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7년 영화이야기

[심슨가족 더 무비] - 이거, 애들 만화 아니거든!

쭈니-1 2009. 12. 8. 20:20

 

 



감독 : 데이빗 실버만
더빙 : 댄 카스텔라네타, 줄리 캐브너
개봉 : 2007년 8월 22일
관람 : 2007년 8월 24일
등급 : 12세 이상

심슨가족을 만나다.

제가 언제부터 [심슨가족 더 무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네요. 이 영화는 제가 좋아할 그 무엇도 가지고 있지 않은 애니메이션인데 말입니다. 누리끼리한 캐릭터들의 모습은 완전 비호감이며, 대충 그린 듯한 그림들은 '내가 그려도 이보다는 잘 그리겠다.'라는 억지 섞인 투덜거림을 나도 모르게 튀어 나오게 만들고, 극장의 대형화면으로 봐야할 애니메이션 기술의 혁신적인 발전은 눈을 씻고 찾아도 찾아볼 수도 없는 이 영화를 어쩌다가 황금 같은 주말에 다른 쟁쟁한 기대작들을 뒤로하고 보게 된 걸까요?
하지만 영화를 보고나니 알 수 있겠더군요. 제가 무의식적으로 이 영화를 보고 싶어 했던 이유를... 저는 불만 가득한 이 사회를 향해 우스꽝스럽게 대항하는 심슨가족의 활약상을 보며 대리만족을 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결국 전혀 관심조차 가지지 않았던 [심슨가족 더 무비]를 갑자기 보고 싶었던 것은 이 영화의 유일한 미덕인 풍자 가득한 스토리 때문이며, 그러한 것들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것은 어느덧 제가 마냥 행복했던 청춘의 시간을 끝내고 사회에 불만이 가득 섞인 칙칙한 아저씨가 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입니다.
암튼 이유가 무엇이든지간에 미국에선 TV방송 역사상 가장 오래 방영된 애니메이션이자 최고 시청률을 자랑하는 시트콤 시리즈이며, 전 세계적으로 250개 이상의 신문에 연재되는 메가히트 애니메이션 시리즈이고, 지금까지 18시즌, 400회 방영시록을 보유한 최장수 코미디 프로이며, 타임지 선정 '20세기 가장 위대한 TV쇼'와 23개의 에미상을 수상함으로써 작품성도 인정받은 그야말로 미국의 국민 애니메이션 [심슨가족]의 극장판 [심슨가족 더 무비]를 봤습니다.


 

 


 


호머 심슨은 결코 특별하지 않다.

영화를 보기 전 [심슨가족]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었습니다. 물론 예고편을 보긴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이 영화가 풍자와 패러디가 가득한 성인 애니메이션이라는 사실 밖에 모르겠더군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는 내내 정말 즐거웠습니다. 잘 만든 디즈니와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과는 또 다른 의미의 쾌감이 느껴지더군요.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영화의 주인공인 호머 심슨은 제가 생각했던 것처럼 그렇게 한심한 캐릭터는 아니었습니다. 아이들에겐 멋진 아빠가 되어주지 못하고 아내에게도 좋은 남편이 되어주지 못하는 그는 게으르며, 이기적이고, 무관심하며, 무능력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호머 심슨이 한심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그의 모습에서 내 자신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게으릅니다. 저 역시 이기적이며, 남의 일에 무관심하고, 사회적으로 무능력합니다. 그것은 비단 저뿐만이 아닐 것입니다. 이 시대의 30대에서 50대에 이르는 성인층이라면 한번쯤 자신의 무관심과 무능력을 느끼고 있을 것이며 그로인하여 자신이 교과서에 나올법한 멋진 아빠, 좋은 남편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통감하고 있을 것입니다. 호머 심슨은 그러한 평범한 성인 남성의 모습을 좀 더 극대화시키고 우스꽝스럽게 만들어놓은 캐릭터에 불과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가 성인 애니메이션으로써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영화의 모든 문제를 야기 시킨 주범이지만 우린 결코 그를 미워할 수 없습니다.(저 역시 환경 문제엔 무관심하니까요.) 자신의 고향이 위기에 처했어도 그는 꼼짝도 안합니다. '내가 왜 그들을 도와야해?' 그것은 호머 심슨의 태도이며, 더 나아가선 평범한 우리들의 모습입니다. 그렇기에 호머 심슨은 특별하지는 않지만 영화 [심슨가족 더 무비]는 특별합니다.


 

 


 


좋은 아빠가 되려면...

성인 애니메이션으로써의 이 영화의 재미를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확실히 만족스러웠습니다. 물론 미국에서는 통하는 이 영화의 패러디가 제겐 이해부족의 벽에 부딪혀야했고, 여전히 극장에서 굳이 봐야할 그 어떤 스케일도 느끼지 못했다는 점에서 만점을 줄 수는 없지만...
하지만 절 정말로 당혹스럽게 만든 것은 극장을 가득 채운 꼬마 관객들이었습니다. 특히 어떤 남성분은 초등학교 저 학년인 듯 보이는 아이들을 다섯 명이나 데리고 영화를 관람하시더군요. 제가 웅이를 극장에 데려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 분도 아이들에게 애니메이션을 보여주기 위해 극장을 찾은 것이겠죠. 아마 그 분은 [심슨가족 더 무비]가 성인 애니메이션이라는 사실을 몰랐을 겁니다. 하긴 그것도 무리는 아니죠. 미국에선 국민 애니메이션이지만 우리나라에선 낯선 애니메이션임에는 분명하니까요.
아마도 영화를 보는 내내 그 분은 상당히 당혹스럽지 않았을까요? 아빠는 아들의 목을 조르고, 커다란 돔에 깔려 죽는 남자의 모습이 등장하고, 심지어는 성기노출(?)도 당당하게 해내는 이 영화는 아이들이 영화를 보며 '귀여워'를 외친다고해도 분명 애들 영화가 아님은 분명해 보입니다.
좋은 아빠가 된다는 것은 어찌 보면 간단합니다. 영화 속의 호머 심슨도 좋은 아빠는 아니지만 결국 영화의 마지막엔 아들인 바트 심슨의 마음을 얻어냅니다. 그것은 바로 관심입니다. 내 아이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호머 심슨은 마지막에 그것을 깨달았으며 마지막에 아들과 그 일을 해냄으로써 결국엔 옆집 아저씨를 제치고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 영화를 어린 아이들과 함께 관람한 일부 무관심한 어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슨 귀찮은 숙제를 하는 것 마냥 무조건 만화영화를 극장에서 보여준다고 부모의 노릇을 한 것은 아닙니다. 최소한 아이들과 영화를 보러간다면 영화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고, 이것이 정말 아이들과 함께 봐도 좋은 영화인지, 아이들이 이 영화를 즐길 수 있을 것인지 확인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확실한 것은 이거 애들 영화 아니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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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던행자
개인적으로 영화고르는 기준이 딱!보는순간 필이와야 보는 타입이라;;개인적으로 애니나 만화를 좋아하는편이지만(오타쿠는아닙니다!!.....아마도요 =ㅅ=) 그림체가 별로인거는 아무리 스토리가 좋다고해도 안보는 타입이라서요 =ㅅ=;;일단 눈이 편해야지 아무리 내용이좋아도 보는내내 눈이괴로우면 그것때문에 신경이쓰여서 내용에 집중을못하거든요..쩝;;어렸을때부터 가끔TV에서 심슨이 나오는건 봤지만 그림체때문에 매우 싫어했던 만화라는ㄱ-;;;그런이유로 이번에도 그저 쭈니님 감상글을보며 대리만족이나 ㅋ;;  2007/08/26   
쭈니 저 역시 그러합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취향도 바뀌는 것인지... ^^;
 2007/08/27   
ssook
저는 나름 좋아합니다. 항상 꼭, 챙겨보는 것은 아니지만 TV를 켰을때 하고 있으면 꾸준히 지켜봤던지라........ 제정신인 등장인물들은 하나도 안나오고 온통 풍자에 시니컬함만 가득했지만 정신없이 웃기지 않더이까... 근데 항상 영화를 같이 보는 친구의 취향은 아닌듯 하여 혼자라도 가서 봐야돼나........망설이고 있는데 그 친구가 먼저 보자고 청해줘 무지 고마웠어요.. 근데 좌석에 앉자마자 왠일이에요.. 가족단위 관객들이 속속 들어오는거에요.. 애니라는 것 하나로 들어온 것같은데.. 애들하고 볼 영화라면 최소한의 영화 정보는 알아야 하는 것 아닌지.
잔인한 장면도 나오고 - 그 장면에서 애들이 하하 웃는데 이거 같이 웃어줘야할지 혼내야할지 모르겠더라구요......... 여튼 그것 빼고 시종일관 간만에 재미나게 본 영화였어요.
 2007/08/29   
쭈니 저와 비슷하시군요.
저 무지 당황했습니다.
아이들이 이 영화 본 후 친구 목 조르며 놀면 어쩌려고...
영화 끝나고 마치 졸은 듯한 졸르운 얼굴로 무심한 표정으로 극장박을 나오는 아이들의 아빠 얼굴을 보며 난 저러지말아야지라고 생각했더랬습니다. ^^;
 2007/08/30   
노키아
굉장히 재밌게 봤습니다^^
약간은 잔인한듯 하지만 재밌는 장면이
폭소를 자아냈습니다~
 2007/08/30   
쭈니 그렇죠.
어른들이 보기에 딱 알맞는 그야말로 성인 애니메이션의 진수를 보여준 영화입니다. ^^
 2007/08/30   
임창정
정말 재밌게봤습니다
10여년전 티비로 만화를 봤던 기억이 스쳐가서
봤떠니 역시 짱~ㅎㅎㅎ
 2007/09/01   
쭈니 이거 우리나라에서도 TV에서 했었나요?
전 전혀 몰랐다는... ^^;
 2007/09/01   
산와머니
관객이 2D애니메이션, 그것도 극장에서 굳이 봐야할 이유가 없는 TV에니메이션으로 불평을 할것을 미리 선수를 친다거나
폭스사 로고를 웃기게 만들고 타이타닉등을 패러디 하는등 유머와 패러디의 진수를 보여주시는 영화였습니다.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이영화의 스프링필드 주민들 비중이
너무 적다는것. 이시리즈는 광대크리스티나 톰과 제리를 패러디한 이치와 스크래치등 개성넘치는 인물이 가득합니다.
시간이 되시면 심슨가족시리즈를 감상하시는 것도 괞찮으실듯.
(시리즈는 15세관람가이상입니다.)
 2007/09/01   
쭈니 역시 TV 시리즈물도 매력이 가득한가 보구요.
특히 산와머니님이 말씀하신 스프링필드 주민들...
생각만해도 왠지 기대됩니다.
하지만 TV 시리즈물을 어디에서 볼 수 있는 것인지...
비디오 대여점에도 없던데... ^^;
 2007/09/02   
ssook
투니버스 채널에서 심야시간에 합니다. 한달전에도 봤어요....
 2007/09/09   
쭈니 그렇군요.
저희 집에는 투니버스가 안나온답니다. ^^;
 2007/09/09   
ㅎ 재미있었습니다..
"TV에서도 볼수 있는 만화를 돈주고 보는 너.. 호구야.."
ㅎㅎㅎ 인상적이더군요..
 2007/12/08   
쭈니 그 장면을 생각하니 저도 지금 피식 웃음이 나네요. ^^  2007/12/08   
mero
이 영화는 전에 어떤 영화(제목이... --^)시작 전에 예고편 보고 엄청 기대했는데 역시 재미있더군요 ㅎㅎ 고등학교 영어 시간에 선생님이 일주일에 한번씩은 dvd틀어주시던 기억이 새록새록나네요 ^^  2008/01/18   
쭈니 영어시간에 애니메이션 DVD도 틀어주셨나봐요.
정말 좋았겠습니다.
저도 그런 식으로 영어공부했다면 지금보다는 영어와 많이 친해졌을텐데...
저희는 딱딱한 영어책 아무 의미없이 읽고, 문법 공부하는게 전부였거든요.
덕분에 저는 영어시간마다 꾸벅꾸벅 졸았다는... ^^
 2008/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