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영화노트/1997년 영화노트

율리시즈의 시선(Ulysses' Gaze) ???

쭈니-1 2009. 12. 9. 09:05

 



감독 : 테오 앙겔로플로스
주연 : 하비 키이텔, 마야 모르겐스트론

그리스의 거장 테오 앙겔로플로스를 아는가? 솔직히 왠만한 영화광이라할지라도 그를 잘 모를 것이다. 어쩌면 그것은 당연한 일이다. 국내에 수입되는 영화들은 거의 헐리우드나 홍콩 영화로 한정되어 있으니 유럽의 예술 영화를 접할 기회는 우리나라 관객에게 매우 한정되어 있다.
현대 그리스 영화계에서 가장 위대한 감독일뿐만 아니라 당대 최고의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예술가로 평가받고 있는 테오 앙겔로플로스 감독의 영화 [율리스즈의 시선]이 드디어 국내 관객에게 공개되었다. [율리스즈의 시선]이 국내에 개봉되고 비디오로 출시될수 있었던 것은 먼저 이 영화가 48회 깐느 영화제 그랑프리라는 간판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상하리만큼 깐느 영화제에 관대한 수입업자와 예술 영화라면 깐느 영화제를 먼저 생각하는 국내 관객들의 편견덕분에 3시간에 가까운 이 지루한 예술 영화가 이례적으로 국내 극장에 상영된 것이다. 그리고 또 한 요인은 주연을 맡은 하비 키이텔이다. [택시 드라이버], [피아노], [저수지의 개들]등 헐리우드 배우중 가장 헐리우드 배우답지 않고 독창적인 영역을 확보해나가며 꽤 많은 국내 팬들을 확보한 하비 키이텔. 그의 존재는 최소한 이 영화가 국내에 공개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영화는 이미 전설이 되어버린 영화 초창기에 그리스 출신 영화감독인 마나키아 형제가 발칸반도의 여러나라를 돌아다니며 그 지역의 역사와 관습을 담았다는 현상되지 못한 세통의 필름을 찾기위한 영화 감독 A의 여정을 통해 세계의 화약고라는 발칸반도의 비극을 재조명한 영화이다. 영화의 제목이 [율리시즈의 시선]이라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테오 앙겔로플로스 감독은 호메로스의 [오딧세이]를 인용하고 있다. 그리스는 세계의 화약고라는 발칸반도에서 원치않은 전쟁으로인해 불길에 휩싸였다. 마치 [오딧세이]에서 주인공 율리시즈의 고국 이타케가 특별한 연관을 찾을 수 없는 트로이 전쟁에 휘말려 들어갔던것처럼. 발칸반도는 그후 세계 1차대전의 불씨가 되었으며 그 여파로 계속적인 분쟁과 살륙의 역사가 이어지고 있다. [율리시즈의 시선]은 이러한 조국 그리스에 대한 테오 앙겔로플로스 감독의 안타까움이 절실히 묻어있는 그런 영화다.
그러나 이 영화를 접하는 일반 관객들은 매우 곤혹스럽다. 물론 그것은 우리 관객의 탓이 결코 아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마치 세뇌교육을 받듯 극적 스토리 전개와 빠른 화면구성등의 영화에 너무나도 익숙하여 있었다. 너무나 오랜 세월동안 영화를 예술이 아닌 오락으로 접했고 그렇기에 간혹 선보이는 예술 영화를 수용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나 역시 마찬가지이다. 3시간이라는 시간동안 애써 찾아오는 졸음을 쫓아야했다. 마치 숙제때문에 어쩔수없이 이해되지않는 지루한 고전문학을 억지로 읽는 그런 기분이었다.
이 영화의 곤혹스러움은 롱테이크에서부터 시작된다. 롱테이크는 필름을 편집하지않고 한 장면을 길게 찍는 기법인데 테오 앙겔로플로스 감독은 세계의 영화 감독중에서 롱테이크로 가장 유명한 감독이기도 하다. 롱테이크 기법은 솔직히 우리 관객에게 낯설다. 우리가 자주 접하는 헐리우드 영화의 경우 빠른 화면전개를 위해 편집을 자주 해댄다. 물론 그럴 경우 영화는 스피드해지고 지루하지 않다. 그러나 이 영화의 경우 한장면이 별 변화없이 길게 이어지므로 그것이 주는 예술성은 잘 모르겠으나 너무나도 지루하다.
스토리 전개도 이해하기 어렵다. 발칸반도의 현실이라는 우리나라 관객들에게 별 관심없는 사건을 소재로해서인지 스토리를 쫓아가기가 쉽지 않다. 특히 마야 모르겐스트론이 연기한 4명의 여인들의 등장은 곤혹스럽다. 택시를 기다리는 A를 스쳐지나가 시위하는 사람들 사이로 사라지는 첫번째 여인의 의미는 묘연하고, 마나키아 박물관에서 일하는 두번째 여성 신문기자는 이유없이 A를 사랑하고 동행하다 헤어진다. 사라예보에서 만난 세번째 여성은 망자가 된 남편의 옷을 A에게 입히고 사랑을 나누고, 마지막 네번째 여성인 이보 레비의 딸은 군인들에 의해 무참히 사실된다. 이들 여성들(첫번째 여성은 제외하고) 모두 A와 사랑에 빠지고 그렇기에 A는 현실적으로 바람둥이로 비취진다. 물론 이들 여성 모두 제각기의 의미를 가지고 있으나 그것을 눈치채기에는 관객의 수준이 너무 낮다고나 할까?
세계의 영화 평론가들이 극찬한 [율리스즈의 시선]이 걸작이라는 것에는 감히 이의를 제기하지는 못하겠다. 그러나 확실한것은 이 영화의 수준은 영화를 오락으로 생각하는 일반인의 수준을 휠씬 넘어서고 있으며 그렇기에 무척이나 지루하고 난해하다. 그래서 난 이 영화에 대한 별점(평가)을 부과하는 것을 포기하기로 했다.

1997년 2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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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니 아마도 제가 별점 부과를 포기한 유일한 영화일겁니다. 그만큼 이 영화는 제게 난해하면서도 당혹스러운 영화였죠. 깐느 영화제 수상작이라는 타이틀과 [피아노]의 하비 키이텔 주연이라는 이유로 선택했다가 3시간동안 곤욕을 치룬 경험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  2004/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