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외이야기들/BOOK STORY

<공포의 제국 전 2권> - 정치에 물든 과학은 위험하다.

쭈니-1 2018. 5. 11. 11:07



마이클 크라이튼의 이름에 끌리다.


솔직히 <공포의 제국>이라는 제목은 너무 유치했습니다. 그래서 회사의 책장에 꽂혀 있는 두권으로 구성된 소설에 별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공포의 제국>의 저자가 마이클 크라이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뒤늦게 저는 <공포의 제국>에 관심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마이클 크라이튼은 너무나도 유명한 [쥬라기 공원]의 원작자입니다. 그의 소설은 [쥬라기 공원]외에도 [떠오르는 태양], [폭로], [콩고], [스피어], [13번째 전사], [타임라인] 등 많습니다. 특히 그는 [이색지대], [대열차강도]등의 영화를 직접 연출을 맡았고, 인기 미국 드라마 <ER>의 책임 프로듀서를 맡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습니다.

비록 마이클 크라이튼의 소설을 한번도 읽어본 적은 없지만, 그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은 많이 봤기에 <공포의 제국>도 재미있을 것이라는 묘한 기대감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결국 오쿠다 히데오의 <올림픽의 몸값>은 또다시 뒤로 미루고 <공포의 제국>부터 꺼내 들었습니다.



영화를 보는 듯, 생생하다.


<공포의 제국>을 읽으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소설 자체가 마치 영화같다'라는 점입니다.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공포의 제국>을 읽으며 왜 그의 소설이 할리우드에서 영화화에 인기가 많은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공포의 제국>은 극단적 환경론자들이 21세기 환경재앙으로 떠오르는 지구 온난화라는 문제를 부각시키기 위해 인공 쓰나미를 발생시키는 등 환경재앙으로 포장된 테러를 자행하는 상황을 담고 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한 주인공은 정체불명의 교수 겸 국가비밀요원 케너와 그의 조수 산종, 그리고 우연히 이 사건에 뛰어든 변호사 에번스와 억만장자 모턴, 모턴의 비서 사라의 활약이 펼쳐집니다.

일단 <공포의 제국>이 흥미로운 것은 지구 온난화의 실체가 과장된 공포라는 전제조건을 깔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실 지구 온난화는 환경에 별 관심이 없는 일반인들조차 기정사실화하여 믿고 있는 이론입니다. 하지만 케너와 산종은 여러 실제 데이터를 에번스에게 제시하며 과연 지구 온난화가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인지 독자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마이클 크라이튼의 지식이 놀랍다.


일단 <공포의 제국>은 소설일 뿐입니다. 그것은 마이클 크라이튼이 책머리에 붙여놓은 '일러두기'의 첫 문장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소설 속에 인용된 데이터는 진짜라고합니다. 이 데이터들은 지구 온난화가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음을 드러냅니다. 케너는 지구 온난화는 일반인의 공포를 자극하여 통제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을 뿐이라고 말하고, 그것은 <공포의 제국>의 주제이기도합니다.

사실 저 역시 에번스처럼 지구 온난화는 당연히 벌어지고 있는 사건이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구피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구피에게 <공포의 제국>의 주제를 설명하자 구피는 대뜸 "말도 안돼. 실제로 남극이 녹고 있잖아."라고 반문합니다. 그것은 소설 속에서 에번스가 케너에게 했던 질문과 똑같습니다.

<공포의 제국>을 읽으며 마이클 크라이튼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가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소설 속에 펼쳐진 환경에 대한 놀라운 지식입니다. <공포의 제국>을 쓰기 위해 마이클 크라이튼이 3년동안 환경에 대한 글들을 두루 섭렵했다는 '지은이의 말'을 읽으며 소설가는 그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존재가 아닌,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엄청난 지식을 쌓아야 함을 느꼈습니다.



<공포의 제국>에서 아쉬웠던 점


누군가 마이클 크라이튼의 소설은 한번 읽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다고 했었습니다. 그건 저도 인정합니다. 솔직히 <공포의 제국> 1권 초반에는 책 읽는 진도가 그다지 빠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1권 중반부터 책이 술술 읽히기 시작하더니 2권에 이르러서는 그야말로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길때까지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공포의 제국>을 읽으면서도 아쉬움이 약간 남았습니다. 우선 <공포의 제국>은 지구 온난화를 철썩같이 믿고 있는 저와 같은 독자를 위해 중간에 너무 설명조로 진행됩니다. 케너가 에번스에게 설명하는 형식이지만 어느 순간엔 마이클 크라이튼이 독자를 설득시키기 위해 설명조의 분량이 과도하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극단적 환경단체의 테러를 막기 위한 케너 교수의 방식도 조금은 억지스러웠습니다. NERF가 벌인 세개의 테러는 수 많은 인명피해가 생길 수도 있는 엄청난 사건이지만 케너는 일반인에 불과한 에번스와 사라를 이끌고 이 위험천만한 테러를 막으려합니다. 그러다보니 에번스와 사라는 여러번 죽을 위기를 맞이하는데, 에번스와 사라가 그러면서도 케너를 돕는 것도 이해가 안되고, 케너가 다른 특수요원이 아닌, 에번스, 사라의 도움만으로 사건을 해결하려는 방식도 쉽게 납득이 되지 않았습니다.



지구 온난화와 우생학의 공통점


<공포의 제국>이 주장하는 것은 '지구 온난화는 거짓이니 마음대로 환경을 파괴해도 된다.'가 아닙니다. 그저 그 어떤 비판없이 학계와 언론이 발표하여 공포심을 조장하는 이론을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공포의 제국> 2권의 뒷부분 '부록 1'에서는 우생학에 대한 당시의 사회 분위기를 설명합니다.

우생학이란 우수한 인간들이 열등학 인간들만큼 빠른 속도로 번식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열등한 인간들 즉, 외국인, 이민자, 유대인, 성도착자, 허약자, 저능아들의 번식을 막아야한다는 사이비 과학입니다. 하지만 당시에 많은 유명인들이 우생학을 지지했고, 그로인하여 나치의 홀로코스트 등 대학살이 벌어졌습니다.

물론 지구 온난화와 우생학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지구 온난화도 아무런 비판없이 받아들여졌고, 지구 온난화를 조금이라도 반대하는 의견을 내면 오히려 비판을 받게 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우생학과 비슷합니다. 이렇듯 <공포의 제국>은 그저 단순한 소설적 재미를 넘어서 우리가 별 생각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수 많은 공포가 실존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도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구피에게 <공포의 제국>을 꼭 한번 읽어보라고 적극 추천하고 있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