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알란 파커
주연 : 마돈나, 안토니오 반데라스, 조나단 프라이스
97년 골든글로브에서 [에비타]가 뮤지컬부문 작품상에, 그리고 마돈나가 여우주연상을 수상하자 헐리우드 영화 관계자들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이라는 마돈나의 숙원이 가까워졌다고 예견했다. 그러나 안타까운 속보한가지. [에비타]는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서 탈락했으며, 마돈나 역시 여우주연상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단다. 쯧쯧쯧!!!
아르헨티나의 전설적인 퍼스트레이드 에바 페론의 드라마틱한 일대기를 옮긴 스펙타클 뮤지컬 [에비타]는 제작전부터 화제에 올랐던 영화이다. 알란 파커 감독은 주인공 에비타역에 미셀 파이퍼를 염두에 두고 있었단다. 하지만 그녀는 알란 파커의 오랜 기다림의 보람도 없이 덜컥 임신을 하고 말았고 난감해하던 그에게 마돈나의 열정적인 편지가 배달되었다. '어느 누구도 에비타를 자기만큼 할 수 없다. 노래도 할수 있고, 춤도 출수 있고, 온맘을 다해 연기도 할수 있다. 함께 일하기로만 한다면 시간을 전부 여기에 쏟아부을것이며 모든 것을 감수하겠다.'라는 4페이지의 열정적인 편지는 알란 파커 감독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했다.
그녀의 캐스팅은 에바 페론을 성녀로 추앙하는 아르헨티나 국민들에게 강한 반발을 받았으나 알란 파커 감독이나 마돈나에겐 매우 만족스러운 결과였을 것이다. 사실 알란 파커 감독은 에바 페론이라는 인물에 대한 영웅만들기에는 별고나심이 없었다. 그는 첩의 자식으로 태어나 퍼스트 레이디의 자리에까지 오른 에바 페론이라는 인물을 진실하게 그릴 작정이었다. 돈도 배경도 없던 15세의 시골소녀 에바 페론. 그녀는 탱고 가수 마갈디를 유혹하여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올라와 많은 남자들을 유혹, 이용하며 결국 퍼스트 레이디가 된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마돈나도 마찬가지. 밑바닥 인생에서 최고의 스타의 자리에 올랐으니 알란 파커가 생각하고 있던 에바 페론의 이미지와 어느정도 맞아 떨어졌던 것이다.
마돈나의 경우 이 영화의 출연은 이미지 변신의 절호의 찬스였던 것이다. 그녀는 공연때 야한 안무와 수많은 남성편력으로 지금의 스타의 자리에 올랐으나 자신이 그토록 원했던 아이를 갖게 되었으니 어머니로써의 변신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녀는 '나의 영혼속에 에바 페론이 살아 있다'고 호들갑을 떨었으며 사실 에바 페론의 연기는 멋들어지게 해냈다. [딕 트레이시], [육체의 증거]등 많은 영화에 출연했으나 별 평가를 받지 못했던 그녀가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으니 큰 성공이라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런데 왜 아카데미는 그녀를 후보에조차 들지 못했을까? 고매하신 아카데미 회원들은 창녀같은 마돈나의 이미지 변신을 용납하지 못했는지도 모르겠다.
이 영화의 또다른 스타인 안토니오 반데라스는 알란 파커 감독과 식사도중 [에비타]의 노래들을 소리내어 불러댔다고 한다. 사실 반데라스의 헐리우드 정착기인 94, 95년만 하더라도 그는 정착을 위해 고만고만한 영화에 무더기 출연하여 팬들에게 실망을 주었으나 이제 헐리우드의 스타로 자라잡은 지금 그의 영화적 안목은 다시 원상태로 돌아왔고 [에비타]는 그러한 반데라스가 선택한 첫 영화인 셈이다.
전형적인 헐리우드의 대작인 [에비타]는 엄청난 제작비와 물자, 인원을 동원한 오랜만에 접하게 되는 뮤지컬 영화이다.
이 영화의 스펙타클은 뮤지컬 영화로는 믿기 어려울 정도이다. 처음 에바의 죽음 장면이 알려지는 장면이라든가. 에바의 연설장면등에 동원된 인원과 강한 화면전개는 금새 관객을 사로잡았다. 특히 대사의 거의 대부분을 노래로 처리한 알란 파커 감독의 실험 정신이 돋보였다. (몇몇 관객에겐 당혹스러워겠지만...) 배우들의 명연기도 볼만했는데 마돈나뿐아니라 이 영화의 나레이터인 안토니오 반데라스의 차갑고도 강한 연기는 일품이었다. 후안 페론역의 조나단 프라이스으 연기도 이 영화의 성공을 도왔다. 'Don't cry for me Argentina'등의 노래들은 감미롭거나 강렬하게 관객을 사로잡았다.
이 영화에서 특히 좋았던 점은 에바 페론이라는 인물에 대한 한쪽으로 치우치지않은 알란 파커 감독의 객관적인 입장이다. 성공을 위해 남자를 자신의 침실로 끌어들이는 요부적인 에바의 이미지와 아르헨티나의 국가적인 문제를 ㄱ구모로써 현명하게 처리한 성녀적인 이미지를 잘 부합시켰다.
P.S. 안토니오 반데라스의 아내인 멜라니 그리피스는 마돈나가 그를 유혹하는 것을 막기위해 촬영장소에 쫓아다녔단다. 여자복도 많은 안토니오 반데라스. 부럽다!!! ^^;
1997년 2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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