스터]와 닮았다. [트위스터]의 시작은 헬렌 헌트의 어린 시절 토네이도의 습격으로인해 아버지를 잃으며 시작한다. 이 오프닝씬은 어마어마한 토네이도를 기습적으로 관객에게 선보이며 관객을 압도했다. [단테스 피크] 역시 마찬가지이다. 영화는 시작하자마자 거대한 화산의 폭발로 불똥이 온마을을 덮치고 그 와중에서 피어스 브로스넌은 약혼녀를 잃는다.
영화의 라스트는 또 어떠한가? [트위스터]에서는 온갖 고생끝에 헬렌 헌트와 빌 팩스톤의 재결합으로 끝맺음을 하고, [단테스 피크]는 겨우 살아남은 피어스 브로스넌과 린다 해밀턴의 사랑으로 끝맺음한다.
그러나 영화의 전개는 틀리다. [트위스터]가 관객이 지루할때쯤되면 토네이도를 등장시켜 관객을 급습했다면 [단테스 피크]는 시종일관 잔잔하고 조용한 영화진행을 보여주다가 라스트 30분간 모든 것을 날려버린다.
이것이 [단테스 피크]의 장점이다. 화산폭발은 여러가지 단계적인 현상을 일으켜 보다 많은 볼거리를 관객에게 제공해줄수 있다. 처음엔 가공할 지진으로 건물을 무너뜨러더니 용암과 온마을을 뒤덮어버린 석진가루, 철을 녹이는 산성화된 강물과 온마을을 날려버리는 검은 구름 등, 1시간 넘도록 지루하게 앉아있던 관객에게 기다려줘서 고맙다고 보답하듯 온갖 볼거리를 순식간에 펼쳐놓는다. 이때쯤되면 관객들은 헐리우드의 기술에 대해 놀라고 만다. 헐리우드가 자랑할만한 스펙타클과 오락적 재미가 이 영화엔 철저하게 용해되어 있는 것이다.
그렇다. 이 영화는 분명 재미있고 놀랍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론 기술적으로는 진보하고 있으나 독창적인 면에선 퇴보하고 있는 헐리우드의 영화 시스템에 대한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화산학자와 미모의 마을시장이 같은 어려움을 헤치며 결국 사랑을 맺는다는 스토리는 많은 상상력과 볼거리를 제공할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너무 화산폭파에 대한 스펙타클에 집중해고 그렇기에 그들의 사랑은 뒷전으로 밀린다.
96년부터 등장한 재난영화가 고전재난영화인 [타워링]이나 [포세이돈 어드벤쳐]보다 기술적인 면에선 상당한 수준으로 올라왔으나 내용면에선 엄청나게 퇴보했다. [트위스터], [데이라잇], [단테스 피크]를 비교해보라. 기본 줄거리가 똑같다는 것을 알수있다. 단지 토네이도, 터널붕괴, 화산폭발이라는 재난대상만 변했을뿐이다. 물론 언제부터인가 헐리우드 영화에 대한 관객의 기대가 내용적인 측면보다는 기술적인 측면에 보다 치우쳐있긴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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