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취향은 약간 고전적 스타일의 추리소설인가 보다.
나름 최신 베스트샐러라고 할 수 있는 <앨리스 죽이기>를 읽고나서 제 이목을 강하게 끌어당긴 소설은 <디킨스의 최후>입니다. <디킨스의 최후>는 1870년 당대 최고의 인기 작가인 찰스 디킨스가 12회 연재로 예정되어 있는 미스터리 소설 '에드윈 드루드의 비밀'을 6회까지 집필하고나서 갑작스럽게 뇌출혈로 58세의 생을 마감한다는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디킨스의 최후>가 제 호기심을 강하게 자극한 것은 이 소설이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작자 매튜 필의 상상력이 더해진 추리소설이라는 점입니다. 전 5권으로 구성된 <대륙의 한 : 백제 요서 경락사>를 읽고나서 한동안은 너무 긴 장편 소설은 읽지 않겠다고 다짐했건만 전 2권으로 구성된 <디킨스의 최후>에 대한 호기심이 더 강했습니다.
확실히 <디킨스의 최후>는 제게 굉장히 재미있었습니다. 소설의 초반은 약간 지루하기도 했지만 뒤로 갈수록 이야기가 흥미진진해지더니 후반부에서는 반전에 반전이 펼쳐지며 도저히 책을 손에서 뗄 수 없는 쾌감까지 느껴졌습니다. 그로인하여 <디킨스의 최후 2>는 단 이틀만에 독파했습니다. 확실히 제 취향은 이런 고전적 스타일의 추리소설인가 봅니다.
세 개의 이야기가 진행된다.
<디킨스의 최후>는 세 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 중 메인은 디킨스와 미국내 출판권을 독점 계약한 '필즈 앤드 오스굿'의 제임스 R. 오스굿 사장의 모험입니다. 그는 비열하고 경쟁사의 싸구려 해적판 때문에 경영이 어려워진 '필즈 앤드 오스굿' 출판사를 구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안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에드윈 드루드의 비밀'의 결말을 경쟁사보다 빨리 알아내야합니다. 결국 오스굿은 비서인 레베카와 함께 '에드윈 드루드의 비밀'의 결말에 대한 실마리를 찾기 위해 영국으로 향합니다.
같은 시간대 인도 벵골에서는 60킬로그램의 귀중한 아편이 도난당하고 프랭크 디킨스 경정이 수사에 나섭니다. 프랭크 디킨스는 찰스 디킨스의 아들입니다. 처음엔 아편 도난이 '에드윈 드루드의 비밀'의 결말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싶었습니다. 하지만 '에드윈 드루드의 비밀'은 당시 인도에서 생산되는 아편이 중국과 유럽, 미국으로 밀수출되는 당시의 상황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다시말해 인도 벵골에서의 프랭크 디킨스의 이야기는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설명하기 위한 겉가지인 셈입니다.
남은 마지막 이야기는 찰스 디킨스가 죽기 2년 6개월인 1867년을 배경으로 찰스 디킨스가 미국 순회 낭독회를 벌이는 광경이 담겨 있습니다. 솔직히 저는 이 이야기가 지루했습니다. 하지만 찰스 디킨스의 미국 순회 낭독회는 '에드윈 드루드의 비밀'의 결말을 찾기 위한 오스굿 사장의 모험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마지막 반전과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놀라운 반전에 반전이 다해진다. (이후 소설의 반전이 언급됩니다.)
사실 처음엔 그깟 소설의 결말을 밝히는 모험이 뭐가 위험하겠는가? 싶었습니다. 하지만 소설의 초반에서 '필즈 앤드 오스굿'의 직원이자 레베카의 남동생인 대니얼이 디킨스의 원고를 가져오는 도중에 의문의 죽음을 당합니다. 그리고 오스굿 역시 영국으로 향하는 배에서 허먼이라는 이름의 괴한에게 공격을 당하기도합니다. 그럼으로써 오스굿의 모험이 예상보다 훨씬 위험할 수 있음이 밝혀집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에드윈 드루드의 비밀'의 결말이 사람을 죽일 정도로 중요한가 싶었는데, 찰스 디킨스가 이 소설을 실화를 바탕으로해서 쓰여 졌고, 죽은줄 알았던 에드윈 드루드의 정체가 밝혀지며 <디킨스의 최후>는 격동적인 후반부로 치닫습니다.
물론 저는 오스굿에게 과한 친절을 베푸는 영국인 사업가 웨이크필드를 의심했습니다. 처음엔 그가 오스굿과 레베카의 러브 라인에 양념을 칠만한 조연 캐릭터인가 싶었지만, 허먼이 누군가의 하수인에 불과하고, 웨이크필드가 너무 과도하게 자주 등장하며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진정 그가 에드윈 드루드일줄은 몰랐네요. 조금은 안일한 자세로 읽다고 예상하지 못한 반전에 뒷통수를 강하게 한대 얻어맞은 느낌이었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의 마지막 액션씬은 영화 같았다.
웨이크필드의 정체가 밝혀지고, 목숨을 위협받던 오스굿이 시어스 빌딩의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서 허먼과 웨이크필드를 처리하는 장면은 기발했습니다. 당시 엘리베이터는 대중에게 익숙하지 않았고, 안전성도 완벽하게 검증되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매튜 펄은 그러한 시대적 상황을 이용해서 굉장히 스펙타클한 결말을 완성헤놓은 것입니다. 만약 <디킨스의 최후>가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이 장면 만으로도 관객의 탄성을 자아내게 만들듯합니다.
<디킨스의 최후>를 읽고나니 매튜 펄의 또 다른 역사 추리소설 <단테 클럽>과 <포의 그림자>도 읽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디킨스의 최후>와는 달리 <단테 클럽>과 <포의 그림자>는 새로 구입해야하니 좀 더 책에 대한 평을 상세하게 읽어보고 도전해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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