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사토 준이치
더빙 : 양정화, 류점희, 김장, 시영준
개봉 : 2008년 8월 7일
관람 : 2008년 8월 10일
등급 : 연소자 관람가
웅이에게 새로운 친구가 생겼다.
한동안 웅이는 저와 함께 [로보트 태권 V]를 본 이후로 '태권 V'에 푹 빠졌었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마징가 Z'와 '그레이트 마징가' DVD를 보여주자 이번엔 '마징가 Z', '그레이트 마징가', '그랜다이저'로 이어지는 일본산 로봇들에 열광하더군요.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쿵푸팬더]를 보여줬더니 이번엔 [쿵푸팬더]의 무적의 5인방중 하나인 '타이그리스' 놀이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아직 나이가 어려서인지 쉽게 빠져들고, 또 쉽게 싫증도 냅니다. 그래서 전 웅이에게 많은 것을 보여주려고 노력합니다. 어렸을 때 정말 좋아하는 캐릭터를 하나쯤은 간직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저는 웅이에게 장난감도 캐릭터 장난감 위주로 사줍니다.
이번에 제가 웅이에게 새롭게 소개한 캐릭터는 바로 '케로로'입니다. 구피는 '케로로'는 성인용 애니메이션이라고 우기더군요. 그래서 길거리에서 파는 불법 DVD로 [개구리 중사 케로로 : 최종병기 키루루]를 먼저 보여줬습니다. 그랬더니 웅이의 반응이 좋더군요. 그래서 이번엔 [케로로 더 무비 : 케로로 VS 케로로 천공대결전]을 극장에서 보여줬습니다. 역시 웅이의 반응은 예상했던 대로입니다.
영화를 보고나서 정해진 순서대로 '케로로'의 캐릭터 장난감을 사주기로 결심했습니다. 구피는 펄쩍 뛰며 웅이 버릇 나빠진다며 잔소리하지만 전 웅이가 새로운 캐릭터에 빠지고, 그러한 추억을 오랫동안 간직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먼 훗날 어른이 되어 어린 시절 보았던 애니메이션과 장난감들을 보며 행복감에 젖어들 수 있도록... 기왕이면 우리 캐릭터였으면 좋겠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면에서 너무 취약해서 아쉽기만 합니다.
우리가 바로 웅이의 새로운 친구 케로로 소대이다.
웅이, 케로로와 통하다.
물론 그러한 제 시도가 매번 성공을 거두는 것은 아닙니다. 가까운 예로 웅이에게 '도라에몽'이라는 캐릭터를 친구로 만들어주기 위해 [도라에몽 : 진구의 마계대모험 7인의 마법사]를 보여줬었습니다. 하지만 웅이의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이렇듯 제가 영화를 보여준다고 해서 모두가 웅이의 새로운 친구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웅이의 영화적 취향과 눈높이를 맞춰줘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케로로 더 무비]는 상당히 성공적이었습니다. 지구를 침략하기 위해 소대원들을 이끌고 왔지만 결국 지구인들과 친구가 되어버린 이 엉뚱한 개구리 외계인들의 모험은 웅이에겐 너무나도 유쾌했던 모양입니다.
영화가 끝나고 올해 보여줬던 영화들을 나열하며 그 중 무엇이 가장 재미있었냐고 물었더니 웅이는 대뜸 [쿵푸팬더]와 [케로로 더 무비]를 꼽더군요. 그와는 반대로 웅이에게 가장 재미없었던 영화는 고민할 필요도 없이 [도라에몽]이었답니다.
그렇다면 [케로로 더 무비]는 무엇이 그렇게 웅이의 맘에 들었던 것일까요? 제가 웅이의 마음속에 들어가지 못해서 잘은 모르겠지만 독특한 캐릭터와 부담 없는 유머, 그리고 긴장감 넘치는 모험이 어우러져 아이들의 눈높이를 정확히 맞춘 듯이 보입니다.
사실 그러한 것들은 웅이가 가장 재미없었던 영화로 지목했던 [도라에몽]에도 있었는데 [도라에몽]은 재미가 없었고, [케로로 더 무비]는 재미가 있었다고 하니 아마도 이제 겨우 6살인 웅이도 영화의 스토리와 짜임새를 따지나봅니다. 왜냐하면 제게도 [도라에몽]은 재미없었지만 [케로로 더 무비]는 재미있었거든요. 그런 것을 보면 어른이나 아이들이나 영화를 보는 눈은 비슷할지도...
도대체 '도라에몽'은 재미없고, '케로로'는 재미있는 이유가 뭐냐?
난 이래서 [케로로 더 무비]가 재미있었다.
뭐 어차피 웅이가 무엇 때문에 [케로로 더 무비]를 재미있게 보았는지는 저로써는 짐작만 할뿐 자세히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저 역시도 [케로로 더 무비]가 재미있었다는 것입니다. 올 여름 웅이와 너무 많은 영화를 보다보니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이 아주 살짝 지겨워졌음에도 불구하고 [케로로 더 무비]가 재미있었다는 것은 제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게다가 저는 '케로로'라는 캐릭터에 대해선 영화를 보기 전에는 전혀 모르는 상태였습니다.)
제가 [케로로 더 무비]가 재미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캐릭터다 맘에 들었기 때문입니다. '케로로 소대'는 기본적으로 지구를 침략하기위해 온 외계 종족입니다. 여기까지는 뭐 평범합니다. 그런데 그들의 침략 방식이 참 독특합니다. 다크 케로로의 방식이 일반적인 방식인데 반에 케로로는 엉뚱하면서도 유쾌한 방식으로 지구를 침략하려 합니다.
그러한 엉뚱한 케로로의 모습에 함박웃음을 짓게 하더니 영화의 후반부엔 저 같은 어른 관객을 위한 보너스가 준비되어 있더군요. 바로 '건담'입니다. 건담 매니아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건담에 매료된 채 어린 시절을 보낸 저로써는 뜻밖의 건담 출현에 반가운 마음이 앞서더군요.
[쿵푸팬더]이후 오랜만에 웅이와 제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영화라서 영화를 보고나서도 너무 기분이 좋았습니다. 물론 웅이에겐 웅이가 원하는 케로로 소대원 중 기로로라는 캐릭터의 장난감을 안겨줬습니다. 당분간 웅이에겐 '아빠 최고'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제가 봐도 싸고 근사한 장난감이었답니다. ^^
엉뚱 케로로 소대의 몸 개그
뭐냐, 저런 것이 정말 재미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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