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8년 영화이야기

[지금 만나러 갑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니까 '지금 만나러 갑니다.'

쭈니-1 2018. 3. 19. 16:55



감독 : 이장훈

주연 : 소지섭, 손예진, 김지환, 고창석

개봉 : 2018년 3월 14일

관람 : 2018년 3월 17일

등급 : 12세 관람가



우리 가족 2018년 첫 멜로영화


저는 멜로영화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멜로영화를 보다보면 영화의 분위기에 휩쓸려 제 마음도 사랑으로 충만해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구피는 멜로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특히 최루성 멜로영화의 경우는 영화를 보며 울어야 하는 것이 너무 싫다네요. 그래서 저는 보고 싶은 멜로영화가 개봉하면 구피한테 며칠동안 같이 보자고 졸라야 합니다. 그러다보니 멜로영화를 좋아하지만 정작 극장에서 보는 멜로영화는 1년에 다섯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적습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가 개봉했을 때도 솔직히 구피가 극장에서 함께 봐 줄것이라는 기대를 애시당초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웅이만 열심히 꼬셨습니다. 커플관객이 득실득실할 극장에서 혼자 멜로영화를 보는 것보다는 웅이와 함께 보는 것이 훨씬 나으니까요. 그런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당연히 구피가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안 볼 것이라 생각했는데, 웬일인지 순순히 "나도 보러 갈께."라고 이야기해준 것입니다. 알고보니 구피가 소지섭을 좋아하기 때문이랍니다. 이승기에 이어 소지섭까지, 조금 질투가 나긴 하지만 그래도 덕분에 저희 가족 전부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보기 위해 화창한 토요일 오후 극장 나들이를 다녀왔으니 소지섭에게 고맙다고 해야 겠네요.

우리 가족 2018년 첫 멜로영화인 만큼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재미있게 보기 위해 철저하게 준비했습니다. 안타깝게 엄청난 경쟁률 탓에 소지섭, 손예진 무대인사 티켓을 구하지는 못했지만 (구피가 두고 두고 아쉬워했습니다.) 2005년 국내에 개봉했던 일본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다운로드 받아 놓음으로써 한국영화와 일본영화를 비교하며 즐길 수 있게끔 준비를 해둔 것입니다. 하지만 극장에서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보고 온 구피와 웅이는 일본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까지 봐야하냐며 제 철저한 준비를 외면했고, 결국 일요일 저녁에 혼자 거실에서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봐야만 했습니다. 그로인하여 저 혼자만 구피를 향한 충만한 사랑을 안고 귀찮다며 돌아누운 구피의 등을 사랑스럽게 매만지며 잠이 들어야 했습니다.  


이렇게 달달한 멜로영화를 보고나면 나는 구피가 한층 더 예뻐보인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보고나서도 구피가 손예진보다 예뻐보여서

혼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나저나 구피는 내가 소지섭처럼 멋져보였을려나?



슬픈 결말이 예고된 멜로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판타지적 설정이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사랑하는 아내 수아(손예진)가 세상을 떠난지 1년, 우진(소지섭)의 나날은 힘겹기만합니다. 조금만 무리하거나 긴장하면 정신을 잃어버리고 쓰러지는 불치병으로 인하여 자신의 몸조차 간수하기 벅찬데 여덟살짜리 어린 아들 지호(김지환)까지 돌봐야합니다. 지호는 수아가 죽기전 비가 오는 날 다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철썩같이 믿고 있습니다. 그런 지호에게 "죽은 엄마가 돌아올리 없잖아."라고 얘기할 수 없는 우진의 마음은 더욱 착잡하기만합니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난 것입니다. 장마가 시작된 어느 여름날, 거짓말처럼 수아가 우진과 지호 곁에 온 것입니다.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수아. 하지만 틀림없이 그녀가 맞습니다. 우진과 지호는 수아를 집으로 데려옵니다. 그리고 그녀가 병에 걸려 오랫동안 집을 비웠고, 지금은 잠시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이라며 거짓말로 둘러댑니다. 그렇게 우진과 지호는 믿을 수 없는 기적같은 행복에 젖어듭니다.

그러나 이 행복은 오래갈 수가 없습니다. 죽은 수아가 우진과 지호의 곁으로 돌아왔지만 그녀가 그들의 곁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장마 기간 뿐입니다. 그러한 사실을 우진도, 지호도,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그들은 장마가 좀 더 길어지길 바라며 수아와 함께 할 수 있는 몇 주간의 시간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우진은 기억을 잃어버린 수아를 위해 자신과 수아의 첫 만남부터 결혼하기까지의 이야기를 해주고, 지호는 엄마에게 하지 못했던 어리광을 맘껏 부립니다. 하지만 우진도, 지호도, 그리고 수아까지도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헤어짐의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그렇기에 수아는 지호에게 계란 후라이 하는 법, 청소기 돌리는 법, 빨래 너는 법 등을 알려주며 아픈 아빠를 지켜달라고 부탁하고, 우진에게 자신의 몫까지 더 많은 사랑을 지호에게 주라고 마지막 말을 전합니다.


저는 계란 후라이를 잘 합니다. 저는 청소기도 잘 돌립니다.

저는 빨래도 잘 넙니다.  그래야만 아빠를 지켜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ㅠㅠ



준비할 수 있는 이별 


며칠 전 [온리 더 브레이브]를 보며 흠뻑 울었던 저는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보면서도 너무 많이 울게 될까봐 잔뜩 긴장을 해야했습니다. 그렇기에 우진과 수아, 지호가 행복하면 할수록, 세상에 머물 수 있는 수아의 시간이 끝나가면 갈수록 너무 많이 울지 않도록 눈에 힘을 꽉 주며 마음의 준비를 했습니다. 하지만 제 예상과는 달리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보면서는 울지 않았습니다. 제가 눈물이 엄청나게 많은 울보임을 감안한다면 꽤 이례적인 일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제게 있어서 [지금 만나러 갑니다]가 재미없었던 것일까요? 아뇨, 그건 절대 아닙니다. 저는 [지금 만나러 갑니다]가 재미있었습니다. 적당히 웃겼고, 적당히 로맨틱 했으며, 소지섭과 손예진은 정말 멋있고, 예뻤습니다. 아역 배우인 김지환의 연기도 좋았고, 젊은 우진을 연기한 이유진, 젊은 수아를 연기한 김현수의 연기도 풋풋했습니다. 멜로영화로써 이 영화의 점수를 매기라면 100점 만점에서 90점 이상을 주고 싶을 정도로 제게 있어서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만족도는 굉장히 높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보며 눈물 한방울 흘리지 않았던 이유는 그들의 이별이 슬프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분명 1년전 수아가 죽었을 땐 우진과 지호는 미처 이별을 준비하지 못했을 것이고, 그렇기에 그들의 이별은 슬펐을 것입니다. 하지만 1년이 흐르고 다시 돌아온 수아를 맞이한 우진과 지호는 1년전과는 달리 이별을 준비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습니다. 이미 장마가 끝나면 수아가 다시 떠날 것임을 알고 있었기에 우진과 지호는 마음 속으로 수아와의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사람의 인연은 영원할 수가 없습니다. 누구나 이별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죠. 하지만 우리에게 이별을 준비할 충분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이별에 의한 슬픔 또한 충분히 이겨낼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이별을 준비했지만 수아를 떠나 보내야 하는 우진과 지호는 아쉽고 슬펐을 것입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저는 준비할 수 있는 그들의 이별이 부러웠습니다.


수아를 떠나 보내야만 하는 우진

그의 얼굴엔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지만

그 눈물 속에는 이별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준

하늘에 대한 고마움도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니까 '지금 만나러 갑니다.'  


영화를 보기 전, 저는 왜 이 영화의 제목이 '지금 만나러 갑니다'인지 궁금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좀 더 로맨틱하고 감성적인 제목을 지을 수도 있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나니 왜 제목이 '지금 만나러 갑니다'일 수 밖에 없는지 충분히 이해가 되었습니다. 이것은 수아의 선택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죽음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삶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수아가 우진에게 달려가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보고나서 과연 나는 수아와 같은 삶을 선택할 수 있을까? 라고 스스로에 물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하는 아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삶. 하지만 서른이 조금 넘은 나이에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삶. 수아 역시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그녀가 다른 삶을 선택한다면 어쩌면 그녀는 더 오래 살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지 못하는 그래서 행복하지 못한 삶을 오래 지속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짧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는 행복한 삶이 더 낫지 않을까요?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여러 감동 코드가 있습니다. 그 중에서 어린 지호가 학창회에서 자신의 꿈을 발표하는 장면에서 저는 가슴이 한번 찡했고, 장마가 끝나고 수아와 우진, 지호의 이별 장면에서 다시한번 가슴이 찡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수아의 마지막 선택 장면이 제게 가장 긴 여운을 안겨줬습니다. 죽음은 무섭지만, 그래서 잠시 다른 삶을 상상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니까 그녀는 우진을 '지금 만나러 갑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가 이렇게 슬픈 말인줄 몰랐다.

아니 슬프기 보다는 영화가 끝나고나서도 오래도록

내 가슴 속에 여운을 남길 말인줄 몰랐다.



일본영화와 어떻게 다른가?


토요일 오후에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본 저는 토요일 밤에 일본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보자고 구피와 웅이를 설득했습니다. 하지만 모두들 차갑게 외면을... 결국 일요일 저녁에 저 혼자 거실에 쭈구리고 앉아 일본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봐야만 했습니다. 영화 중간쯤 구피가 안방에서 나와 못이기는척 하고 같이 봐줄줄 알았는데 끝까지 안방에서 나오지 않던 구피를 살짝 원망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일본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본 것에 대한 후회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 덕분에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 대한 여운이 더욱 짙게 남았기 때문입니다.

일단 한국영화와 일본영화의 단순 차이점을 이야기하자면 코믹 조연의 유무입니다. 한국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우진의 친구 홍구(고창석)와 우진의 직장 동료 최강사(이준혁)으로 영화 중간 중간 웃음코드를 만들어 놓습니다. 물론 이 웃음코드는 조금 과한 면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특별출연한 공효진이 한복을 입고 우진과의 맞선에 나오는 장면은 굳이 왜 이 장면이 필요했는지 의문이 들기도 하고, 홍구가 펭귄옷을 입고 우진의 집에 왔다가 수아를 보고 놀라는 장면에서는 조금 과하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우진을 짝사랑하는 작장 동료 현정(손여은)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도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한국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웃음코드는 영화의 재미를 풍성하게 했습니다.

단 한번의 데이트후 자신의 병을 알게되어 미오(다케우치 유코)에게 이별을 선언한 타쿠미(나카무라 시도)와는 달리 우진은 수아와 세번의 데이트를 했고, 그 덕분에 청춘남녀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가 좀 더 풍성하게 만들어진 것 역시 일본영화와 한국영화의 차이점입니다. 그리고 한국영화에서는 오프닝에서 동화를 애니메이션으로 선보임으로써 영화의 분위기를 좀 더 판타지적으로 만들었고, 멜로영화다운 로맨틱한 장면도 일본영화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그렇기에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골든슬럼버], [사라진 밤] 등 최근 불어닥친 리메이크 열풍 속에서 가장 리메이크가 잘 된 영화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영화 마지막의 슬픈 여운은 같기에 두 영화를 연달아 본 것만으로도 영화에 대한 여운이 두배로 짙어져 저는 두 영화 모두 좋았습니다.


내가 멜로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영화를 본 후에 짙게 남은 여운이 너무 감미롭기 때문이다.

멜로영화의 주인공만큼 난 진한 사랑을 하지 못하지만

멜로영화를 보고나면 내 사랑도 그들의 사랑만큼 아름답고 소중하게 느껴진다.