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김기덕
주연 : 조재현, 우윤경, 전무송
96년 한 해는 우리 영화계에서 독립영화의 제작이 가장 활발했던 해이기도 하다. 이들 독립영화는 독특한 소재와 새로운 형식으로 비평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도 하였다. 동성애를 소재로한 [내일로 흐르는 강], 부산영화제에서 좋은 호평을 받은 [세친구], 그리고 영화평론가상에서 신인 감독상을 수상한 홍상수 감독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등이 96년 한해동안 호평받은 독립영화이다.
[악어] 역시 독특한 소재와 새로운 형식이 돋보이는 96년 제작된 독립영화중 하나이다. 한강에서 자살한 시체를 숨겼다가 유가족들에게 돈을 뜯어내고 사는 악어(조재현)와 악어에 의해 구해진 비운의 여성 현정(우윤경) 그리고 그 주변의 소외된 인물들의 파행적 행각과 비극적 사랑을 그린 [악어]는 소외된 인물들을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위의 독립영화들과 비슷하다. 그러나 위의 독립영화들에 비해 [악어]는 별다른 호평을 받지 못했다.
그 첫번째 이유가 현정이라는 캐릭터의 설정 실패이다. 그녀는 자살을 하려다가 악어에 의해 구하여져 영화 초반 그의 성적 노리개가 되었다가 영화 후반엔 악어의 사랑을 받게된다. 하지만 그녀는 사랑하는 남자가 자신의 성공을 위해 사람들을 기용하여 집단성폭행당한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 - 왠 70년대 멜로 드라마의 부활이란 말인가?- 이러한 설정은 너무나도 상투적이고 유치하다. 그리고 악어의 성적 노리개가 되면서도 그에게 도망치지않고 마지막엔 그에게 마지막 정을 주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현정이라는 캐릭터는 이렇듯 시대에 뒤떨어진 70년대 순정적인 여인이다. 그외 우노인(전무송)의 죽음이라던가 악어의 감정변화 역시 충분치 못했다. 갑자기 동성연애자 형사가 등장하여 악어를 강간하려하기도하고 머리를 질끈 동여맨 괴한들이 대낮 한강공원에서 총으로 사람을 죽이는등 영화 진행상 매끄럽지 못한 약점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독립영화 특유의 독특한 영상미는 돋보인다. 특히 악어가 한강속에서 풍선을 부는 장면과 현정과 함께 한강속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수중 촬영은 탄식이 나올정도로 아름답다.
1997년 1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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