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외이야기들/BOOK STORY

<방해자 전 3권> - 나의 행복을 방해하는 것을 내 자신의 어리석음이다.

쭈니-1 2018. 4. 25. 18:26




오쿠다 히데오의 책에 사로잡히다.


회사의 책장에 있는 몇 권의 책을 집으로 가져왔습니다. 그 중에서 제가 선택한 것은 <더크 젠틀리의 성스러운 탐정사무소>였고, 구피가 선택한 것은 <올림픽의 몸값>입니다. 저와는 달리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서 책을 읽기에 구피의 책 읽는 속도는 더딜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더크 젠틀리의 성스러운 탐정사무소>의 마지막 장을 덮은 후에도 구피는 <올림픽의 몸값>를 읽기에 바빴는데, <올림픽의 몸값>을 읽던 구피는 재미있다며 제게 적극추천하더군요.

<올림픽의 몸값>은 일본의 추리소설 작가 오쿠다 히데오의 대표작입니다. 구피의 추천으로 <올림픽의 몸값>에 대한 기대감이 조금씩 상승하는 순간 회사 책장에서 오쿠다 히데오의 또다른 추리소설 <방해자>를 발견했습니다. 총 세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다가 제목이 그다지 호감적이지 못하기에 제 관심에서 벗어나있던 <방해자>는 오쿠다 히데오의 추리소설이라는 이유만으로 제게 선택되었습니다.

결국 구피는 <올림픽의 몸값>를, 저는 <방해자>를 읽으며 어느 순간 저희 부부는 나란히 오쿠다 히데오의 책에 사로잡혀 버렸습니다. 그리고 저는 순식간에 총 세권으로 이루어진 <방해자>를 읽어내려갔고, <올림픽의 몸값>을 읽은 구피에게 <방해자>도 추천했습니다.



별것 아닌 사건이 평범한 주인공에세 미치는 영향


사실 별 기대없이 <방해자> 1권을 꺼내 들었습니다. 구피가 <올림픽의 몸값>을 읽을 때까지 시간이나 떼우자는 마음이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일단 집어든 책은 쉽게 손에서 내려 놓을 수가 없었고, 이야기 전개가 스피드하고 흡입력이 있어서 순식간에 3권으로 구성된 <방해자>를 읽었습니다.

<방해자> 아주 단순해보이는 사건이 평범해 보이는 주인공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리는 과정을 꼼꼼히 보여줍니다. 7년전 교통사고로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강력계 형사 구노는 한 회사에서 벌어진 방화사건을 맡게 됩니다. 처음엔 회사에 원한을 품은 지역 야쿠자의 소행으로 의심이 되었던 방화사건은 그러나 수사를 하면 할수록 첫 발견자인 시게노리에 의한 자작극임을 의심하게 합니다. 

한편 지역 마트에서 일하는 시게노리의 아내인 교코는 남편이 방화범으로 의심을 받자 자신의 평화로운 생활을 깨지게 될까봐 전전긍긍합니다. 그녀는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해 아르바이트 사원의 처우 개선을 위한 시민운동에 몰입하며 점점 직장에서도 설 자리를 잃어갑니다.



그들에게 몰아닥친 불행


사실 별 것 아닌 사건이었습니다. 인명피해도 없었고, 재산피해도 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경찰을 향한 지역 야쿠자의 도전이라 생각한 경찰은 사건을 키웠고, 그것이 결과적으로 시게노리와 교코의 비극으로 연결됩니다. 결국 교코 입장에서 처음 시게노리를 의심한 구노는 자신의 행복의 '방해자'인 셈입니다.

구노는 오해로 인해 원한을 가지게된 선배 형사 하나무라에 의해 점점 궁지에 몰립니다. 그는 거리에서 벌어진 고등학생 유스케가 하나무라에 의해 피해 서류를 경찰서에 접수하며 형사를 그만둬야 하는 위기에 처하고, 나중엔 직접적으로 구노의 목숨을 노리는 하나무라의 공격을 받게됩니다.

<방해자>의 주인공인 구노와 교코는 결코 행복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자신이 누리고 있는 작은 행복을 어떻게든 붙잡으려 하지만 누군가에 의해 끊임없이 방해를 받고 결국 불행에 빠집니다. 오쿠다 히데오는 구노와 교코, 그리고 유스케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진행시키며 그들이 어떻게 불행에 빠지는지 강한 흡입력으로 이야기를 진행시킵니다.



교코의 이야기는 대단했다.


특히 저는 평범한 주부였던 교코가 점차 변하는 과정이 가장 흥미로웠습니다. 시게노리의 무죄를 철썩같지 믿었던 교코는 시게노리가 방화범인임을 스스로 확신한 이후에도 진실을 외면하려 노력합니다. 진실을 외면하기 위해 그녀가 택한 것은 든든한 동료를 만드는 일인데, 그렇기에 평범하기만했던 교코는 시민운동에 몰두하며 스스로에게 위안을 찾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교코의 동료가 아닙니다. 그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교코를 이용한 것 뿐입니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교코는 점점 평범한 주부가 아닌 공격적인 투사로 변신하는데, 솔직히 저는 그러한 교코의 변신이 충분히 납득되었습니다. 그리고 나약하면서도 강한척 자신을 감추려 했던 교코는 그로 인하여 더 큰 불행을 맞이하게됩니다.

교코의 불행을 보며 들었던 것은 그녀의 행복을 방해했던 것은 구노도, 시게노리도 아닌 바로 그녀 자신이라는 사실입니다. 처음부터 남편의 범행을 인정하고 그가 자수하게끔 이끌었다면 그녀의 평범한 일상을 깨졌을테지만, 그래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는 얻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어떻게든 평범한 일상을 지키려했고, 그러한 거짓된 행동으로 인하여 결국 그토록 지키고 싶었던 가족과 영영 떨어져 지내는 도망자 신세가 된 것입니다.



나의 행복을 방해하는 것은 내 자신의 어리석음이다.


그로한 교코의 불행은 <방해자>를 읽은 후에도 묘한 여운이 남았습니다. 거짓된 행복을 지키기 위해 그녀가 행했던 그 수많았던 불안한 나날들. 그리고 결국엔 맞이하게 되는 더 큰 불행. 어쩌면 시게노리도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별 생각없이 회사 돈에 손을 댔고, 그것을 감추기 위해 방화를 저질렀고, 경찰이 의심하자 연쇄 방화범의 소행으로 의심하게 하기 위해 또 다른 방화를 저질렀습니다. 

자신의 죄를 감추기 위해 더 큰 죄를 짓는 악순환. 이러한 어리석음으로 시게노리는 스스로를 불행에 빠뜨렸고, 그것은 교코도 마찬가지입니다. 남편의 알리바이를 위해 스스로 방화를 저지른 교코는 자신이 그토록 비난했던 시게노리와 별반 다르지 않음을 깨달으며 후회하지만 이미 늦어버렸습니다.

혹시 나는 시게노리와 교코와 같은 어리석음을 저지르고 있지는 않은지, 작은 잘못을 감추기 위해 더 큰 잘못을 저지르는 그들의 이야기를 읽고나서 조용히 내 자신을 뒤돌아봤습니다. 그만큼 오쿠다 히데오의 <방해자>는 제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소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