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외이야기들/BOOK STORY

<종이 여자> - <사랑하기 때문에>와 너무 똑같은 전개가 실망스러웠다.

쭈니-1 2018. 4. 16. 14:38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첫사랑을 아련함을 느낀 후 <종이 여자>를 충동 구매했다.


지난 3월 28일, 저는 일찍 퇴근해서 오목교역에 있는 CGV 목동을 들러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봤습니다. 이탈리아의 열일곱 소년 엘리오와 스물넷 미국청년 올리버의 짧은 여름간의 사랑을 담은 퀴어 영화로 약간은 불편한 소재를 아름다운 화면과 아련한 감성을 잘 담아낸 영화였습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보고 극장 밖을 나온 저는 충동족으로 오목교역에 위치한  중고서점 YES24 목동점에 들어섰고, 1분도 채되지 않아 기욤 뮈소의 소설 <종이 여자>를 구매한 후 집으로 향했습니다.

제가 <종이 여자>를 충동적으로 구매한 것에는 두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당시 제 인생 최악의 소설이라 할만한 <진시황 프로젝트>를 읽은 후였기에 재미가 보장된 기욤 뮈소의 소설로 <진시황 프로젝트>의 기억을 전부 날려버리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이유는 <종이 여자>의 사랑 이야기를 통해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아련함을 잇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구피가 "내가 먼저 읽을래."라며 <종이 여자>를 낚아채는 바람에 <미 비포 유>로 <종이 여자>를 대신해야만 했습니다.

구피가 먼저 <종이 여자>를 읽는다고 나서는 바람에 <종이 여자>를 구매한지 일주일이 지나서야 저는 <종이 여자>를 읽을 수가 있었습니다. <종이 여자>는 사랑에 실패한 후 슬럼프에 빠진 베스트샐러 작가 톰 보이드 앞에 자신은 톰의 책 안 세상에서 현실 세계로 왔다고 주장하는 엉뚱한 여자 빌리가 등장하며 벌어지는 사랑 이야기입니다. 일단 소재가 흥미를 이끌었고, <사랑하기 때문에>에서 선보인 기욤 뮈소의 이야기꾼적인 기질이 기대가 되는 소설입니다.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와 비슷한거 아닌가?


분명 <종이 여자>는 재미있습니다. 기욤 뮈소의 이야기꾼적인 기질이 확실히 느껴질 정도로 한번 읽기 시작하면 술술 책장이 넘어갑니다. 하지만 <종이 여자>를 읽으며 저는 <사랑하기 때문에>가 자꾸만 떠올랐습니다. 이 두 소설은 소재가 완전히 다르지만, 전개 방식은 거의 동일합니다. 일단 주인공이 빈민가 출신으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결국 사회적으로 성공했다는 설정이 그러합니다. 그리고 빈민가에서 함께 불우한 시절을 보낸 친구가 주인공을 도와준다는 설정도 같습니다.

빈민가 출신이지만 열심히 노력하여 상류층이된 주인공들이 겪는 아픔으로 소설은 시작합니다. <사랑하기 때문에>는 다섯살된 딸이 실종된 후 좌절의 늪에 빠져 노숙자 신세가 마크가 주인공이고, <종이 여자>는 실연당한 후 더이상 소설을 쓸 수 없게된 톰이 주인공입니다. 마크를 돕는 이는 정신과 의사 커너로 그는 마크와 함께 어린시절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톰을 돕는 이는 밀로와 캐롤인데 그들 역시 톰과 함께 어린 시절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사건의 해결이 크리스마스를 전후해서 해결되고, 톰을 돕기 위해 밀로가 톰을 속이는 행동까지 <사랑하기 때문에>와 판박이입니다. <사랑하기 때문에>를 읽은 후 <종이 여자>를 거쳐 기욤 뮈소의 다른 소설들도 모두 챙겨 읽어볼 계획을 세웠던 저는 <종이 여자>가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와 비슷한 전개를 보이자 망설이게 되었습니다.



<파리의 아파트>는 괜찮을까?


현재 제가 읽고 싶은 소설은 기욤 뮈소의 신작 <파리의 아파트>입니다. 기욤 뮈소의 본격 스릴러라고 하는 <파리의 아파트>는 죽기 직전까지 납치된 아들의 생존을 확신하고 찾아 헤맸지만 끝내 뜻을 이루지 못하고 심장병으로 유명을 달리한 천재화가 숀 로렌츠의 매개로 하여 그가 죽기 전에 남긴 그림 석 점을 토대로 전직 형사 매들린과 극작가 가스파르가 비밀의 열쇠를 풀어가는 과정을 담은 작품이라고 합니다.

최근 케이블 TV에서 방영중인 <숲속의 작은 집>에서 박신혜가 읽고 있는 소설로도 유명한데, 최소한 <파리의 아파트>는 <사랑하기 때문에>, <종이 여자>와는 다른 전개를 보이지 않을까요? 하지만 그것조차 장담하기 어려운 것이 <종이 여자>를 읽기 전까지만해도 <사랑하기 때문에>와 이렇게 똑같은 전개로 진행될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종이 여자>는 책에서 튀어나온 엉뚱한 여자와 슬럼프에 빠진 베스트샐로 작가의 사랑 이야기라는 독특한 설정과 마치 로맨틱 코미디를 연상하게 만드는 톰과 빌리가 아웅다웅하며 결국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경쾌하게 그렸다는 점에서 분명 <사랑하기 때문에>와는 다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이 여자>를 읽는 내내 <사랑하기 때문에>가 생각났다는 것은 독자로써 아쉬움이 남는 일입니다. 부디 조만간 읽게될 <파리의 아파트>에서는 이전 소설과는 다른 참신한 전개로 이야기를 진행되길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