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9년 영화이야기

[왼편 마지막집] - 쾌감을 주지 못하고 찝찝함만 안겨준...

쭈니-1 2009. 12. 8. 23:48

 

 


감독 : 데니스 일리아디스
주연 : 토니 골드윈, 사라 팩스톤, 모니카 포터
개봉 : 2009년 9월 3일
관람 : 2009년 9월 8일
등급 : 18세 이상

시간이 남아 선택한 영화는 성공한 적이 별로 없다.

여름방학시즌이 끝나고 추석시즌이 되기 전인 9월은 우리나라 극장가의 비수기입니다. 비수기가 되면 매주 개봉하는 영화들은 의외로 많지만 그다지 눈길을 끄는 영화는 부족합니다. 제가 갑작스럽게 하루의 자유를 만끽하게 된 날 역시 안타깝게도 그러한 비수기의 어느 하루였습니다.
보고 싶은 영화라고는 [프로포즈]밖에 없었지만 시간은 남아돌았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코코 샤넬]과 [프로포즈]를 본 후 남은 시간은 집에 돌아가 낮잠이나 잘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흔치 않는 이런 자유의 시간을 그냥 보내는 것이 너무 아깝더군요. 그래서 극장에서 상영중인 영화 중에서 시간대가 되는 영화로 아무 영화나 골라 보기로 했습니다.
[드림업], [나의 로맨틱 가이드], [왼편 마지막집]이 '아무 영화'의 후보작이었습니다. 결국 저는 흥겨운 음악과 젊음의 패기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드림업]과 그리스의 아름다운 풍광과 경쾌한 사랑 이야기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나의 로맨틱 가이드] 대신 평범한 부부의 음침한 복수극을 그린 [왼편 마지막집]을 선택하였습니다.
제가 [왼편 마지막집]을 선택한 이유는 [코코 샤넬]과 [프로포즈]와는 다른 분위기의 영화를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기왕 예상하지 못했던 자유를 얻었고, 그 자유를 영화를 보는 것에 투자하기로 한만큼 각각 다른 분위기의 영화들을 골고루 감상하자는 생각에서 [코코 샤넬], [프로포즈]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왼편 마지막집]을 선택한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제 선택은 결과적으로 완벽한 실패였습니다. [왼편 마지막집]이 얼마나 실망스러웠으면 저는 [왼편 마지막집]을 본 후 한 편의 영화를 더 볼 시간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결국 그날 본 세 편의 영화 중 그나마 기대 작이었던 [프로포즈]를 제외하고는 시간이 남아서 그냥 본 영화인 [코코 샤넬]과 [왼편 마지막집]은 정말 실망스러웠습니다.


 

우리 부부의 복수극이 그렇게 실망스러웠나?


복수의 쾌감은 도대체 어디로?

[왼편 마지막집]은 복수의 쾌감을 내세운 영화입니다. 의사인 존(토니 골드윈)과 교사인 엠마(모니카 포터)는 딸인 메리(사라 팩스톤)와 함께 한적한 별장에 휴가 옵니다. 하지만 메리가 탈주범들에게 강간을 당하고 죽을 위기에서 겨우 살아 돌아오자 분노를 느낀 존과 엠마는 끔찍한 방법으로 탈주범들에게 복수를 감행합니다.
[왼편 마지막집]이 의도한 영화적 재미는 바로 존과 엠마가 메리의 복수를 할때 관객들이 느낄 쾌감일겁니다. 실제로 [테이큰]은 그러한 영화적 재미를 내세워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에서도 엄청난 흥행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왼편 마지막집]은 그런 복수의 쾌감을 얼마나 잘 표현해 냈을까요?
문제는 전 이 영화를 보며 전혀 쾌감을 느끼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제가 이 영화에 너무나도 실망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분명 탈주범 일행이 메리에게 가한 폭력은 도저히 용서가 되지 않는 끔찍한 범죄였습니다. 제가 만약 메리의 아버지라면 영화에서의 존처럼 분노에 치를 떨며 복수를 감행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존의 복수극은 어느 순간 도를 넘어서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일반적인 복수가 아닌 어느 순간 너무 잔인한 복수가 되어 있었습니다.
손을 음식물 분쇄기로 갈아 버리고, 총에 맞은 얼굴은 구멍이 나버립니다. 심지어는 산 사람의 얼굴을 전자레인지에 넣어 폭파시키기도 합니다. 이건 복수극이라기보다는 얼마나 처참하게 사람을 죽일 것인가라는 주제를 탐닉하는 고어영화일 뿐입니다. 아무리 그들이 죽을 범죄를 저질렀다고는 하지만 도를 넘어선 복수는 그 자체가 또 다른 범죄가 될 뿐입니다. 제가 감정이입을 존에게 하고 있다보니 저는 더 이상 딸의 복수를 하고 있는 아버지가 아닌 탈주범들보다 더욱 끔찍한 살인마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니 제가 이 영화를 보며 쾌감을 느꼈을 리가 만무하죠.


 

우리가 죽어 마땅한 놈들인 건 맞지만 너무 잔인한거 아냐?


왜 이래? 아마추어처럼...

만약 탈주범 일행에게 그런 도를 넘어선 끔찍한 복수를 관객에게 인정받으려면 탈주범의 범행은 존의 복수보다도 더 끔찍했어야 했습니다. 그들의 범행이 끔찍했어야 한다는 것의 의미는 메리가 좀 더 끔찍한 폭력을 당했어야 함을 뜻합니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치를 떨며 그들이 잔인하게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말입니다.
실제로 이 영화의 원작인 잉그마르 베르그만 감독의 1961년 작 [처녀의 샘]과 [처녀의 샘]을 모티브로 제작된 웨스 크레이븐 감독의 1972년 작 [왼편 마지막집]에서는 메리는 죽음을 당합니다. 하지만 데니스 일리아디스 감독의 [왼편 마지막집]에서의 메리는 구사일생으로 살아 돌아옵니다. 그것이 뜻하는 것은 오히려 이 영화가 원작보다 탈주범의 악행이 좀 순화되었음을 뜻합니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요?
아마도 데니스 일리아디스 감독은 메리가 살아서 존의 폼으로 돌아오게 함으로써 메리를 살려야 한다는 존의 간절함으로 탈주범에 대한 살인을 정당화 시키려 했을지도 모릅니다. 충분히 이해는 됩니다만 그러면 원작보다는 순화된 탈주범의 악행만큼 존의 복수도 좀 더 순화시켰어야 했습니다.
또 한 가지 이 영화의 패착은 탈주범의 아들인 저스틴의 존재입니다. 원작에서도 그러한 캐릭터가 존재했는지 모르지만 저스틴의 존재는 오히려 탈주범에게 동정심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다분합니다. 아무리 악마와도 같은 악당일지라도 그들은 저스틴의 가족이었고, 저스틴은 그 끔찍한 살인을 동조함으로써 아버지를 살해한 씻을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르게 된 것이니까요. 결국 순수한 저스틴을 그런 끔찍한 범죄로 내몬 것은 존의 복수였고, 그렇기에 더욱더 존의 복수는 제 쾌감을 이끌어 내지 못했습니다. [왼편 마지막집]은 제가 존의 복수에 쾌감을 느끼지 못하도록 여러 요소들을 흘려 놓았습니다. 마치 아마추어처럼 말입니다.


 

아버지를 죽여야 하는 내 마음을 너희가 알아?


쾌감과 찝찝함은 종이 한 장 차이이다.

[왼편 마지막집]을 보고나니 정말 기분이 찝찝했습니다. 물론 그것이 제가 공포영화를 싫어하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 느낀 찝찝함은 공포영화의 무서운 장면을 보고 느낀 찝찝함과는 다른 끔찍한 살인을 간접 체험한 것에 대한 찝찝함입니다. 데니스 일리아디스 감독의 의도가 그것이라면 성공한 셈입니다.
그러나 과연 찝찝함을 느끼기 위해서 영화를 보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요? 결국 영화를 보는 이유는 재미를 느끼기 위해서입니다. 웃거나, 울거나, 즐기거나, 감동받거나, 혹은 무섭거나 모두 영화의 재미를 느끼는 한 방법입니다. 그리고 최소한 제겐 찝찝함은 그 재미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제가 보기엔 [왼편 마지막집]은 관객에게 찝찝함을 맛보게 하기 위해서 영화를 만든 것이 아닌 복수의 쾌감을 관객에게 보여주기 위해 만들었으나 실력 미숙으로 쾌감이 찝찝함으로 변해 버린 것으로 추정됩니다. 메리의 생존, 저스틴이라는 캐릭터의 존재, 그리고 도를 넘어선 존의 복수가 한데 어우러져 쾌감이 되어야할 장면들이 찝찝함으로 변해 버린 것입니다.
전 웨스 크레이븐 감독의 [스크림]이라는 영화를 좋아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몇 안 되는 공포영화 시리즈입니다. [스크림]은 10대의 무분별한 살인행각 사이에서 관객들에게 범인 찾기라는 추리의 쾌감을 제대로 안겨줬습니다. 단순한 공포영화에서조차 색다른 쾌감을 안겨준 웨스 크레이븐 감독의 제작 영화였기에 [왼편 마지막집]을 은근히 기대했는데 이번엔 아주 제대로 실망감을 맛봅니다.


 

생고생을 하며 살아왔더니, 나 때문에 복수의 쾌감이 덜 하다는 비난뿐이냐?

그러게... 날 좀 살살 죽이지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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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
두번째컷 사진에서 가족들 표정이 ... "아 .. 이영화 뭐야 .. " 라는듯 ㅋㅋㅋㅋㅋㅋㅋㅋ  2009/09/17   
쭈니 그러게요... ^^;
저도 이 영화 본 후 첫 느낌이 '도대체 이 영화 뭐냐~'였다는...
 2009/09/17   
우드
생각만 해도 섬뜩한 고어 영화의 한 장면.. 손을 음식물 분쇄기로 돌린다니 이거 뭐..
테이큰은 정말 재밌게 봤는데 이건 그닥인듯. 나이도 안되고 ㅠㅠ
 2009/09/17   
쭈니 뭐 그닥 굳이 볼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스릴러이면서 고어영화같고,
그렇다고해서 걸작 고어도 아닌...
뭔가 어정쩡한 영화입니다.
 2009/09/17   
이빨요정
이 영화는 별로 기대가 않됩니다.

오리지날 원작이 정말 쇼킹하지요.
 2009/09/20   
쭈니 오리지날 원작은 보셨었나봅니다.
대단...
전 좀 지난 영화들은 잘 안보는 편이라서...
 2009/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