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7년 영화이야기

[바르게 살자] - 바르게 살지 못하는 우리를 위한 판타지

쭈니-1 2009. 12. 8. 20:28

 

 



감독 : 라희찬
주연 : 정재영, 손병호
개봉 : 2007년 10월 18일
관람 : 2007년 10월 30일
등급 : 15세 이상

정말 많은 웃음이 필요했다.

벌써 파란만장했던 10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지난 10월을 되돌아보면 정말 눈코 쉴 새 없이 바빴던 하루의 연속이었습니다. 제가 오죽했으면 그토록 좋아하는 영화보기를 포기하고 바쁜 일상에 매달렸겠습니까?
암튼 방통대 시험이 끝나고, 2007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제가 응원하던 두산이 2연승 뒤 4연패라는 충격적인 성적으로 준우승에 머물자 쌓여있던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오더군요. 두산이 준우승을 확정 짓던 날, 저녁밥도 굶고 맥주로 쓰린 속을 달랬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이 아픈 속을 달랠 수 있는 것은 영화밖에 없다는 것을...
그래서 영화를 보러갔습니다. 회사 창고정리를 하느라 하루 종일 땀 흘리며 일했지만 영화만 볼 수 있다면 10월 동안의 모든 피로가 싹 가실 것만 같았습니다. 영화 시간이 촉박하여 저녁식사도 굶었습니다. 웅이가 감기에 걸렸다는 소리를 들었으면서도 애써 웅이를 외면했습니다. 10월 들어 제 유일한 벗이 되어준 MBC 사극드라마 '이산'도 포기했습니다. 그렇게 굳은 마음으로 본 영화가 [바르게 살자]와 [M]입니다.
우선 [바르게 살자]를 본 이유는 지금 현재 제겐 굉장히 많은 웃음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웃음은 만병통치약이라고들 하죠. 저는 바로 그러한 만병통치약을 통해 지친 제 몸과 마음을 달래주려 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제 의도는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장진이 언제 널 실망시킨 적이 있니?

일단 이 영화의 히어로는 누가 뭐래도 장진 감독입니다. 아! 물론 이 영화의 감독은 장진이 아닌 라희찬입니다. 장진 감독은 단지 제작과 각본을 맡았을 뿐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진이라는 이름은 [바르게 살자]를 기대하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가 되어줍니다.
장진 감독은 [기막힌 사내들]이라는 그야말로 기막힌 코미디 영화로 감독에 데뷔한 후 [아들]을 만들기까지 7편의 장편 영화를 만들었으며, 그 중 [거룩한 계보]를 제외하고는 6편의 영화가 제게 만족감을 안겨준 성공확률 85.7%의 감독입니다.
[바르게 살자]는 비록 장진 감독이 직접 감독을 맡지 않았지만 [박수칠 때 떠나라]의 조감독 출신인 라희찬 감독에게 메가폰을 맡김으로써 자신의 스타일을 고스란히 영화 속에 그려냅니다.
그렇다면 장진 스타일이라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진지함과 코믹함의 조화입니다. 진지함이 가져다주는 코믹함의 이중적 재미를 장진 감독은 정확히 알고 있으며 그러한 그의 능력은 [바르게 살자]에서 최대한으로 발휘됩니다.  


 

 


그들은 진지한데 우린 웃긴다.

한국영화는 거의 절반 이상이 코미디 영화입니다. 제작비가 적게 들어가고 관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코미디는 어느 정도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상품가치가 충분한 장르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한국영화에서 코미디가 넘쳐나자 많은 관객들이 '저질 코미디'에 대한 거부감을 나타냈으며 그러한 현상은 최근 [상사부일체], [내 생애 최악의 남자]등 기대작의 흥행부진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진식 코미디는 여전히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장진식 코미디가 여타 다른 코미디와 차별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바로 진지함입니다.
최근 장진 감독의 영화인 [아들]을 예로 든다면 [아들]은 분명 멜로 영화입니다. 감옥에서 복역 중인 죄수가 아들을 만난다는 이 영화는 비슷한 소재인 [마이 파더]와 비교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입니다.
분명 [아들]은 눈물, 콧물을 흘릴만한 영화인데도 관객들은 웃습니다. 아주 심각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장진 감독은 여지없이 관객을 웃깁니다. [마이 파더]에서 눈물을 흘리기에 여념이 없었던 마음 약한 관객들도 [아들]앞에서는 웃음을 터트립니다. 그런데 슬픈, 진지한 상황에서의 웃음이 그리 기분 나쁘지 않습니다. 오히려 신선합니다. 그러한 특이상황은 [바르게 살자]의 가장 큰 특징이기도 합니다.


 

 


그는 단지 바르게 살았을 뿐인데...

이 영화의 주인공은 우직한 형사 정도만(정재영)입니다. 그는 우직함 때문에 강력계 형사에서 교통경찰이라는 한직으로 물러났으며, 새로 취임한 경찰 서장에게 신호위반 딱지를 끊으며 첫날부터 찍힙니다.
하지만 그는 잘못한 것이 없습니다. 단지 법대로, 원칙대로 했을 뿐입니다. [바르게 살자]의 재미는 바로 이것입니다. 정도만은 다른 코미디 영화의 주인공들처럼 웃긴 표정을 짓지도 않고, 욕설을 퍼붓지도 않으며, 슬랩스틱 코미디는 하지도 않습니다. 그는 단지 무표정한 얼굴로 바르게 행동을 할 뿐입니다.
그런데 웃깁니다. 법대로, 원칙대로 하는 정도만의 모습이 웃깁니다. 그것은 역설적으로 우리 자신이 법대로, 원칙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우리 자신이 그러하기에 바르게 살고자하는 정도만이 우스꽝스럽게 보여 지는 것입니다. 상당히 아이러니한 상황이죠.
정말 우리 사회가 법대로, 원칙대로 행해지는 사회라면 [바르게 살자]는 코미디 영화라고 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예비군 훈련을 FM으로 받는 예비군을 보며 비웃습니다. 똘아이라며... 사실은 FM으로 받는 것이 정상인데 말이죠. 그냥 보여주기식 모의 훈련을 FM으로 하는 정도만을 보며 맘껏 웃는 우리는 결코 정도만처럼 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웃기며 또한 통쾌합니다. 우리는 그렇게 되고 싶지만 결코 될 수 없는 캐릭터를 그려냈기 때문에... 이런 코미디는 장진 감독이 아니면 아무나 못하는 것이기에 저는 또다시 장진 감독의 영화에 열광하며 환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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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잠
개인적으로 정재영의 캐릭터는 너무 싫어합니다. 거칠고 소리만 벅벅지르는 역할에 욕이 난무하는;;;; 배우이 색깔이라는게 있다보니 어느정도는 이해가 된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캐릭터는 정이 안가더군요.

'바르게 살자'의 시놉시스를 봤을땐 역시 대가리 없는 코미디는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기대가 되서 보고싶긴한데 극장갈 여유가 없긴 하네요^^ 거기다 너무 좋아하는 손병호씨땜에 더보고싶긴한데...
 2007/10/31   
길가던행자
-ㅁ-.......굉장히 보고팠는데........시간이없어서 결국 컴퓨터로 예전 영화만 20편정도 봤네요......크흑 ;ㅁ;.....  2007/10/31   
쭈니 엘잠님... 정재영이 그런 연기를 했던가요? 전 이상하게도 [아는 여자]에서와 같은 약간 어눌한 정재영만 기억이 납니다. ^^;
길가던행자님... 예전영화 20편 볼 시간이라면 최근영화 10편은 거뜬히 보실 수 있을 것 같은데... 돈이 없다는 핑계가 아닌 시간이 없다는 핑계는 좀... ^^
 2007/10/31   
길가던행자
아니요;;같이 보러 갈사람이 시간이 없어요 -ㅁ-;;짧게 쓰다보니 뜻이 그렇게 됬네요 ㅎㄷㄷ;;어머니께서 바르게 살자 재밌어 보인다고 같이 보러 가자고 하셨는데 당장 보고 싶다고 나혼자 보러갈수가 차마없어서 ;ㅁ;.....어머니께서 시간되실때까지 기달리는중.....이러다가 또 극장에서 내리면.......=ㅅ=...무념 무상  2007/10/31   
쭈니 부럽네요. 어머니와 극장에 가시다니... ^^  2007/10/31   
ssook
왠지 정재영의 연기는 한결같습니다.
처음 봤던 영화가 [킬러들의 수다]였는데 거기서의 그와 지금의 그는 그리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올곳고 엉뚱한 이 캐릭터는 이쁜 이나영과 같이 나온 [아는 여자]의 캐릭터를 자꾸 떠오르게 하더라구요.
바르게만 살던 남자의 자충우돌 역할놀이... 였다고 하면 되려나...
원칙만 고수하는 꽉 막힌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정직하지 못한 사회를 향한 울부짖음으로 뵈더라구요...
아주 재밌게 잘 봤습니다.ㅎㅎㅎ
 2007/11/02   
쭈니 솔직히 정재영의 그 거친 외모 탓에 거친 연기만 할줄 알았는데 어느새 보니 순수한 연기를 하고 있더군요.
요즘 순수한 연기에 너무 한정되는 것 같긴해도 워낙 연기력이 있는 배우이니 앞으로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진진할 것 같습니다.
남자들의 좌충우돌 역할극... 재미있는 표현이네요. ^^
 2007/11/02   
켄신
코미디 영화로서는 합격점  2008/08/16   
쭈니 코미디 영화가 코미디 영화로서 합격이라면 이 영화도 상당히 만족한 평이라고 생각할듯... ^^  2008/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