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영화노트/1997년 영화노트

리차드 3세(Richard III) ★★★★★

쭈니-1 2009. 12. 9. 08:53

 

 



감 독 : 리차드 론클레인
주연 : 이안 맥컬린, 아네트 베닝,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셰익스피어의 희곡만큼 지금까지 널리 사랑받고 수없이 연극 또는 영화화되는 작품은 없을 것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을 비롯 [햄릿], [오델로]등. [리차드 3세]는 셰익스피어의 인물중 가장 사악한 캐릭터라는 리차드 글로세스터를 1930년대에 떨어뜨려놓은 영화이다.
CF출신인 영국의 히차드 론클레인 감독의 데뷰작인 [리차드 3세]는 96년 베를린에서 은곰상과 감독상을 수상한 독특한 수작이다.
첫장면. 영국 헨리왕과 에드워드 왕자가 있는 사령부 건물안으로 리차드의 반란군 탱크가 벽을 뚫고 진입한다. 충격의 느낌 그대로 사악하고 잔인한 리차드 글로세스터의 탐욕의 행진이 시종일관 스크린에 펼쳐진다.
그는 영국왕가인 요크가의 왕위 계승자인 에드워드의 막내동생이지만 얼굴을 못생겼고 곱사등이다. 그러나 그의 리더쉽과 지략은 탁월하다. 욕망을 위해서라면 서슴치않고 손에 피를 묻히는 전형적인 독재자의 풍모를 지닌 그는 권력을 향한 질주에 가로걸리는 모든 것을 처단한다. 가족도 예외가 아니다. 자신의 형이나 조카들을 죽이고 부인마저 권력을 위해 죽이는 그의 잔인함에 관객은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잔인무도한 리차드 역의 이안 맥컬린은 정통 셰익스피어 배우이다. 그는 주연쁀 아니라 각본작업에도 참여하여 이 영화의 작품성을 한차원 높이는데 기여했다.
관객이 그의 잔인함에 조금씩 실증을 낼때쯤 영화는 리차드의 비극적인 말로로 치닫는다. 그의 반대 세력들이 프랑스를 등에 엎고 공격해오고 결국 그의 측근의 배반으로 리차드는 전쟁에서 패배하고 스스로 지옥의 불길속으로 떨어진다.
[라차드 3세]는 신인감독의 넘치는 힘이 돋보이는 영화이다. 리차드 론클레인(우연하게도 감독과 주인공의 이름이 같다.) 감독은 칼과 갑옷 대신 탱크와 기관총, 비행기를 등장시켰으나 셰익스피어의 매력적인 대사는 상당부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그렇게함으로써 영화는 셰익스피어의 문학적 표현과 론클레인 감독의 감각적 영상이 어우러진 독특한 영화로 탄생했다. 감독은 관객을 잠시 각성시키는 브레히트 극작술의 '소외효과'를 응용하여 이안 맥컬린에게 배우가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면 안된다는 규칙을 깨고 주요고비마다 '다음 계획은 이거죠'라며 관객에게 말을 걸게한다. 그리고 또 리차드의 즉위식 장면을 붉은 하켄크로이츠 깃발이 휘날리던 나치 집회를 연상하게끔 만들어 중세든, 현대든 시대를 넘어선 독재자의 일반적인 풍모를 깨닫게한다.
감독은 또 배우들의 매력을 교묘하게 이용할줄도 아는데 이안 맥컬린의 명연기는 물론이거니와 헐리우드의 톱스타 워렌 비티의 아내이자 [벅시], [대통령의 연인]의 배우 아네트 베닝을 리차드의 형이자 그에의해 왕위를 빼앗기고 죽음을 당한 에드워드의 아내로 캐스팅하여 스타가 없는 영화의 약점을 보완했다. 실제로 아네트 베닝은 리차드에 의해 남편과 두아들 그리고 오빠까지 잏는 비운의 왕비역을 매력적으로 소화해냈다.
아네트 베닝외에 또한명의 깜짝 캐스팅은 헐리우드의 연기파 명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캐스팅이다. [찰리 채플린]에서의 명연기로 채플린보다 더 채플린다운 배우라는 칭송을 얻어낸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비록 적은 분량이지만 리차드에 의해 살해되는 왕비의 오빠로 등장하여 관객을 매료시키기도 했다.
신인 리차드 론클레인 감독의 재미넘치는 연출력과 이안 맥컬린을 비롯한 배우들의 노련한 명연기 그리고 셰익스피어의 문학적 언어유희를 한꺼번에 느낄수있는 행운의 영화이다.

1997년 1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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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니 이 영화는 제게 이안 맥컬린이라는 배우의 첫만남을 이루게해준 영화입니다. 이안 맥컬린은 이후 [반지의 제왕]이라는 제 인생의 최고의 영화로 다시한번 절 감동시켰죠. 그외에도 [엑스맨]에서의 명연기도 기억에 남습니다. 암튼 이안 맥컬린이라는 배우... 정말 굉장한 배우입니다.
이 글을 읽다보니 어려운 용어들이 불쑥 튀어나오더군요. 브레히트 극작술의 소외효과라니... 이거 너무 전문 영화잡지를 베낀 티를 내고 말았군요. ^^;
 2004/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