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빌리 크리스탈
주연 : 빌리 크리스탈, 데브라 윙거, 조 만테냐
'빌리 크리스탈'하면 우리는 먼저 코미디언이나 아카데미 시상식의 사회자를 떠올리게 될것이다. 하지만 80년대에 로맨틱 영화에 빠져있던 이라면 그가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때]의 남주인공이라는 것을 금새 알아챘을 것이다. 비록 맥 라이언의 그늘에 가려 우리나라 관객에게는 큰 인상을 남겨주지 못했지만 분명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때]의 흥행 성공은 빌리 크리스탈의 역할이 컸다. [굿바이 뉴욕, 굿모닝 내사랑]이후 영화관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빌리 크리스탈이 돌아왔다. 이번엔 주연은 물론 감독과 각본, 제작까지 관여한 [빠리가 당신을 부를때]로 컴백한 것이다.
눈치빠른 관객이라면 이 영화의 제목만 보고도 이 영화가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때]류의 로맨틱 드라마임을 눈치채게 될것이다. 사실 이 영화는 '해리가 샐리와 결혼했을때'라는 가저에서부터 시작한다.
이 영화의 전개는 미키(빌리 크리스탈)와 엘렌(데브라 윙거)의 성격이 각기 다른 친구들의 이야기로 전개된다. 잘못온 팩스로인해 사랑에 빠져 약혼까지한 앤디(조 만테냐)가 약혼녀인 리사에게 희안한 미키와 엘렌의 만남을 이야기하며 영화는 시작된다.
'빠리에 묻히고 싶다'는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관을 가지고 파리로 향하는 입심좋은 NBA농구심판 미키. 그러나 항공사의 실수로 관은 행방불명되고 이 사건으로 인해 미키는 항공사 PR담당 대리인 엘렌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둘은 사랑에 빠지고 엘렌은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미국의 미키에게 옴으로써 둘은 결혼하게 된다. 사실 여기까지만 하더라도 전형적인 한편의 헐리우드 로맨틱 코미디이다. 빌리 크리스탈의 넉살좋은 입심과 파리의 낭만적인 풍경속에서 영화는 순조롭게 시작한다. 마치 이제 막 결혼을 결심한 앤디 커플처럼.
그러나 영화는 여기서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잦은 출장탓에 엘렌은 너무나 외로웠고 결국 미키는 엘렌을 위해 직업을 바꾸지만 이번엔 미키에게 외로움이 찾아온다. 남자가 행복하면 여자가 외롭고, 여자가 행복하면 남자가 외롭다는 식이다. 이 부분은 미키의 또다른 친구 크레이그 부부가 서로 티격태격하며 리사에게 이야기해준다. 서로 남남이었던 남녀가 함께 산다는 것 그리고 함께 만족을 느끼고 행복을 느낀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이 부분에서 설명해준다. 결국 두사람은 서로 약간의 양보를 함으로써 다시 행복을 되찾는듯 하다.
하지만 미키의 동료인 잭부부의 등장으로 이야기는 미키와 엘렌의 갈등과 이별부분에 들어선다. 발단은 부부의 사랑의 결실인 자식. 안타깝게도 엘렌은 불임이었고 인공수정을 하기위해 갖은 애를 쓰다 미키와 엘렌은 지쳐버린다. 결국 미키는 무관심에 빠지고 엘렌은 우울증에 걸린다. 그리고 엘렌은 다시 빠리로 돌아가버린다.
이제 끝인가? 하고 느낄때쯤 어느 낯선 사람에 의해 미키와 엘렌이 다시 결합했다는 소식을 듣게된다. 물론 당연히 예상되었던 결말이지만 말이다. 이렇듯 영화의 흐름은 독특하다. 만남과 결혼, 갈등과 화해, 이별 그리고 다시 만남이라는 4단락으로 구분하여 영화는 신선함을 안겨준다. 영화의 화자 역시 각 단락마다 서로 다른 이들이 하게함으로써 변화를 준다.
스토리 전개 역시 산뜻하다. 지금까지 남녀의 로맨틱한 만남과 사랑으로만 끝을내던 로맨틱 코미디와는 차별적으로 결혼후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그린 것이다. 사실 사랑은 낭만적이지만 결혼은 그리 낭만적이지 않아 헐리우드의 제작자들은 기피했는데 빌리 크리스탈이 과감하게 도전한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미키가 엘렌에 대한 그리움에 심판직을 포기하고 빠리로 가기로 결심했을때 빠리의 직장을 포기하고 돌아온 엘렌과 다시 만나 경기장 관객의 환호속에서 다시 재결합하는 장면은 좀 상투적이긴 하지만 '진정한 사랑이란 자신의 소중한 일부를 상대방을 위해 포기할 수 있는 것.'이라는 영화의 주제가 잘 나타나있다.
엘렌의 얼굴에 붙은 비둘기 소동이라던가 정자 나르기 소동등 코미디 영화의 요소도 잘 배합되어 있고, 엘렌역의 데브라 윙거는 '갈색머리 맥 라이언'이라 불러도 좋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1997년 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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