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영화노트/1997년 영화노트

타임 투 킬 (A Time to Kill) ★★★1/2

쭈니-1 2009. 12. 9. 09:09

 

 



감독 : 조엘 슈마허
주연 : 매튜 맥커너히, 사무엘 L.잭슨, 산드라 블럭, 케빈 스페이시, 애슐리 쥬드, 도널드 서덜랜드, 키퍼 서덜랜드

헐리우드의 제작자들은 소설가 존 그리샴의 법정 스릴러 소설이 충분히 상품의 가치가 있다는 걸 일찌감치 깨달았다. 존 그리샴의 법정 스릴러 소설엔 헐리우드가 좋아하는 정의와 서스펜서 그리고 마지막 반전등이 잘 농축되어 있고 관객들 또한 그러한 소재를 좋아하니 무엇을 망설이겠는가?
시드니 폴락 감독, 톰 크루즈 주연의 [야망의 함정], 알란 J파큘라 감독, 줄리아 로버츠, 덴젤 워싱턴 주연의 [펠리칸 브리프], 조엘 슈마허 감독, 수잔 새러던, 브래드 랜프로 주연의 [의뢰인]등 우리는 존 그리샴의 탄탄한 원작과 헐리우드 배우의 매력이 듬뿍 담긴 영화들을 보아왔으며 96년 썸머시즌에 소개되었던 존 그리샴의 처녀작 [타임 투 킬]을 만날 준비를 해야한다.
[의뢰인]에 이어 두번째 존 그리샴 원작의 영화 메가폰을 잡은 조엘 슈마허. 존 그리샴이 각본뿐 아니라 제작에도 관여했다는 사실을 상기했을때 그가 얼마나 조엘 슈마허 감독을 신임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조엘 슈마허 감독은 그러한 존 그리샴의 지원에 보답이라도 하듯 쟁쟁한 헐리우드 스타들을 영화에 포진시켰다. ([배트맨 포에버]에서 발 킬머, 짐 캐리, 토미 리 존스, 니콜 키드먼, 크리스 오드넬, 드류 배리모어 등을 한 영화에 모아놓았던 조엘 슈마허의 능력을 되새겨보았을때 [타임 투 킬]의 출연진은 그리 놀랄만한 사실이 아니다) 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기전에 이 영화의 스타들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보자.
이 영화의 캐스팅중 가장 주목해야할 배우는 매튜 맥커너히이다. 25세의 무명배우 매튜 맥커너히는 브래드 피트를 강력히 원했던 헐리우드 제작자의 요구를 뿌리치고 존 그리샴의 강력한 추천에 의해 캐스팅된 배우로 이 영화를 통해 제2의 폴 뉴먼이라는 극찬을 받아냈으며 [타임 투 킬]의 흥행 성공으로 새로운 스타로 발돋음했다.
헐리우드의 흑인 배우중 가장 독특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는 사무엘 L.잭슨. 그는 [다이하드 3]에서 브루스 윌리스, [롱키스 굿나잇]에서는 지나 데이비스의 연기를 지원하며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 나갔다. [타임 투 킬]에서는 미숙한 매튜 맥커너히의 연기를 지원했다.
헐리우드의 최고의 여배우 산드라 블럭도 이 영화에 등장한다. 매튜 맥커너히를 도와주는 법학도로 출연한 그녀는 [스피드], [당신이 잠든 사이에]등의 약간 어리숙한 이미지에서 벗어나려 무척이나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그 외 [쎄븐]의 불가사의한 살인범역과 오스카 남우 조연상을 수상한 [유주얼 서스펙트]의 권모술수에 능한 범인역으로 우리나라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던 케빈 스페이시가 냉혈한 검사역을 맡았으며, [히트]에서 발 킬머의 부인역으로 나와 비운의 연기를 보여주었던 애슐리 쥬드가 매튜 맥커너히의 부인역으로 나온다. 도널드 서덜랜드와 키퍼 서덜랜드 부자도 이 영화에 출연하는데 도널드 서덜랜드는 매튜 맥커너히의 스승으로, 키퍼 서덜랜드는 KKK단의 대장으로 출연하여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다.
그러면 이제 영화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던가? 이 영화는 화려한 출연진에도 불구하고 실망적이다. 너무 헐리우드적인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어린 딸을 강간한 두 백인 청년에 대한 한 흑인 아버지의 복수로 시작되는 전반부는 미국 사회에 뿌리 깊은 흑백 차별 문제를 정면으로 부각시키며 문제성을 제시, 산뜻한 출발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그 후 영화는 전반부에 내세운 무거운 주제를 지탱하지 못하고 흔들거린다. 법정 스릴러의 달인 존 그리샴의 원작도 이 부분에선 영화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존 그리샴 역시 데뷔작은 야심에 비해 스토리 전개가 부실했으며 영화는 그러한 원작의 부실함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소설 [타임 투 킬]은 존 그리샴의 유일한 실패작이란다.) 매튜 맥커너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지만 아무래도 연기력이 부족해보였고, 산드라 블럭 역시 예전의 산뜻함을 잃은듯하다. 다만 매튜 맥커너히의 부인으로 잠시 나왔던 애슐리 쥬드만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영화가 라스트로 전개되어가며 영화는 더욱 비틀거린다. 흑인 아버지의 복수와 풋내기 변호사의 정의 싸움. 그리고 그를 도와주는 미모의 여대생과 KKK단의 무질서한 테러와 흑인들의 시위등 너무 많은 이야기를 펼쳤던 영화는 라스트는 감동적이어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억지 감동을 이끌어내려한다. 생각해보라. 유죄라고 결정한 배심원들이 강간당한 아이가 흑인이 아니고 백인이라고 상상해보라며 눈물을 흘린다고 무죄라고 생각하겠는가? 그리고 또 아무리 생각해봐도 딸의 복수를 위해 법정에서 두 범인을 살해한 흑인 아버지는 명백하게 살인이고 유죄이다. 영화는 너무 감상에 젖어 살인마저 용서하고 이것을 정의라고 단정해버린다.

1997년 2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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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니 헐리우드 감독중에서 제가 가장 싫어하는 감독이 바로 조엘 슈마허입니다. 그 결정적인 이유는 그가 [배트맨 시리즈]를 망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타임 트 킬]처럼 그의 영화가 일부를 제외하고는 상당히 실망스러웠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도 소득은 있네요. 바로 애슐리 쥬드라는 배우의 발견입니다. 물론 [히트]에서부터 눈여겨 보았지만 이 영화를 계기로 확실히 그녀를 좋아하게 되었죠. ^^
 2005/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