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외이야기들/BOOK STORY

<미 비포 유> - 사랑은 서로를 바꾸지만, 결국 바꾸지 못하는 것도 있다.

쭈니-1 2018. 4. 9. 10:42



재미없는 소설을 읽은 후엔 무조건 재미있는 소설을 읽어야 한다.


<진시황 프로젝트>는 제게 악몽같은 소설이었습니다. 특히 이 소설이 '뉴웨이브 문학상' 첫회 수상작이라 기대가 컸습니다. 어찌되었건 수상작이라는 것은 작품성을 인정받은 것이라 할 수 있기에... 하지만 캐릭터는 최악이었고, 스토리는 엉망이었으며, 반전은 김이 빠졌습니다. 어떻게 이런 소설이 아무리 신인을 대상으로한 문학상이라 할지라도 수상을 했는지, 우리나라 소설계가 암담하게 느껴지기까지 했습니다.

영화도 그렇지만 소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최악으로 재미없는 소설을 읽은 후에는 어떻게든 최고의 재미있는 서설을 읽어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진시황 프로젝트>의 악몽이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고, 오랜만에 생긴 제 독서열기도 식어버릴지 모릅니다. 그런 위기감이 있었기에 재미가 검증된 기욤 뮈소의 <종이여자>를 구매한 것입니다. 하지만 구피가 먼저 <종이여자>를 읽겠다고 빼앗아갔으니 저로써는 차선책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미 비포 유>입니다.

<미 비포 유>는 2016년 에밀리아 클라크, 샘 클라플린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졌습니다. 이렇게 영화로 만들어졌다는 것은 그만큼 소설의 재미가 검증되었음을 뜻합니다. 게다가 지금까지 읽었던 추리소설과는 달리 <미 비포 유>는 사랑 이야기입니다. 충분히 <진시황 프로젝트>의 악몽을 지울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개성강한 여자와 자존심 강한 사지마비 남자의 사랑 이야기


사실 <미 비포 유>의 설정은 평범합니다. 돈은 많지만 2년전 당한 불의의 교통사고로 사지마비가된 청년 윌 트레이너와 그녀의 간병인으로 고용된 돈 없지만 개성강한 성격의 루이자 클라크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일단 [언터처블 : 1%의 우정]이 생각납니다. 이 영화는 전신불구의 상위 1% 백만장자 필립(프랑수아 클루제)과 하위 1% 무일푼 백수 드리스(오마 사이)의 우정을 그린 영화로 2012년 개봉해서 국내에서도 좋은 흥행을 기록한 영화입니다.

그리고 이번주 개봉 예정인 앤디 서키스 감독의 [달링]도 떠오릅니다. [달링]은 바이러스 감염으로 전신이 마비된 남편 로빈을 헌신적으로 간호하는 부인 다이애나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영화입니다. 이렇게 전신마비 환자의 사랑과 우정을 다룬 이야기는 이미 많은 영화, 소설에서 다룬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미 비포 유>는 특별합니다.

<미 비포 유>가 특별한 이유는 존엄사를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윌은 부모에게 6개월의 시간을 내준 이후 스위스의 병원에서 존엄사할 것으로 선언합니다. 윌의 부모는 아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루이자를 6개월 한정 간병인으로 채용하고, 루이자는 특유의 생기발랄한 매력으로 윌의 6개월을 특별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윌의 마음을 되돌리지 못합니다. 결국 <미 비포 유>는 예정된 비극으로 투벅투벅 걸어가는 영화입니다.



윌과 루아지가 서로의 마음을 여는 순간


<미 비포 유>는 이렇게 결말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그렇기에 처음엔 536페이지라는 어마어마한 책의 두께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니 점차 이해가 되었습니다. <미 비포 유>는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마음을 열과 결국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리고 있었습니다.

당연하겠지만 윌과 루이자의 첫 만남은 그리 유쾌하지 않습니다. 다니고 있던 카폐가 갑자기 문을 닫으며 실업자 신세가 된 루이자는 어떻게든 직장이 필요했고, 6개월 후 존엄사를 선언한 윌은 자신의 마음을 돌리고 싶은 어머니의 뻔한 속셈 때문에 루이자를 좋게 바라볼 수가 없습니다. 그랫던 두 사람이 함께 시간을 보내며 점차 친해지고, 윌의 비밀을 알게된 루이자는 윌의 마음을 바꾸기 위해 특별한 이벤트를 추진하며 점차 윌에게 사랑을 느낍니다.

하지만 윌은 루이자를 사랑하면서도 결심을 바꾸지 않습니다. 자신의 존재가 루이자에게 큰 걸림돌이 될 것임을 알기에... 단지 마을에 갇혀 사는 루이지가 더 큰 세상에 나아갈 수 있도록 그녀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격려함으로써 자신의 사랑을 완성합니다. 결국 루이자는 윌의 결심을 바꾸려 노력하지만 결국 바뀐 것은 루이자 그 자신이었던 것입니다. 구피는 그러한 이 책의 결말을 듣고 "난 안 읽을래."라고 선언했지만, 저는 뻔한 해피엔딩이 아닌 조금은 현실적인 이런 결말이 신선했습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진시황 프로젝트>의 악몽을 조금은 잊을 수가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