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7년 영화이야기

[1408] - 공포를 즐겨라!

쭈니-1 2009. 12. 8. 20:16

 

 



감독 : 미카엘 하프스트롬
주연 : 존 쿠삭, 사무엘 L. 잭슨
개봉 : 2007년 8월 1일
관람 : 2007년 8월 7일
등급 : 15세 이상

이렇게 눈꺼풀이 무거운 줄 몰랐다.

3개월(구피에 의하면 정확히 100일)동안의 백수생활을 청산하고 드디어 새로운 회사에 출근을 하였습니다. 새로운 회사에서의 새로운 출발에 대한 두려움과 설렘 때문에 출근 전날은 잠이 안 왔고, 막상 출근해서는 늦잠 자던 백수생활의 버릇 때문인지 졸음만 쏟아지더군요. 그렇다고 출근 첫날부터 꾸벅꾸벅 졸을 수는 없었기에 정말 있는 힘껏 잠을 참았답니다.
퇴근하고 구피가 [1408]을 보자더군요. 사실 집에 들어가 그대로 잠을 자고 싶었지만 [디 워] 덕분에 오랜만에 극장에서 영화보기의 재미를 다시 찾은 구피의 청을 거절할 수가 없었습니다. 집에서 라면으로 저녁식사를 간단하게 끝내고, 샤워를 한 후 반바지와 슬리퍼를 질질 끌며 약속장소인 극장으로 향했습니다.
구피와 보기로 한 [1408]은 공포영화입니다. 제가 무서워하는 동양의 머리 풀어헤친 귀신이 나오는 영화는 아니지만 여름 내내 공포영화라고는 [검은 집] 한편 밖에 보지 못한 겁쟁이이기에 [1408]을 보기 전에 꽤 긴장을 했답니다.
하지만 영화가 시작하려는데 졸음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영화 특유의 긴장감 덕분에 중반부터는 졸음이 달아났지만 영화가 끝나자 달아났던 졸음이 두 배로 세력을 키워 절 덮쳐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그야말로 눈을 뜨고 걸었는지, 감고 걸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을 지경이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씻지도 못하고 그대로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그날이 지금껏 제 눈꺼풀이 가장 무겁게 느껴졌던 날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도 신기하게도 영화 보는 순간에는 졸지 않았다는 것. 제 놀라운 영화에 대한 집중력에 제 자신도 감탄하고 있습니다. ^^;


 

 


이 영화는 공포영화이다.

[1408]의 원작은 스티븐 킹의 단편소설입니다. 모두들 잘 아시겠지만 스티븐 킹은 할리우드가 가장 선호하는 작가입니다. 그의 소설들은 공포 호러물이 많고, 스토리가 탄탄하며, 영화적인 상상력을 필요로 하는 상황묘사가 많습니다. 한마디로 할리우드의 입맛에 아주 딱인 셈이죠.
[1408] 역시 그러합니다. 내용은 아주 간단합니다. 어린 딸을 병으로 잃은 작가 엔슬린(존 쿠삭)이 귀신이 나온다는 뉴욕 돌핀 호텔의 1408호에 묶으며 겪는 이야기입니다. 귀신이 나온다는 곳을 돌아다니며 그곳에서의 공포체험을 책으로 쓰고 있는 엔슬리은 1408호에서 도저히 이성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 공포를 겪게 되고 1408호와의 목숨을 건 사투 끝에 겨우 빠져나옵니다.
결국 이 영화의 재미는 엔슬린이 1408호에서 겪는 공포가 무엇인지가 관건인 셈입니다. 1408호에서 죽은 사람들의 환영이 나타나고, 그림 속의 바닷물이 호텔 방안을 덮치고, 호텔 방안이 꽁꽁 얼어버리고, 그것도 모자라 엔슬린의 죽은 딸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사실 머리 풀어헤치고 끔찍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동양의 한 맺힌 귀신들에 비한다면 [1408]의 공포는 상당히 얌전하고 시각적인 공포는 훨씬 덜한 셈입니다. 그러나 시각적인 공포가 덜하다고 해서 영화 자체가 무섭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죽은 사람들의 환영이 갑자기 나타나는 장면에선 깜짝깜짝 놀랬으며, 시시각각 달라지는 방안에서의 공포는 다음엔 무엇이 나타날지 궁금하게 만들었고, 엔슬린의 죽은 딸이 나타나는 장면에선 나도 모르게 엔슬린이 느꼈을 슬픔을 느끼고 말았습니다.
역시 공포 호러 소설의 대가인 스티븐 킹의 원작 소설의 영화답게 [1408]은 시각적인 공포는 덜하지만 심리적인 공포는 꽤 강한 편이었던 겁니다. 올 여름 [검은 집]과 더불어 선택한 유이한 공포영화답게 귀신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무서울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입니다.


 

 


그냥 순수하게 공포를 즐겨라.
  
하지만 마지막 장면 때문에 [1408]은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개운한 맛을 전해주지는 못합니다. 마지막 장면의 의미가 무엇인지 해석하기에 따라서 결말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포털 사이트에선 이 영화의 결말을 두고 수많은 새로운 결말들이 난무를 하더군요. 하지만 제 생각은 틀립니다. 이 영화의 열린 결말 덕분에 영화 자체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지만 그냥 순수하게 공포 그 자체를 즐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이 영화의 재미는 엔슬린이 겪은 1408호에서의 공포 그 자체라고 생각합니다. 방에서 나타난 엔슬린의 죽은 딸은 그저 엔슬린의 내면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공포의 한 단면이며, 1408호는 그러한 엔슬린 내면의 공포를 이용했을 뿐이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리고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인 호텔 지배인 제럴드 올린(사무엘 L.잭슨)은 악령에 휩싸인 1408호를 지키는 파수꾼이 아니었을까요? 더 이상의 희생은 막고 싶지만 그 방을 스스로 없앨 수 없었던 그는 엔슬린을 이용하려 했을지도 모릅니다. 올린이 준 술이 마지막 결말의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그 방법이 계속 암시되었던 것이 그러한 제 추측을 뒷받침해줍니다.
물론 무엇이 맞고 무엇이 틀리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1408]에서는 자신이 생각하고 자신이 만들어낸 결말이 바로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열린 결말의 장점이죠. 그런 면에서 전 복잡한 반전보다는 공포의 순수함을 그냥 믿기로 했습니다. 어찌되었건 너무 복잡한건 질색이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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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렛
존 쿠삭..은 역시 귀엽습니다^^
영화는 뭐 그리 썩... 공포스럽지 않아서 아쉬웠지요.
 2007/08/10   
쭈니 오히려 썩 공포스럽지 않았던 것이 제겐 만족스러웠을지도...
요즘 공포영화는 너무 노골적으로 무섭거든요. ^^;
그래도 영화를 보며 두번이나 화들짝 놀랬습니다.
창문에서 죽은 아줌마 귀신의 환영이 불쑥 나오는 장면과 환기구에서 좀비처럼 생긴 아저씨 귀신이 쫓아오는 장면...
얼마나 놀랬는지 나도 모르게 비명까지 질렀다는...
암튼 요즘 저 무지 겁쟁이가 되어 버렸답니다. ^^;
 2007/08/10   
액션영화광
결국 이영화를 보셧군요 ㅎㅎ^^ 저도 결말때문에 당황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1408의 뜻이 싫어하는 숫자가 13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1408을 한자씩 더하면 13이 나와서 제목을 1408로 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도 초반부는 조금 그러더군요^^
 2007/08/10   
쭈니 네 결국 봤습니다. ^^
사실 정신이 확 들 정도로 재미있지는 않았지만 그런대로 만족스러운 영화였습니다.
그리고 결말... 뭐 말도 많지만 전 그냥 단순하게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
 2007/08/10   
길가던행자
그냥저냥 볼만은 했는데 딱히.....무섭지는 않아서 조금은 아쉬웠더라는....OTL....공포 영화좀 추천해주실래요 쭈니님? 공포 영화 잘 안보시는건 알지만 그래도 저보단 많이 보셨을...듯....?  2007/08/10   
길가던행자
아...그리고 공포영화를 찾다가 공포영화를 좋아한다는 분의 블로그를 들어가서 영화 감상을 보던중 힐즈아이즈라는 영화가 무섭다는 말을 듣고 이번에 2가 개봉했데서 봤는데.....제대로 낚였습니다 괴물(돌연변이화 된 사람들)이 사람들을 맛깔나게 드시고 토막내고.....요즘 질리도록봐서 진저리가나는 그저그런(개인적인 의견입니다..) 잔인한 영화 =ㅅ=...훗...그분 블로그가 어딘진 기억이 안나지만......잊지않겠다 ㄱ-  2007/08/10   
쭈니 최근 공포영화는 거의 보지 않아서 어떤 영화가 더 무서운지 잘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머리 풀어헤친 귀신 나오는 영화를 무서워 합니다.
어떤 분의 말을 들으니 최근 개봉작인 [기담]이 그렇게 무섭다는 군요.
전체적인 스토리를 봤는데 스토리만 봐도 저는 무서워 극장 근처도 못갈듯...
만약 [기담]을 보게 된다면 정말 무서웠는지 알려주시고 만약 안무서웠다면 절 너무 원망하지는 말아주세요. ^^;
 2007/08/10   
바이올렛
공포영화는.. '셔터'가 좀 무섭습니다. 특별하게 내세울만한 점은 없지만 정통적인 방법이 젤 무서운것 같아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이지만 영상으로 나타나니 은근히 소름끼치더라구요. 태국 영화인데 한국 영화를 좀 많이 닮았어요. 태국 영화 시장이 제 2의 한국으로 불린다고 하네요.  2007/08/11   
쭈니 맞아요.
요즘 태국영화, 은근히 무섭더군요.
전 [디 아이]만 본 후 더이상 보기를 꺼려하고 있는 중.
혹시 최근에 개봉한 태국공포영화 [샴]은 어떤지... 갑자기 궁금하네요. ^^;
 2007/08/11   
결말은 역시 저랑 같은 생각이시네요~ 여러 추측이 있지만 공포 자체를 즐기는게 좋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가도.. 마지막 그 웃음의 의미가 뭘까 또 생각해보게 되구요.. ㅎㅎ 저도 머리 풀어헤친 노골적인 공포 영화를 안좋아한다는 관점에서는 볼만한 영화였어요 참.. 위에 공포영화 추천해달라시는분.. 디센트 보세요.. 호러역시도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스토리에 끌려 보게된 디센트.. 귀신은 안나오는데 스릴있고 볼만하답니다  2007/08/13   
쭈니 [디센트] 추천해주시는 분들이 많더군요.
제 경우는 [디센트]와 [검은 집]을 놓고 고민하다가 [검은 집]을 보게된 경우죠. ^^;
 2007/08/13   
길가던행자
..........디센트는 이미봤습니다아~귀신대신 골룸친척분들이 대거 출연하시던 ㅎㄷㄷ =ㅅ=.......보다가 느낀건 아줌마들은 강했다?! 맨손으로도 괴물몇마리를 가볍게 쌈싸드시던 ㄷㄷ;;특히 눈찌르기는 봉인기에 필적한다는 =ㅅ=....문제는....안무서웠어요...스릴도 딱히....털썩 OTL  2007/08/16   
쭈니 역시 강하시군요.
저도 볼까 생각했었는데...
다른 볼 영화들이 많이 개봉해서 포기해버렸다는...
안무서우셨다니... 비디오로 출시되면 볼 용기가 생기는 군요. ^^
 2007/08/16   
아.. 저는 이 영화 무서웠습니다 ^^*
계속 심장을 쥐었다 놨다 하더군요.. ^^;;;;
 2007/10/08   
쭈니 머리풀어헤치는 귀신은 안나오지만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꽤 괜찮은 공포영화였습니다. ^^  2007/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