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영화노트/1997년 영화노트

상해탄(上海灘) ★★★★1/2

쭈니-1 2009. 12. 9. 08:50

 

 



총감독 : 서극
감독 : 반문걸
주연 : 장국영, 유덕화, 녕정, 정우성

동양이 헐리우드 영화를 따라 잡으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동양의 스필버그라고 불리우는 서극 감독이 총감독을 맡은 [상해탄]을 보면 답이 나온다. 복고풍의 액션, 사랑, 우정, 스릴, 휴머니티, 지금까지 세계 영화 시장을 달구었던 온갖 흥행 요소를 믹스하고 헐리우드처럼 유명스타에 엄청난 자본을 투입한다면 가능할수도 있다는 것. 머리좋은 서극 감독이 한계에 부딪힌 기존의 홍콩 느와르와 코믹 액션을 뛰어넘어 아시아 시장은 물론 헐리우드까지 진출하겠다는 야심으로 이제까지와는 다른 소재, 다른 스타일로 만든 영화가 [상해탄]이다.
이 영화의 묘미는 1910년 상하이를 재현시킨 연면적 3만여평 규모의 초대형 세트와 캐릭터의 절묘함, 그리고 세익스피어적 비극이다. 홍콩의 최고 스타 장국영, 유덕화와 우리나라의 청춘스타 정우성등의 연기 앙상블도 이 영화의 볼거리이다.
허문강(장국영)은 구국의 일념을 안은 애국단체의 일원. 그러나 동료는 모두 죽음을 당하고 그만이 겨우 살아남아 상하이에서 정력(유덕화)에 의해 구하여진다. 영화는 모두 3부작으로 나누어져있는데 1부인 정력편에선 허문강과 정력이 만나 우정을 쌓아가고 상하이에서 세력을 키워나가며 서서히 영화를 진행시킨다. 영화가 본격적으로 가속력을 붙이는 것은 2부인 풍정정편이다. 정력이 사랑했던 암흑가의 대부 풍의 딸인 정정(녕정). 상큼한 마스크가 돋보이는 신인 녕정이 맡은 정정이라는 캐릭터는 다른 캐릭터와의 복잡한 관계속에 영화를 비극으로 몰고간다. 정력은 정정을 사랑하지만 정정이 사랑하는 이는 허문강이다. 그러나 정정의 아버지 풍은 허문강의 동료를 죽음으로 몰고가게한 배후의 인물이다. 3부인 허문강편에선 이들의 이야기는 비극으로 치닫는다. 정력은 정정이 허문강을 사랑한다는 사실에 마음의 상처를 받고 허문강은 정정이 보는 앞에서 그녀의 아버지 풍을 죽임으로써 복수하지만 그 충격으로 정정은 미치고 만다. 이제 허문강과 정력의 싸움만이 남아있다. 정력은 허문강을 쏘지만 죽이지 않고 풍의 부하들을 피해 병원으로 호송하게한다. 그러나 정력이 허문강을 죽인것으로 오인한 류소황(정우성)에 의해 정력은 쓰러지고 만다.
비록 짧은 분량에 출연하는 우리 배우 정우성. 그러나 그가 맡은 캐릭터인 류소황은 영화의 끝을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역이다. 허문강이 동료를 배신한줄알고 그에게 복수하러 상하이에 오지만 허문강과의 오해를 풀고 오히려 정력을 죽임으로써 영화의 비극적 결말을 이끌어낸다.
이렇듯 [상해탄]은 캐릭터들의 얽히고 설힌 관계속에서 자연스럽게 비극을 유도시켜 관객에게 안타까움을 안겨준다. 거대한 세트의 절묘함과 서극식 장면 만들기는 관객의 시선을 붙잡기에 충분했다. 시대적 분위기를 상징하는 암울한 분위기와 과거 회상시 나오는 흑백화면은 매우 인상적이었고, 배우들 역시 자신의 매력을 충분히 살려내었다. 특히 [패왕별희]를 통해 단순한 스타가 아닌 진정한 연기자임을 보여주었던 장국영의 우수에 찬듯한 연기는 이 영화의 큰 볼거리.
그러나 영화의 진행을 3부작으로 나누어 줄거리 파악이 약간 힘든 단점을 가지고 있다. 2부에서의 정정과 허문강의 만남이라던가 3부에서의 허문강이 정정의 아버지인 풍의 정체를 눈치채는 장면등 인물들 중심으로 나눈 3부작이라는 진행은 사건의 시간적 흐름을 방해하기도 했다.

1997년 1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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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니 제가 좋아하는 홍콩 영화중의 한편입니다.
7년이 지난 지금은 이 영화의 총감독인 서극은 헐리우드로 떠났고, 장국영은 자살을 했습니다.
7년이라는 세월이 얼마나 기나긴 세월인지 이 영화를 보며 새삼 깨달았답니다.
그 사이 이렇게 많은 것이 변하다니...
오늘 갑자기 장국영이 보고싶어집니다.
 2004/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