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9년 영화이야기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 - 볼거리가 충만한...

쭈니-1 2009. 12. 8. 23:44

 

 


감독 : 스티븐 소머즈
주연 : 채닝 테이텀, 마론 웨이언스, 시에나 밀러, 이병헌
개봉 : 2009년 8월 6일
관람 : 2009년 8월 6일
등급 : 15세 이상

드디어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 차례이다.

전 여러 편의 영화를 보게 될 경우 보고 싶은 영화를 가장 나중에 보는 이상한(?) 습성이 있습니다. 이번 여름휴가의 영화들 중에서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을 [국가대표], [차우], [10억]을 차례로 본 후 가장 마지막에 선택한 이유입니다. 영화를 보고나면 오랫동안 그 영화가 안겨준 재미와 감동에 대한 여운을 음미하는 편인데, 영화를 보고나서 곧바로 다른 영화를 보면 이전에 봤던 영화에 대한 여운을 제대로 만끽할 수가 없기 때문에 저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좋아하는 영화를 나중으로 미루는 것입니다.
그만큼 제게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은 기대 작이었습니다. 우리나라 배우인 이병헌이 할리우드에 진출하여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도 기대되었고, [미이라 1, 2]를 통해 영화적 재미면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여준 스티븐 소머즈 감독의 연출력도 기대되었으며, 이미 [씬 시티], [300], [왓치맨] 등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그래픽 노블이 원작이라는 점도 기대되었습니다.
그렇기에 [10억]에 대한 약간의 실망감을 아쉬워할 겨를도 없이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을 봤습니다. 기대가 컸기 때문일까요?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다.'라는 극찬은 하기 힘든 영화이지만, 예상했던 것만큼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로써의 재미는 충분히 지닌 영화였습니다.
특히 생각보다 이병헌의 비중이 커서 좋았고, 이 영화 이전까지만 해도 이름은 많이 들어 본 듯하지만 어느 영화에 무슨 역할로 나왔는지 전혀 몰랐던 시에나 밀러의 매력을 발견하게 된 것도 이 영화의 수확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특유의 시각적 즐거움으로 제 짧고도 아쉬웠던 여름휴가를 마무리 지은 것도 좋았습니다.


 

그래, 너희들에게 내 여름휴가의 마지막을 책임지는 중대한 임무를 맡기겠다.


이병헌의 굴욕? 혹은 이병헌의 성공적 할리우드 데뷔?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에서 역시 제가 가장 눈 여겨 본 것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속의 이병헌입니다. 이미 [스피드 레이서]의 정지훈이나, [엑스맨 탄생 : 울버린]의 다니엘 헤니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서의 한국 배우(다니엘 헤니도 한국배우라고 할 수 있다면...)는 처음이 아니기에 더 이상 신기한 일은 아니지만 [스피드 레이서]는 흥행에 실패했고, [엑스맨 탄생 : 울버린]의 다니엘 헤니는 너무 비중이 미약했기에 저는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의 이병헌에 더욱 기대를 걸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이전의 영화들과는 달리 이병헌의 할리우드 진출은 상당히 성공적으로 보입니다. 비록 악당이고, 조연에 불과하지만 이병헌이 맡은 스톰 쉐도우는 상당히 중요한 배역이었고, 비중도 주인공 못지않게 상당히 컸습니다.
특히 저는 스톰 쉐도우라는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엑스맨 탄생 : 울버린]의 다니엘 헤니가 연기한 에이전트 제로는 캐릭터 성격이라는 것이 아예 없는 그냥 악당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스톰 쉐도우는 아닙니다. 자신의 숙적이라고 할 수 있는 스네이크 아이즈에 대한 열등감으로 스승을 배신하고 악당이 된 그는 영화의 클라이맥스에서는 스네이크 아이즈와 숙명적인 결투를 벌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가 국내 개봉 전에 영화의 예고편에서 이병헌이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병헌의 굴욕'이라는 말이 떠돌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이 영화의 예고편은 물론 포스터에서도 스톰 쉐도우가 복면을 쓰고 있어서 이병헌의 모습이 제대로 나오지 않습니다.(국내 포스터에서는 스톰 쉐도우가 복면을 벗고 있습니다.) 그러한 '이병헌의 굴욕'은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 팀이 국내에 내한하고, 시에나 밀러가 이병헌에게 적극적으로 친분을 과시했으며, 스티븐 소머즈 감독이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이병헌에게 깊은 관심을 보였다는 발언을 하며 이병헌의 위상을 세워줘 수그러들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은 '이병헌의 굴욕'이 아닌 '이병헌의 성공적인 할리우드 데뷔'가 맞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국내외에서 맹활약할 이병헌을 기대해봅니다.


 

이병헌의 굴욕이 아닌 얼굴도 목소리도 안나온 스네이크 아이즈의 굴욕이다.


최첨단 무기의 경연장.

이병헌에 의한 재미는 우리나라 관객에게만 해당되는 사실이고... 그렇다면 다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와는 달리 스타급 캐스팅이 조금은 약해보이는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이 내걸은 이 영화만의 영화적 재미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의심의 여지없이 이 영화에 등장하는 최첨단 무기들의 입이 딱 벌어지게 만드는 성능들입니다.
이 영화는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SF영화가 아니라는 것을 뜻하기도 합니다. 이 영화가 SF영화가 아닌 만큼 등장하는 무기들 역시 현재의 관객들의 인식에서 너무 동떨어진 최첨단 무기여서는 안 됩니다. 영화를 보면서 어느 정도 '그래, 저런 무기라면 무기 왕국 미국에서는 어쩌면 가지고 있을지도 몰라.'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은 상당히 성공적입니다. 특히 영화의 중요한 소재인 나노마이트 탄두는 보기만 해도 끔찍할 정도더군요. 최근 나노 기술이 과학계나 의료계에 상당히 이슈화되어 있는 시점에서 이를 바탕으로 한 나노마이트 탄두는 '어쩌면 저런 무시무시한 무기가 실제로 있을지도 몰라.'라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파리에서 주인공들이 입고 악당을 추격하는 델타6 가속슈트는 나노마이트 탄두와 비교해서는 약간 현실성이 없어 보이지만 그래도 영화의 스펙터클한 재미를 안겨주기엔 충분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그 외에도 이 영화에 등장하는 각종 최첨단 전투기와 수중 비행정 등은 시종일관 눈을 즐겁게 만듭니다.
분명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은 스타급 캐스팅에서 아쉬움을 드러낸 영화이지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진정한 재미인 보는 재미 면에서는 결코 다른 블록버스터 영화와 비교해도 뒤떨어지는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그 중심엔 분명 눈을 즐겁게 만드는 최첨단 무기들의 놀라운 활약이 자리 잡고 있었음은 분명해보입니다.


 

정말 저런 무기들이 존재한다면 우리나라는 그들과 맞설 힘이 있을까?


그러나 역시 이야기의 힘이 아쉽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대부분 그러하듯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은 볼거리는 충분하지만 역시 이야기의 힘은 약했습니다. 특히 영화 속 캐릭터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간직하고 있는데 이 영화는 그러한 것들의 비중을 너무 낮게 잡은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서 듀크(채닝 테이텀)와 배로니스(시에나 밀러)의 관계가 그러합니다. 한때는 연인이었지만 배로니스의 유일한 혈육인 오빠를 지키지 못한 듀크는 죄책감에 배로니스의 곁을 떠나고 그들은 결국 적으로 만나게 됩니다. 비록 적으로 만났지만 서로를 향한 사랑을 버리지 못하는 듀크와 배로니스의 모습은 최첨단 무기를 이용한 영화의 볼거리 외에도 캐릭터를 통한 즐길거리도 제게 제공해줍니다. '도대체 배로니스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길래 그녀는 악당이 될 수밖에 없었을까?'라는 의문은 영화의 마지막까지 흥미진진하게 제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앞에서도 언급한 스톰 쉐도우와 스네이크 아이즈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같은 스승 밑에서 함께 수련을 한 그들은 스톰 쉐도우는 악의 편에서, 스네이크 아이즈는 선의 편에서 갈라져 어느새 서로를 향해 칼을 겨누고 있습니다. 그러한 듀크와 배로니스, 스톰 쉐도우와 스네이크 아이즈의 관계를 잘 조명해 나간다면 이 영화는 볼거리 외에도 즐길거리가 충만한 영화가 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습니다. 캐릭터는 잘 만들어 놓았지만(대부분 원작의 힘이겠지만) 그러한 캐릭터의 사연을 영화의 볼거리와 적절한 비중으로 섞어놓지 못했습니다. 결국 캐릭터들은 후반부가 되면 될수록 힘을 잃고 강력한 최첨단 무기를 통한 볼거리들만 득세한 것입니다. 뭐 그러한 영화가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뿐이겠습니까? 솔직히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대부분은 캐릭터조차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반쪽짜리 영화가 허다하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은 아쉬운 영화이지만 더위를 날려버릴 볼거리가 충만한 영화라는 점에서 대체적으로 만족스러운 영화였습니다.


 

배로니스... 그녀가 악당이 된 사연이 좀더 심도 깊게 표현되었더라면...

이병헌... 할리우드에서 그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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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드
저번주 일요일에 극장에서 봤습니다. 조조할인이 아닌 걸로 처음 본 영화는 이 영화가 처음이네요. ㅎㅎ 쨋든 제 마음속의 별점으로 매겨보자면 5점 만점에서 4개 정도로 치고 싶습니다. 초반부터 흥미진진한 전개와 이병헌의 신나는 액션연기(특히 침투할때 숨어있는적 베어넘기는거에 완전 감탄) 에펠탑 붕괴, 델타수트의 활약 , 최첨단 장비 무기등. 액션에서는 트랜스포머랑 거의 동급으로 느껴지더군요. 다만 아쉬운건 쭈니님 말씀대로 이야기가 부족했습니다. 협박 하나 때문에 지아이조에 넣어주고 그 착한쪽 여자는(이름 기억안남) 흑인에게 까칠하게 대할땐 언제고 너무 빨리 친해져서 키스 하는 사이가 되고.. (계기는 있었지만 그게 좀 부실해보입니다) 이야기가 충실했으면 더 좋았을텐데..
그리고 코믹한 장면 하나 말하자면 렉스가 코브라 가면 쓰고
"나는 코브라 커맨더다" 라고 말하면서 장엄한 음악이 흘러나오더니 그 뒤에 바로 체포..
속으로 웃었습니다. 카메라가 장엄하게 잡아줄땐 언제고.. 잡힐려고 폼 잡은건가?
여하튼 그외엔 만족한 영화. 2편 나오면 극장으로 갈듯. 그리고 이병헌 성공 기원!!
 2009/08/11   
쭈니 그러면 지금까지 모든 영화는 조조할인으로???
대단하시군요. ^^
암튼 우드님의 글에 대부분 공감...
그래도 볼거리마저도 부실한 블록버스터가 꽤 많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꽤 만족스러운 영화였다고 할수는 있을것 같습니다.
 2009/08/11   
ssook
저도 2월부터 지난주까지 모든 영화를 조조로 봤어요...7월 까지는 2천원이면 영화한편을 봐서 아주 행복했는데...-롯데시네마는 통신사 할인을 해주거든요...-생각했던것보다 재미도 있었지만, 들리는 소문에는 이병헌이 내내 복면을 하고 나온다더니 오히려 그 복면이 더 적던데요...여튼 예쁜 시에나 밀러를 봐서 좋았고, [놈놈놈]에서 봤던 착하지 않은 이병헌의 눈빛이 반가웠고, 또 작다고 느껴졌던 이병헌이 저들의 틈에 있어도 외소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에 놀랐어요.  2009/08/15   
쭈니 2천원에 영화 한 편...
정말 꿈같은 이야기군요.
저도 이 영화 재미있었습니다.
특히 이병헌이 나오는 장면들이 맘에 들었는데...
3편까지 출연계약이 되었다고 얼핏 들은 것 같은데...
2편에선 부활해서 나오나봅니다. ^^;
 2009/08/16   
액션영화광
이병현이 살아나서 착한편으로 간다는 얘기가 들리더군요.
원작을보신분인지 루머인지는 모르겠지만 사실이었으면 좋겠네요
 2009/08/16   
이빨요정
지아이조...어렸을적 장난감으로 서너개 가지고 있을정도로 좋아했자요.
제 또래 사람들한테는 정말 유명했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잘 모르더군요.
벌써부터 세대차이가......

일단 영화자체는 그저그랬습니다. 보기가 좀 괴롭더군요.
영화자체가 너무 막나가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초반부터 중반부 프랑스에서의 추격전은 괜찮았지만 후반부로 가면서 너무 물량으로만 나가는거 같았습니다.
아이디어가 부족했습니다.
액션씬도 짜임새있거나 긴장감넘치게 만들었다면 좋았겠지만 너무 만화스러워서 마치 스타워즈를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병헌씨의 출연분량은 좀 놀랐습니다.
아시아 시장을 노린거겠지만 그래도 그정도로 높이 평가를 했다는것이니 국내 배우중에서 헐리우드 영화에 출연한 배우중 가장 존재감이 돋보였습니다.
비록 어린시절의 에피소드는 좀 깼지만 비중이 주인공 못지않고 캐릭터의 매력이라든지 액션시퀀스나 여러가지가 오히려 주인공을 압도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속편이 나올거같은 기대는 없지만 이병헌씨의 행보는 기대가 되는군요.
 2009/08/16   
쭈니 액션영화광님 : 그렇군요. 착한편이라... 정말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빨요정님 : 지아이조 장난감??? 저도 그건 잘 모르겠는데요...(난 요즘 아이들... 이 아니고 가난해서 장난감이 별로 없었던 빈곤층 아이였던... ^^;) 암튼 저는 그래도 속편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어찌되었건 이 영화의 액션을 보며 시원하긴 했거든요. ^^
 2009/08/17   
shineswith
저도 재미있게 본 영화에요~ 사실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에선 볼거리를 기대하는 거지 스토리의 완성도까지 기대하기는 무리라고 생각하거든요.
전 볼거리면에서는 올해에 개봉한 터미네이터나 트랜스포머2보다도 더 재미있었어요. 특히 파리시내에서의 추격씬이요~ 이병헌 캐릭터가 점차 착한 쪽으로 변한다는 얘기는 저도 들었는데...아무래도 바다속으로 떨어진 걸 보니 속편에도 나올 듯 싶어요. 기대만발~ㅋ
 2009/08/24   
쭈니 ㅋㅋㅋ
물론 스토리의 완성도까지 갖추었다면 더욱 좋겟지만 그건 너무 큰 욕심이겠죠. ^^
저도 대체로 만족스러운 영화였습니다.
이병헌 캐릭터가 점점 착한 쪽으로 변한다니 더욱 2편이 기대되는 군요. ^^
 2009/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