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외이야기들/BOOK STORY

<리틀 포레스트 전 2권> - 출판사는 독자에 대해 좀 더 성의를 보였어야 했다.

쭈니-1 2018. 5. 3. 10:48



구피가 실수로 구매한 책


어느날 갑자기 구피가 두권의 책을 가지고 왔습니다.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만화 <리틀 포레스트>입니다. 하지만 책을 펼쳐든 구피는 "앗! 소설인줄 알았는데 만화네!"라며 당황해하더군요. 당시에 임순례 감독의 영화 [리틀 포레스트]가 개봉했기 때문에 구피는 <리틀 포레스트>가 영화의 원작 소설이라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며칠 후 구피는 <리틀 포레스트> 포기 선언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구피의 말에 의하면 그림체도 별로이고, 책 속 음식도 공감되지 않았고, 내용도 그다지 궁금하지 않았다며, <리틀 포레스트>에 거의 최악의 평가를 내리고, 중간에 읽기를 중단했습니다.

때마침 추리소설에 지친 저는 원래 읽기로 했던 오쿠다 히데오의 <올림픽의 몸값>를 잠시 미뤄두고 <리틀 포레스트>를 집어 들었습니다. 웬만하면 실수를 하지 않은 구피가 실수로 구매한 책, 그것도 읽다가 포기를 선언한 책에 대한 엉뚱한 호기심이 생긴 것입니다.



구피의 실망이 이해가 되었다.


호기심에 < 리틀 포레스트>를 집어 들었지만, 저 역시도 몇장 읽지 않고 책을 덮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일단 <리틀 포레스트>는 도시에서 귀향한 주인공 이치코가 고향인 작은 마을 코모리에서 자연 친화적인 삶을 살아간다는 내용입니다. 한가지 특이한 점은 이치코의 어머니는 자신의 삶을 찾겠다며 갑자기 집을 났다는 정도 뿐, 코모리에서의 이치코의 생활은 평범 그 자체입니다.

<리틀 포레스트>가 내세운 재미라면 이치코의 슬로우 푸드 라이프입니다. 이가라시 다이스케는 패스트푸드에 지친 현대인에게 이치코가 만드는 자연친화적 음식을 선보이며 고향에 대한, 그리고 어머니가 만들어주시던 음식에 대한 그리움을 심어줍니다.

문제는 일본과 우리나라의 음식 문화가 굉장히 많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이치코가 만드는 음식을 보며 "나도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어야 하는데 음식 문화가 다르다보니 그저 "일본은 저런 음식을 먹는구나."정도의 감흥 밖에 느끼지 못합니다. 그러니 <리틀 포레스트>의 정서가 공감될리가 없습니다.



참 성의없게 출판했다.


이치코가 만드는 슬로우 푸드에 별 감흥을 느끼지 못한다면 <리틀 포레스트>에서 즐길만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타미미술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했다는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그림체 자체가 그렇게 매력적인 것도 아니고, 이치코의 이야기가 뭔가 흥미를 이끌만큼 특별하지도 않습니다. <리틀 포레스트 2>에서 이치코는 코모리에서 4계절을 보내는 동안 갑자기 집 나간 엄마를 이해하며 자신의 삶에 대한 주체성을 찾기 위한 결심을 하는데, 그러한 결론조차 제겐 시큰둥했습니다.

하지만 <리틀 포레스트>에서 가장 큰 실망은 책을 출판한 출판사의 무성의가 엿보였기 때문입니다. 만화가 아닌 미술을 전공한 작가의 그림체, 일본과 한국의 음식 문화에 대한 차이 등, 애초에 <리틀 포레스트>는 제게 특별한 재미를 안겨주기에 부족했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리틀 포레스트>를 국내에 출판하기로 한 이상 출판사는 독자를 위해 좀 더 성의를 보였어야 했습니다.

제가 출판사의 무성의를 느낀 이유는 챕터가 끝나면 만화에서 소개된 음식과 풍경 사진이 나오는 부분입니다. 최소한 그 부분이라도 칼라였어야 합니다. 그런데 무성의하게 흑백으로 처리되니 음식과 풍경 사진의 의미가 싸그리 사라져 버립니다. 아마도 칼라와 흑백의 단가 차이 때문이 아닐런지... 이렇게 성의없게 출판해놓고 국내 독자들이 재미있게 읽기를 바라는 것 자체가 도둑놈 심보입니다.  억지로 <리틀 포레스트> 2권의 책을 읽고나니 이젠 좀 재미있는 소설을 읽고싶다는 생각이 간절하게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재미없는 원작에 스토리를 부여하고, 한국식 정서를 무리없이 집어넣은 임순례 감독이 굉장해 보이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