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9년 영화이야기

[잉크하트 : 어둠의 부활] - 2편 따위는 기대하지 않을 거야.

쭈니-1 2009. 12. 8. 23:08

 

 


감독 : 이언 소프틀리
주연 : 브랜든 프레이저, 앤디 서키스, 헬렌 미렌, 폴 베터니
개봉 : 2009년 1월 29일
관람 : 2009년 2월 1일
등급 : 연소자 관람가

금주령을 선고받다.

작년 12월 직장 건강검진을 받았습니다. 다른 건 전부 정상으로 나왔는데 간수치가 약간 높아서 2차 검진을 받았고, 2차 검진에서도 간수치가 높게 나와 최종적으로 '내과 진료 요망'이라는 판결을 선고받았습니다. 간 수치라는 것이 술을 조금만 마셔도, 조금만 피곤해도 언제든지 높아질 수 있는 것이 저는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구피는 빨리 내과 진료를 받아보라며 성화였습니다. 결국 회사 근처 병원에서 다시한번 피 검사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또다시 간수치가 높게 나오고 말았습니다. 의사의 말로는 걱정할 정도는 아니지만 간수치가 자꾸 높게 나오니 간 기능을 개선해주는 약을 2주간 복용한 후 다시한번 피 검사를 하자더군요. 결국 2주치 약을 아주 두툼하게 받아들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때가 기회다 싶었는지 구피는 간수치가 정상이 될 때까지 제게 금주를 선언하더군요. 퇴근 후 집에서 마시는 맥주 한 캔의 상쾌함을 더 이상 누릴 수가 없게 된 저로써는 강하게 반발했지만 간 기능 개선제를 복용하며 술을 마신다면 약이 무슨 소용이라는 구피의 말에 결국 굴복하고 말았습니다.
문제는 친구 녀석에게 토요일 저녁 진하게 술 한 잔 하자는 문자 메시지를 받은 후부터 발생했습니다. 구피는 친구를 만나러 나가겠다는 절 못 나가게 붙잡았으며, 결국 전 친구와의 약속도 펑크 내고 집에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일요일은 구피가 친구들과 약속이 있는 날. 저는 전날의 복수를 위해 구피를 못 나가게 막아섰지만 역부족. 결국 구피는 화창한 일요일, 집에 저와 웅이만 남겨놓고 12시에 나가 저녁 9시가 되어서야 들어왔습니다.
잔뜩 삐친 저는 구피가 들어오면 늦게 들어 온 것을 꼬투리삼아 한바탕 해보려고 벼르고 있었는데 영악한 구피는 그런 제 얕은 속셈을 눈치 채고 결코 거부할 수 없는 달콤한 미끼를 던져 줬습니다. 그것은 바로... 모두들 짐작하겠지만 바로 영화입니다. 결국 저는 일요일 밤, [잉크하트 : 어둠의 부활]을 보러 가자는 구피의 미끼를 덥석 물어 버림으로 어렵게 잡은 꼬투리를 송두리째 날려 버렸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정말 욕 나올 정도로 재미없었습니다.


 

너 정말 영화 이 따위로 만들래?


난 판타지영화에 관대하다. 하지만...

[반지의 제왕]이후 판타지영화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장르가 되었습니다. 물론 그 어떤 판타지영화도 [반지의 제왕]을 넘을 수는 없었지만 현실의 세계와 동 떨어진 새로운 판타지 세상에서의 모험은 언제나 제게 만족감을 안겨줬습니다. 그렇기에 [황금 나침반]처럼 흥행에 완벽하게 실패한 판타지영화마저도 2편을 기다리고 있으며, 극장에 판타지영화가 개봉하면 기대작 1순위로 올려놓고 가장 먼저 보러 극장으로 달려가곤 했습니다.
하지만 [잉크하트 : 어둠의 부활]은 아닙니다. 이 영화는 제게 끔찍하게 재미없었던 첫 번째 판타지영화라는 불명예를 안게 될 것이며, 오죽 재미가 없었으면 이 영화의 속편 따위는 결코 기대하고 싶지 않아졌습니다.
이 영화가 제게 왜 그토록 재미가 없었는지는 일일이 설명하기도 귀찮을 정도로 많습니다. 그 중 가장 큰 것은 빈약한 캐릭터, 매력부재의 배우들, 판타지공간의 부재, 앞뒤가 맞지 않은 스토리의 허술함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나열하고 보니 영화 전체가 제겐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암튼 이 영화가 제게 왜 욕이 나올 정도로 재미없었느니 하나하나 설명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저는 이 영화의 캐릭터가 싫었습니다. 소리 내어 책을 읽으면 책 속의 캐릭터들을 현실로 불러들일 수 있는 신비한 능력을 지닌 모(브랜든 프레이저)는 하는 일은 없이 열심히 뛰어다니기만 하고, 악당이라고 하기엔 너무 관대한 카프리콘(앤디 서키스)은 악당으로써의 카리스마를 전혀 발휘하지 못합니다. 외모만은 [반지의 제왕]의 아라곤(비고 모텐슨)을 연상하게 하는 더스트핑거(폴 베터니)는 죽도록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징징거리며 툭하면 도망가기 일쑤였습니다. 그 외의 캐릭터들은 마치 급조한 느낌이 강할 정도로 개성이 부족했습니다. 영화를 볼 때 캐릭터 위주로 보는 제게 캐릭터가 약하다는 것은 최악의 핸디캡입니다.


 

이봐, 브랜든. 자넨 [미이라]의 릭 오커넬이 가장 어울리네.


브랜든 프레이저가 나온다고 할 때부터 불안했다.

사실 이 영화에 대한 불안감은 이미 영화를 보기 전부터 예감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이 영화의 주연이 브랜든 프레이저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뭐 특별하게 브랜든 프레이저를 싫어하는 것은 아닙니다. 누가 뭐래도 [미이라]에서 그는 꽤 매력적이었으니까요. 물론 [미이라]의 최근작인 [미이라 3 : 황제의 무덤]은 생각하기 싫을 정도로 최악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브랜든 프레이저마저도 최악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미이라]는 브랜든 프레이저에게 배우로써의 명성을 안겨주긴 했지만 배우로써의 한계도 남겨 주었습니다. 그것은 코믹 어드벤처의 주인공이라는 한정된 이미지입니다. [미이라]에서 그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유머 감각을 잃지 않던 릭 오커넬은 분명 매력적이었지만 [잉크하트 : 어둠의 부활]에서 사라진 아내를 되찾고 어린 딸을 보호해야하는 심각한 역할은 전혀 어울리지 못했습니다. 그렇기에 그는 하는 일없이 마냥 뛰어다니는 것처럼 비춰질 뿐이었습니다.
[반지의 제왕]에서 골룸을 연기해서 단번에 스타덤에 오른 앤디 서키스 역시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판타지의 절대 악이라면 최소한 [반지의 제왕]의 사우론 정도의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어야 함이 마땅하지만 그는 로한의 사악한 마법사 그리마 정도의 사악함 밖에 지니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 외에 헬렌 미렌, 폴 베터니 등 매력적인 배우들이 대거 등장하지만 그들 역시 자신의 매력을 발휘하기보다는 빈약한 캐릭터에 함몰되어 제대로 연기력을 펼쳐 보여주지도 못한 채 소모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판타지영화에서 꼭 스타급 배우가 나와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판타지적인 캐릭터 이미지에 맞는 배우들을 적재적소에 캐스팅했던 [반지의 제왕]은 그 좋은 본보기입니다. [잉크하트 : 어둠의 부활]은 오히려 스타급 배우들의 캐스팅에 몰두한 나머지 판타지 캐릭터에 알맞은 배우들의 매력을 뽑아내지 못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골룸에서 악의 제왕으로 출세했다네. 물론 어울리지는 않겠지만...


그딴 식으로 끝내면 안 되지.

판타지영화에서 가장 매력적인 것은 판타지 공간입니다. 현실의 세계와는 동떨어진 판타지 공간은 제가 판타지영화에 매료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습게도 [잉크하트 : 어둠의 부활]에는 판타지공간이 없습니다. 그 대신 판타지 캐릭터들을 현실의 공간에 불러들입니다. 대부분의 판타지영화들이 현실의 캐릭터들을 판타지 공간에 밀어 넣는 것과는 정 반대의 선택을 한 셈입니다. 하지만 현실의 공간에 들어온 판타지 캐릭터들은 전혀 그 매력을 발산시키지 못합니다. [오즈의 마법사]의 날개달린 원숭이도, [피터팬]의 후크 선장의 손을 먹은 악어도, 상상의 동물 유니콘도, 그리스 신화의 괴물도, 현실의 세계에 온 판타지 캐릭터들은 그저 우리에 갇힌 신세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 영화에 가장 많이 실망한 것은 바로 이 영화가 선택한 마지막 마무리의 어이없음 때문입니다. 이 영화가 내세운 규칙은 간단합니다. 실버통이라 불리는 사람들은 책을 소리 내어 읽으면 책 속의 캐릭터들을 현실의 세계에 불러들일 수 있고, 그 대신 현실의 그 누군가가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책'입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자신도 아버지의 능력을 이어받아 실버통임을 알게 된 모의 딸 메기는 자신의 불러낸 최악의 괴물 쉐도우와 카프리콘을 돌려보내고, 카프리콘에게 붙잡힌 어머니를 구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 중요한 마지막 순간에 책은 없습니다. 이 영화가 규칙으로 내세운 책은 온데간데없고, 글만이 존재합니다. 언제부터 책과 글이 같은 의미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정말 이렇게 끝을 낼 것이라면 과연 무엇 때문에 모는 아내를 찾아 그 오랜 시간동안 고생을 했는지 저로써는 잘 이해가 되지 않더군요.
어쩌면 2편은 이보다는 재미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내세운 가장 기본적인 규칙마저도 무너진 마당에 2편의 스토리에 기대할 것은 아무것도 없어 보이네요. 물론 미국에서의 재앙과도 같은 흥행 성적을 보니 결코 2편이 순탄하게 만들어질 것 같지는 않지만 말입니다.


 

이 거센 바람처럼 2편을 향한 우리의 앞길도 순탄하지는 않을 거야.

또 모르지. 하늘에서 눈 먼 돈이 떨어진다면 2편을 만들 수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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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영화광
저는 개인적으로 2편나오면 볼것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실망을 감추진 못했습니다...
카프리콘과 브랜든 프레이저 형님의 캐릭터는 너무나도 단순했는데.... 카프리콘은 부하 몇명이서 위협하면 나가 떨어질것 같던데...
그리고 총만 들고 공격하는 것을 못봤내요...
그리고 1시간 40분동안 볼거리라곤 탈출장면과 마지막 장면....
결말또한 어이없었네요.... (글만 쓰면 되는군하)
 2009/02/02   
쭈니 사실 저도 이렇게 글은 써놓고 2편 나오면 혼자라도 보겠죠. ^^;
하지만 이 영화의 2편보다는 차라리 [황금 나침반]의 2편 나오는 것이 더욱 빠를 것같습니다. ^^
 2009/02/02   
액션영화광
바로 답변해주셨네요....
[황금 나침반]도 저희 집에 소설원작이 전권있는데,, 역시 영화로는 쬐금 실망
그러나 잉크하트2보단 기대치가 높을듯 싶네요.
카프리콘역에 앤디 서키스 실제로 연기하는 것 보는거 처음인데 캐릭터가 매력이 없으니까 밋밋했네요,,,
 2009/02/02   
쭈니 오우~ 소설 전편이라... [황금 나침반]은 어떻게 진행될지 무척이나 궁금했는데... 책 사볼 생각은 않고 영화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게으른 쭈니입니다. ^^;  2009/02/03   
이빨요정
얄팍한 영화가 또 나왔습니다.
정말 싫습니다. 킬링타임도 않되는 영화는 진짜.
80년대에 "라비린스"나 "윌로우" "리젠드" 같은 판타지 영화가 나올때는 진부하더라도 적어도 엄청난 볼거리로 승부할려는 제작진들의 노력이 보였는데 이 영화에는 그런것이 없더군요.
영화는 재미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꼭 대규모 스케일을 말하는것이 아닙니다.
너무 대충만든것이 티가 납니다.
 2009/02/03   
쭈니 이빨요정님이 언급해주신 80년대 판타지영화들은 단 한편도 보지 못했네요. 왠지 부끄...
제게 있어서 판타지의 시작은 [반지의 제왕]이다 보니... ^^
암튼 볼거리없고, 대충만든 듯한 느낌이 드는 영화라는데엔 공감합니다.
 2009/02/03   
소라빵
왠지 쭈니님도 좋지 않은평을 낼꺼라 예상했지만 역시나군요..'ㅅ';;
과연 이 영화가 2편이 나올지...;;
 2009/02/04   
쭈니 왠만한 판타지영화는 좋아하는 편인데... 이 영화는 영...
제가 보기엔 2편이 나오기 힘들지 않나싶습니다.
1편부터가 이렇게 말아드셨으니... ^^;
 2009/02/04   
쭈니세상
브레든프레이저... 에구 영화가 재미가없었나보군..  2009/02/10   
쭈니 네, 영화 재미없었습니다. ^^;  2009/02/10   
우드
어머니를 모시고 극장가에 강림하려다가 영화평을 보고 접은 영화. 잘한걸가?  2009/03/01   
쭈니 자~알 하신 겁니다. ^^
물론 제 주관적인 관점에서는 그렇습니다. ^^;
 2009/03/02   
박휘연
쭈니님보다 제가 좀더 관대하게 평가했나봐요
저는 나름..재미를 느끼며 봤어요 사실 다른캐릭터는 몰라도 더스트핑거랑 중간에 나온 알리바마와 40인의 도둑중 한명이 꽤나 매력적이라.... 사실 이거본다음에 본영화가 문 프린세스라...그거 원작기대하고봤다가 디립다 욕만 했죠..
아마 돈주고 봤으면 돈아깝다고 욕을 했겠지만 공짜로 본거니 그나름은 재미있게 봤어요
판타지세계의 주인공을 현실로 불러들인다는거 잘만설정하면 정말 잘할수있을텐데 연출이 꽝이었던거같아요 그래도 원작은 재밌더군요 ㅋㅋ
 2009/04/10   
쭈니 사람마다 각자 관대한 영화가 있죠. ^^
전 너무 기대했었나봅니다.
그리고 [문 프린세스]는 못봤습니다.
보고 싶었는데... 그래도 재미가 없다니 극장에서 안보길 다행... ^^
 2009/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