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팀 버튼
주연 : 조니 뎁, 마틴 랜도우, 패트리샤 아퀘트
헐리우드에서 가장 엉뚱한 감독을 꼽으라면 당연코 저는 팀 버튼을 선택할 것이다. 그가 만드는 영화는 모두 일반 관객의 상식을 뛰어넘었다. 85년 장편영화 데뷔작 [피위의 대모험]을 비롯, 너무나도 엉뚱했던 호러영화 [비틀쥬스 - 유령수업]을 거쳐 그는 89년 [배트맨]으로 당당히 스필버그의 [인디아나 존스 3]를 눌러버렸다. 음침하고 복잡하며 어둡고 지나치게 예술적인 철저하게 반헐리우드적인 [배트맨]은 그해 흥행톱을 기록했고 지금까지 블럭버스터 영화중 가장 엉뚱한 작품으로 헐리우드 역사에 기록되어 있다.
그의 엉뚱함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아무도 예상못했던 [가위손]을 통해 로맨틱 영화마저 엉뚱하게 변형시켜놓았고, 자신의 두번째 블럭버스터인 [배트맨 2]를 거쳐 [크리스마스의 악몽]이라는 엉뚱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완성했다. ([크리스마스의 악몽]은 그가 감독이 아닌 원안과 제작을 맡았다.) 최근 헐리우드에 개봉되어 엄청난 흥행재난을 맞이하고 있다는 [화성침공]은 엉뚱한 SF영화이다. 이렇듯 그가 감독한 영화는 장르를 초월하여 '엉뚱함'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조엘 슈마허가 감독한 [배트맨 포에버]와 팀 버튼이 감독한 [배트맨 1,2]를 비교해보면 팀 버튼의 엉뚱함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 내가 이야기하려고하는 이 영화 [에드우드]역시 매우 엉뚱한 전기영화이다.
헐리우드 사상 최악의 감독이라는 에드워드 D 우드 주니어. 팀 버튼이 그의 전기영화인 [에드우드]의 제작을 밝혔을때 아무도 놀라워하지 않았다. 이미 그의 엉뚱함을 충분히 경험했기에. 팀 버튼은 [배트맨]의 성공이후 실패하고 싶어 애를 쓰는 것처럼 보였다. 급기야 그는 저예산과 흑백영화 그리고 전기영화라는 헐리우드의 3대 금기에 도전했다. 그리고 그는 그의 영화사상 최고의 작품을 완성했다.
조니 뎁이 연기한 에드우드는 전형적인 패배주의자이다. 그는 싸구려 공포 영화와 엉터리 SF 영화로 끊임없이 실패를 맛보았으며 제작비를 구하기위해선 제작자의 아들을 영화에 출연시키는 방법까지 동원했고 같은 장면을 두번 촬영하는 일조차 없다. 그에겐 NG란 존재하지 않았으며 영화 소품을 구하기 위해 다른 제작사의 소품을 훔쳐 촬영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작품에 대한 확신과 애정이 있었고 그렇기에 팀 버튼 감독은 에드우드는 훌륭했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이 영화에서 꼴등 에드우드와 헐리우드 사상 가장 위대한 감독이라는 일등 오손 웰즈를 만나게 한다. 에드우드는 '헐리우드에서 제작과 연출, 각본과 주연까지 모두 해낼수 있는 사람은 오손 웰즈와 자신뿐이다.'라며 제작자에게 말하고 술집에서 우연히 마주친 오손 웰즈는 '소신이 있다면 싸울 가치가 있다. 왜 남의 꿈을 위해 인생을 낭비하는가?'라고 에드우드에게 충고한다. 그렇다. 에드우드는 비록 비평가들에게 혹독한 비난을 받았지만 자신의 영화에 대한 소신이 있었고 그렇기에 그는 위대했다. 오손 웰즈와 에드우드의 차이는 한명은 비평가들에게 호평을 받았고, 한명은 악평을 받았다는 것, 그것뿐이다. 이 영화는 그렇기에 가장 팀 버튼 감독다운 작품이며 그의 영화 철학이 진지하게 담겨진 영화이다.
팀 버튼은 또한 헐리우드에 대한 불신 역시 감추지 않았다. 왕년의 공포영화 최고의 배우였으나 한물갓다는 이유로 퇴물취급을 받아 약물중독에 시달리다 쓸쓸히 죽어가는 베라 루고시(마틴 랜도). 그는 돈이 되면 영웅받들듯이 모시다 돈이 안되면 헌신짝 버리듯 외면하는 비인간적인 헐리우드 시스템에 대한 팀 버튼의 비난이다. 마틴 랜도의 완벽한 연기는 너무나도 애절했으며 그렇기에 관객은 팀 버튼의 비난에 동의하고 나선다. 헐리우드가 외면한 퇴물스타를 에드우드는 외면하지 않았다. 그는 끝까지 그를 도와 주었으며 지켜주었다. 그렇기에 우리는 여자옷을 즐겨입는 복장도착증 환자인 그를 미워할수 없다. 아니 자신이 복장도착증이라는 것을 당당히 밝히는 그의 용기를 존경하게 된다. 팀 버튼은 자신도 언젠가는 벨라 루고시처럼 될것을 두려워하는 것처럼 보였고 그렇기에 헐리우드보다 더 먼저 헐리우드를 배신했다.(마치 에드우드의 영화처럼 보이는 [화성침공]이라는 영화를 통해... 그는 이 영화의 엄청난 실패를 예상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는 자신의 운명이 오손 웰즈이면서 동시에 에드우드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1997년 3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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